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제 책임 관련 혼전합의서 작성 늘어
▶ 공동 카드 만들면 상대방 빚 상환책임
■ 신혼부부 채무관리 어떻게
이상적인 배우자감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꿈을 갖고 있으며 많은 공통점을 지닌 이성을 만나면 자연스레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결혼이란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관계다. 나뉜 것을 모으고, 분리된 것을 합치는, 대등한 관계의 ‘1대1 인생합병’이다. 결혼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각자의 거실에 놓여 있던 가구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하지만 서로의 빚을 합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상대가 짊어진 빚의 중량이 내 것보다 무거울수록 하나 되기를 꺼리는 마음이 슬며시 부풀어 오른다. 이런 경우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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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라
우선 신랑이나 신부는 결혼 전에 발생한 배우자의 빚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잔뜩 빚을 끌어안고 있는 배우자를 맞아들였다 해서 상대방의 채무변제에 대한 책임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 채무통합 욕구를 버려라
조금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상대방의 부채에 코를 꿰이고 싶지 않다면 어떤 경우에건 쌍방의 빚을 하나로 합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신랑·신부 모두가 혼전 카드빚이 있다고 치자. 결혼하기 무섭게 이들의 우편함으로 “새 카드를 개설해 분산된 채무를 한데 합치면 낮은 이자율이 적용된다”는 금융업체들의 ‘러브레터’가 날아든다.
솔깃한 제안이지만 이를 받아들여 공동으로 카드를 신청하는 순간 서로의 결혼 전 빚 상환은 ‘부부 공동의 책임’이 된다.
▲ 감당 못할 일은 하지 말라
돈 문제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결혼생활에 균열이 생기기 십상이다.
따라서 결혼 후 배우자가 개인적 용도로 론을 신청하면서 코사인을 부탁할 경우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말고 먼저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론을 신청한 배우자에게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지, 둘째는 그렇지 않을 경우 내가 기꺼이 페이먼트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점이다.
공동대출을 받을 때에도 이와 동일한 수준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함께 주택을 장만할 경우 모기지를 두 사람 명의로 신청할 것인지 단독 대출형식을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한 신용점수가 배우자보다 높다 해서 아내나 남편이 개인적으로 필요로 하는 론을 ‘내 명의’로 신청하는 것 역시 경솔한 짓이다.
아내가 타고 다닐 차량구입을 위해 필요한 자동차 론을 내 이름으로 신청하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진다면 솔직히 털어놓고 양해를 구하는 편을 택하라. 이름을 내주면 상환책임까지 홀로 끌어안아야 한다. 부부 사이에 어느 한 쪽의 ‘불편한 양보’는 관계를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
▲ 관련 주법을 알아보라
결혼생활 도중 부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진 빚을 이혼 때 어떻게 처리하도록 주법이 규정하고 있는지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주는 누구의 명의로 대출이 이루어졌는지에 상관없이 이를 부부의 공동책무로 간주한다.
그러나 사전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거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채 어느 한 쪽 배우자가 상대방이 모르게 진 빚에 대해서는 ‘자산의 일방적 낭비와 소모’를 이유로 법원에 법적 책임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
크레딧카드 계좌에 배우자의 이름을 추가할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인가된 사용자(authorized user)로 등록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사용승인을 받은 배우자가 긁은 카드대금의 상환책임은 전적으로 카드홀더에게 돌아간다. 반면 부부가 공동 카드홀더로 등록할 경우 대금지급은 둘 모두의 책임이 된다.
▲ 공식 사전합의를 하라
결혼 이전에 발생한 채무와 채무변제에 관한 혼전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절차를 밟는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다. 합의서는 결혼 후에 작성해도 상관없다. 결혼이 깨질 경우에 대비해 각각의 채무에 대한 책임소재를 합의서에 분명하게 명시해 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빚 청산 플랜을 세워라
결혼 전이나 후에 배우자의 빚 청산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결혼 전에 계획을 세우는 쪽이 훨씬 바람직하다.
재정플랜 작성법은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함께 배워두어야 할 결혼생활의 필수적 기술이다.
삶과 재정을 한데 합칠 준비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결혼식 플랜만으로 시간이 부족한데 둘이 마주 앉아 재정설계도까지 마련하기가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까짓 것 뭐 어렵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두 사람의 스테이트먼트를 훑어보며 구체적인 사항들을 조목조목 따져 재정플랜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생각보다 심하다. 하지만 일단 마무리를 짓고 나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각자의 크레딧 기록을 살펴보는 것 역시 신체검사 결과를 상호 확인하는 것만큼 강력히 권장하는 사안이다.
크레딧 리포트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정확한 소득규모는 물론 소비패턴과 씀씀이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 재정플랜을 세울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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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자명하다. 단지 배우자감에게 빚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피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나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저질러보자는 태도 역시 무책임하고 미련하다.
세심하고 주의 깊게 계획하고 결정하면 빚더미에 앉은 배우자를 맞아들인다고 해도 채무의 늪 속으로 동반 침몰하는 사태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빚 청산계획과 재정플랜을 세울 때 절대 감정을 앞세우지 말라는 점이다. 처음엔 다소 냉정하고 야박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상호 간의 배려를 통해 부부 사이의 신뢰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게 숱한 선배들의 간증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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