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최남단, 마이애미의 땅끝마을 키웨스트 가다
▶ 대문호 헤밍웨이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도시
헤밍웨이가 집필하던 서재
산호초와 모래섬을 다리로 연결시킨 아름다운 섬
산호초 펼쳐진 바닷가에서의 콩크 요리도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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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 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상 어딘가 마음 줄 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오늘은 애틀란타를 떠나 마이애미(Miami, Florida)까지 600마일 정도의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릴 계획이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길을 달리며 때마침 사랑하는 애마에서 흐르는 어느 스님이 읊은 노래가 내 마음을 대신한다.
집을 떠난 지도 벌써 거의 한 달째, 가끔 피곤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5천 마일을 달려오며 도시는 도시대로 그곳의 문화, 예술, 과학 등 특정 테마의 다양성이 있어 좋았고 자연은 자연대로 우선 스케일 면에서 우리를 압도하며 지루함을 느낄 순간을 허락하질 않는다. 비바람이 만들어낸 깎아지른 산과 절벽이 있는가 하면 신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캐년이 있고 가슴이 탁 트이는 남쪽 바다가 있어 “자연”이라 일컫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미대륙을 여행하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만나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전부터 일찍이 마이애미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10시간을 달려 지친 몸으로 약속한 식당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친구가 반갑게 맞아준다. 5년 만에 만난 친구는 아직도 큰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곳에서만 40년 넘게 살아온 토박이로 지역사회에도 헌신하며 살고 있는 모범적인 친구이다. 식사를 한 후 시내 구경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예약된 호텔 키를 건네는 친구에게 이러려고 연락한 것이 아님을 채 설명하기도 전에 악수를 청한 후 훌쩍 떠나버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찍이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멀리서 찾아온 친구에게 본인이 상중(喪中)이라고 설명하기가 번거로워 그랬다 하니 깊은 뜻을 모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진다. 고맙다 친구야!! 마이애미 시내 구경은 다음날로 미루고 미국의 최남단 키 웨스트(Key West)로 먼저 향했다.
마이애미에서 153마일, 자동차로 약3시간 거리의 키 웨스트는 수많은 산호초와 모래섬을 40여 개의 다리로 연결한 아름다운 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우측에는 멕시코만 좌측으로는 대서양의 색다른 절경은 다른 나라에 온 느낌. 하지만 계속되는 비슷한 풍경은 좀 지루한 느낌을 준다. 유명한 세븐마일 브리지를 지나 미국의 최남단 땅끝 마을에 도착해 제일 먼저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생가를 찾았다. 대표적 실천작가로 1, 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참전, 4번의 결혼과 자살 등 보통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헤밍웨이는 1931년부터 10년 넘게 이 집에서 두 번째 부인 폴린(Pauline)과 글을 쓰고 낚시를 하면서 살았다. 1851년에 세워진 이 소박한 스페인풍의 건물에는 그가 기르던 고양이 새끼 60여 마리가 지금도 어슬렁거리고 있다. 고양이들은 각자 이름이 붙어있는데 대부분이 유명인사, 특히 영화배우의 이름이 많고 프란시스코 교황 이름도 있다. ㅎㅎ이 집에 있는 수영장은 키웨스트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수영장이라고 하며 그가 집필 활동을 했던 서재는 그가 손수 사용했던 타자기를 중심으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또 그가 일생 동안 돌아다녔던 쿠바와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가져온 다양한 물건들이 컬렉션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이 방에서 그의 작품 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등이 집필되었다 한다. 벽면 왼쪽에는 대단한 낚시광이었던 그답게 물고기 박제가 걸려있고 그 당시 집으로서는 대단히 큰 저택으로서 잘 정돈된 넓은 정원을 보며 밖으로 늘 떠돌아다니던 그가 어떻게 가꾸며 살았는지? 하기야 결과적으로 이 집도 폴린에게 주고 세 번째 여인을 찾아 떠났지만…그리고 헤밍웨이 집 앞에는 오래된 등대가 있는데 술을 무척 좋아했던 그는 다운타운 듀발 스트리트에 있는 단골 술집 Sloopy Joe’s Bar에서 술에 만취되어도 그 등대를 보고 집을 찾아 왔다는 에피소드가 있어 등대도 유명 관광코스 중의 하나이다.
듀발 스트리트는 키웨스트에서 가장 번화가이자 밤 문화의 상징이다. 섬 자체가 워낙 작은 동네이다 보니 길이도 그리 길지도 않고 낮은 건물들이 늘어선 정도지만 다른 도시와 달리 밤늦도록 술집과 카페, 레스토랑이 북적이는 곳이다. 듀발 스트리트와 나란히 뻗어있는 화이트헤드 스트리트 맨끝 지점엔 미국 최남단이란 표식(Southernmost Point)이 있어 사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늘 줄을 서있다.
부자나 유명인, 자유로운 여행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키웨스트는 유명한 예술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유명 작가인 도스 파소스(John Dos Passos)도 이 섬에서 지냈고 테네시 읠리엄스(Tennessee Williams)나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등의 대 문호들도 이곳에서 머물렀다 하고 현재도 이곳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키웨스트에서는 콩크(Conch)란 얘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본래 콩크란 말은 고동 같은 조개류를 말하지만 지역주민들을 뜻하는 애칭이기도 하고 키웨스트 문화를 표현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콩크하우스 하면 이곳 목수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건축 스타일을 의미하고 또한 콩크 요리도 즐길 수도 있다.
이곳 키웨스트의 푸른 하늘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호초가 펼쳐진 바닷가에서 콩크 요리를 먹고 밤엔 술집에서 콩크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보는 것도 키웨스트 여행을 즐기는 하나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두 야자나무 사이의 해목에서 선잠을 자고 밤에는 곤충들의 날갯짓 소리, 레게 밴드의 음악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 것도 색다른 맛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키웨스트는 몇 년 전 친구부부와 함께 여행해 추억이 깃든 곳으로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푸른 바다 저편을 붉게 물들이는 광경은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모습 같아 서글픈 마음도 들고 한편 그런 아름다움의 노년을 맞고 싶은 낭만도 자아낸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어네스트 헤밍웨이(Earnest Hemingway) 장 금자
미 최남단 키웨스트
키웨스트 등대에 불이 들어오면
Sloopy Joe’s 목로에 앉아 술잔을 든다
수 없는 하늘에 별 가슴 후벼 파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나는데
이윽고 술이 헤밍웨이를 마셔 버리네
누가 주인인지 모르는 몸둥이는
등대불빛 의지해 집으로 돌아오네
킬리만자로 눈은 무엇을 뜻하는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지
노인의 녹새치는 아직도 퍼득이는지
그토록 사랑했던 불꽃은 어디로 갔는지
터질 것 같은 가슴 가눌 길 없어
몬태나 푸르름 속에 방아쇠 당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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