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버지니아의 한 한인 학생이 미국의 유수한 두 명문대에 동시에 합격을 하였고, 게다가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두 개 대학 과정을 모두 경험한 뒤에 본인이 마음에 드는 대학의 졸업장을 받게되리라는 매우 자랑스럽고 부럽기 그지없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오자마자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한인사회와 고국의 학부모들은 물론 여타의 사람들에게도 굉장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고 학생 아버지의 사과로 결말이 나는 씁쓸한 해프닝이 되었다.
이 기사를 보고 어떤 사람은 국위선양을 거론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이는 내일처럼 기뻐하며 한민족의 우수성이나 한인 사회의 높은 교육적 열정을 논하기도 하였다. 천재소녀를 둔 부모를 부러워하는 댓글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기사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자, 학생과 부모를 비난하고 실망을 나타내는 댓글 또한 엄청났다.
3일 천하로 끝난 명문대 거짓 합격 해프닝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물론 이번 해프닝의 직접적 책임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명문대 거짓 합격 소동을 일으킨 학생 개인과 학부모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엄청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한다면, 전적으로 한 개인의 도덕적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명문대를 선망하고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역시 이런 해프닝을 빚어내는데 일말의 책임이 없지 않을 것이다.
먼저 과도한 명문대 선망이나 학벌 중시의 사회분위기도 이번 해프닝의 간접적 원인일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명문대에 합격하고 좋은 학벌을 갖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여기에 너무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 같다. 이 대열에 끼지 못한 자녀나 학부모는 마치 인생 실패자(loser)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
아직도 은연중 위세를 떨치고있는 학벌 중시 풍조나, 졸업 입학시즌 전후로 학교에 보란 듯이 나붙는 명문대 합격자 명단, 일부 유명 인사들의 이력 란에서 드물지않게 발견되는 허위 학력 기재 등등 우리 사회의 이런 분위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음으로 무한경쟁체제에서 오는 심리적 중압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학교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체에서 이루어지는 살벌한 무한 경쟁체제가 이러한 해프닝을 부추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그어느 때보다 명문대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어 단순 거짓말의 유혹을 받기도 하고, 나아가 허언증이나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같은 심각한 인격 장애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주위를 보면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은 물론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은연중 이런 부담 가운데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이런 해프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도덕성 회복은 물론 우리사회의 명문대 선망이나 학벌 중시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논어의 질승문(質勝文) 문승질(文勝質) 이야기에도 나오듯이 문(文), 곧 외형에 치우친 사회에서 바탕, 곧 실질의 가치를 주목하는 사회로 되어야 한다. 기독교의 경전인 구약성경 또한 겉모양보다는 중심, 곧 속마음을 보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한다.
외형이 아니라 중심을 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중심이 중요한 것은 중심은 그 사람의 ‘삶’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형의 스펙은 이력을 만들지만, 중심을 이루는 품성, 실력, 성실성, 다양성, 전문성, 창조성, 정의감, 사명감 등등은 우리의 ‘삶’을 만든다.
언론이나 사회는 이른바 명문대 입학이나 각종 평가의 고득점 같은 화려 찬란한 외형적 스펙의 주인공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분투노력하는 사람들의 ‘진실하고 창조적인 삶’을 주목하고 경탄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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