한국이 만든 로봇 휴보(Hubo)가 세계 재난수습 경연에서 우승했다. 지난주 미 국방부 산하 방위 고등연구 계획국(DARPA) 주최로 열린 ‘로봇공학 챌린지’ 결선에서 한국 카이스트팀의 휴보가 미국, 일본, 독일 등 로봇강국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대회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재난수습 로봇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휴보는 스스로 운전해 경기장에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밸브를 잠그고 계단을 오르는 등 8개 과제를 45분만에 모두 완수하면서 경쟁로봇들을 압도했다. 한국의 로봇기술이 셰계 첨단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 낭보를 보며 몇년 전 상영된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왔던 로봇 월리(Wall-E)를 생각했다. 월리는 총명한 청소부로봇.
월리는 엄청난 쓰레기가 쌓여 폐허가 된 29세기의 지구에서 청소부로 산다. 인간들은 쓰레기 청소를 로봇들에게 맡긴 채 재벌이 운영하는 우주유람선을 타고 5년간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런데 독성물질의 증가로 인간들은 영원히 지구에 못 돌아올 위기에 처하고 만다.
흥미로운 건 미래인간들의 모습이다.
수세기 동안 자동장치와 액체식량에만 의존해 과도비만에다 심한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일인승 비행좌석으로 움직이며 대화도 영상으로만 한다. 더 이상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지 않음으로 사랑의 교감도 나눌 줄 모른다. 지구를 망친 인간들은 스스로의 영육마저도 잃어버렸다.
영화 월리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 회복이다. 이를 표현하는 말로 이코토피아(Ecotopia)란 신조어가 뜨고 있다. 생태계란 뜻의 ‘Eco’ 와 이상향 ‘Utopia’의 합성어다. 미래는 자연과 함께 사는 녹색 유토피아여야 한다는 예언적 암시다.
이코토피아란 용어를 처음 쓴 이는 칼렌바흐란 과학 소설가였다. 버클리 토박이인 그는 1970년대 환경문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동명소설을 썼는데 미국서만 40만 부가 팔렸다. 그 후 잊혀졌다가 21세기 녹색환경운동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새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소설은 섬뜩할 정도로 예언적이다. 미국에 극심한 경제공황과 오염이 닥친다. 워싱톤, 오리건과 북가주를 연상시키는 태평양 연안 서북 주들은 미연방에서 탈퇴한다. 그리고 이코토피아 건설을 목표로 삼는다. 탐욕스런 월스트리트 중심의 경제가 아닌 다수 이익을 위한 상생 정책을 편다. 스칸디나비아식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자전거로만 통근하고, 숲과 내는 복원되며, 모든 쓰레기는 재생된다.
다행히 미국은 꾸준히 이코토피아를 향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얼마 전, 상원은 9개 주, 200만 에이커를 야생구역으로 지정했다. 개발업자들의 반대가 심했던 안이었다. 그 중 하이라이트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페라조(Perazzo)평원이다. 약 1,000에이커나 되는 이 청정지역을 환경보존협회가 공공기금으로 사들였다. 앞으로도 레이크타호에서 라센 국립공원에 이르는 20만 에이커를 공유지로 매입할 예정이다.
놀랍게도 시에라 산간지역엔 사유지가 무려 150만 에이커나 된다. 거의 벌목회사 땅이다. 1862년 연방정부가 철도부설을 위해 무상으로 철도회사에 준 땅을 벌목회사들이 야금야금 사들인 탓이다.
지금도 레딩의 시에라 태평양 목재회사(SPI)가 캘리포니아 최대의 땅주인이다. 이들은 아름 들이 나무를 베어낸 후, 리조트 개발업자들이나 목장 주들에게 땅을 팔아왔다. 시에라 청정 숲이 지난 200년간 합법적으로 사라져간 이유다.
이코토피아 건설은 사람과 자연의 상생 모델이다. 서둘지 않으면 영화에서처럼 지구 전체가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로보토피아가 올지도 모른다. 월리는 훗날인간들이 우주의 미아로 떠돌지 않도록 우리에게 충고하고 있다. 푸른 지구가 인류의 유일한 이상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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