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을 들어 하늘 보면 도움의 손길 있습니다”
▶ 한인 수감자 돕기 1월 발족, 44명에 손 내밀어
사랑의 선물보내기 운동본부의 이강일 목사가 그동안 한인 수감자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을 보여주고 있다.
“음지에도 아름다운 꽃 피어난다”는 마음으로
편지 왕래, 음식 등 전달, 창살을 사이에 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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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담장 너머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의 벗입니다. 우린 편지를 주고 받고 안부를 묻습니다. 하지만 언제 자유의 몸으로 만나게 될진 모릅니다. 어쩌면 서로 영원히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사랑의 선물보내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는 SF 사랑의교회 이강일 목사는 북가주 및 중가주 교도소에서 외롭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고 있다.
사랑의 운동본부는 지난 1월29일 베이지역에서 발족했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의 이동률 사건사고 및 민원 담당 영사가 한국 국적 수감자들의 숫자 파악과 건강 상태, 인권침해, 차별 등을 조사하기 위해 수감자 한명 한명을 일일이 찾아가 만나면서 시작됐다.
“꿈을 갖고 고국을 떠났을 이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금은 먼 타국의 차가운 창살 아래 있다는 게 가슴이 아팠어요. 진심으로 돕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강일 목사님을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이 영사의 설명을 들은 이 목사는 ‘음지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선듯 이들을 돕기로 했다. 한국 국적자뿐만 아니라 영주권, 시민권자 등 모든 한인 수감자들이 이 대상에 포함됐다.
뜻 있는 두 명이 만나 운동본부가 만들어졌고, 계속해서 한인 수감자를 찾아내 운동본부의 역할과 후원에 대한 내용을 편지로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올 1월까지 이 영사가 파악한 한국 국적자 34명(현재 2명 출소로 32명)과 이 목사가 캘리포니아 교도소 수감자 웹사이트에서 한인으로 추정되는 성씨를 가진 수감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6월 중순까지 10명을 더 찾아냈다.
이들 중에는 안타깝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수감자들도 많다. 이 목사에게 보낸 한 수감자의 편지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짙게 깔려 있다. 그는 편지에 ‘1981년 대구에서 가족 이민을 왔습니다.
지금까지 30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독방에서 장기복역하던 중 갑자기 일반감옥으로 옮겨오게 돼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한 가운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적응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옥에서 버티면서, 그것도 15년은 독방에서 지낸 이 수감자에게 이 목사의 편지는 용기이자 힘이 되었을 것이다. “홀로 15년이란 세월과 싸웠을 겁니다. 독방에서 나온지 얼마 안돼 받은 첫 번째 편지, 바깥 세상에서 날아온 낯선 사람의 편지. 이런 수감자들에게 편지 한 장이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는 걸 새삼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편지와 함께 이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도 보내주고 있다.
본인이 원하던 물품을 전달받은 한 수감자는 고마움을 서투룬 글로나마 전해 읽는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오눌 펙키지 잘 받았씀니다. 잘 먹개습니다. 그리고 보낸 편지도 잘 받아씀다’5월의 마지막 날에 이 목사에게 온 편지였다.
10년 간 복역 중인 한 여성 수감자는 이 목사와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점점 밝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부모의 사랑은 깊이를 알 수도, 잴 수도 없다는 걸 이 여성을 통해 다시 실감했다.
수감 중인 무남독녀 딸을 일주일에 한 두번이라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와 교도소 인근에 3개월 간 방을 얻어 단기간 살다가 잠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녀는 이 목사에게 ‘어제 편지를 언능 보내드린 후 이렇게 다시 돌아왔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펜을 들었다는(중략). 저는 제 부모님 외에는 면회 오는 사람이 없어요.
제 부모님은 한국에 계신데 1년에 한번 씩 미국에 오셔서 2-3개월 스테이하시며 토, 일요일에 면회오시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시곤 해요. 근처에 친척이 있거나 한게 아니라서, 두분이 여기 근처 시티에서 아파트 단기 임대하셔서 계시다 가시고 해요’라는 내용을 보냈다.
마치 잘 아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그녀는 이 목사와의 편지를 징검다리 삼아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편지에는 예전에 부모님이 봄, 가을 3개월씩 6개월도 있었지만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아 건강이 걱정이라는 내용과 70을 바라보는 아버지 어깨가 세월의 무게에 처지고 무거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녀의 소소한 일상과 석방 후 꿈들이 6장의 백지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이들이 이렇듯 마음의 빗장을 여는데는 이 목사의 진심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보낸 편지들에는 ‘뭐뭐 하는 척’이 없다. 걱정하고 잘 지내길 바라는 아버지와 형, 오빠, 친구와 같은 심정이 담겨 있다. ‘날씨가 많이 더워지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몸조심하길 바랍니다.(중략) 음식을 원하시는 분들은 부담가지지 말고 부탁해 주시면 저희가 정성껏 보내드리겠습니다.(중략) 힘내세요. 사방이 막혀 있어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시면 도움의 손길도 있습니다’또 다른 편지에는 이 목사가 한인 수감자인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나타나 있다.
‘자매의 이름을 인터넷을 통해(보니) 한국분일 거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무례하게 편지를 보냅니다. 모르는 분에게 어쩌면 상처되는 편지인지 모르겠지만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초면에 마음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희들은 단지 한인동포로서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리라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셔도 됩니다. 힘내시고요. 더운 날이 다가옵니다. 몸조심하세요’
편지 여기저기에는 혹시나 도움이 되려고 내민 손에 상대방이 상처가 나지 않을까 하는 배려가 묻어 있다. 그의 이같은 마음을 아는 주변이나 교회(임마누엘 장로교회 5,000달러 등), 교인,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한인들이 운동본부 활동에 보태라며 편지와 함께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가게 됐고, 오늘 신문을 통해 많은 일들을 이루어 나가시는 목사님과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싶습니다.(중략) 얼마되진 않지만 온 마음을 다하여 성원드립니다. 지면을 통해 가득가득 열매 맺어나가시는 소식 기대합니다.’ 이 목사는 “이런 분들의 따스한 편지가 힘이 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막막함과 불안함으로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으로 다가갈 겁니다. 이들의 함께 한다는 믿음을 줄 겁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우리가 있을 겁니다.”‘사랑의 선물보내기 운동본부’는 범종파적 순수모임으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수표로 후원을 희망할 경우 ‘Pay to order’를 ‘SFSRCC’(사랑의 선물 보내기 본부 계좌)로 해서 해당주소(To: Gift of Love, 5301 California St., SF, CA 94118)로 보내면 된다.
▲문의: 이강일 목사(415)690-6570, 김원철 간사(213)435-2377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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