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와이 창간 43주년 특별기획으로 ‘호놀룰루미술관 한국관 나들이’ 연재를 시작한다. 이 기획은 한국국제교류재단 객원 큐레이터로 호놀룰루미술관에서 “화려함과 단아함” 특별전 등을 준비하는 오가영 객원 큐레이터를 필자로 매주 화요일 연재된다. 8월 전시에서 직접 만나게 될 유물은 물론, 미술관 수장고에서 아직 채 소개되지 못한 유물까지, 매주 1점씩 집중 탐구 해 보는 본보 창간 특별기획을 통해 한국관 소장품에 대한 역사적 의미와 감상법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됨은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주>
하와이를 대표하는 호놀룰루미술관(Honolulu Museum of Art)은 호놀룰루 도심에 위치한다. 1927년 앤 라이스 쿡(Anna Rice Cooke, 1854-1934)에 의해 설립되었고 오랜 기간 호놀룰루 아카데미 미술관(Honolulu Academy of Arts)으로 운영되다가, 2012년 현대미술관 (The Contemporary Museum, 현재의 스폴딩 하우스 Honolulu Museum of Art Spalding House)과 통합하면서 현재의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박물관 및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단어 뮤지엄(Museum)은 고대 그리스의 교육•연구 기관인 뮤세이온(museio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뮤세이온은 본래 그리스 신화에서 음악과 미술, 학문 등을 관장했던 여신 뮤즈(muse) 신전의 보물 창고였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뮤지엄의 기본 기능이 신께 바치는 보배로운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후 뮤지엄은 왕족이나 귀족, 종교단체 등 특정 계급의 사람들이 그들의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한정적으로 감상하는 시설로 유지되다가 18세기 후반 이후 국민국가 시대를 맞이하여 대중에게 열린 공공 시설로 거듭나게 되었다. 전시 및 교육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근대적 의미의 뮤지엄이 등장한 것이다. 호놀룰루미술관은 앤 라이스 쿡이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미술품을 기반으로 설립된 사립기관이지만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근대적 의미의 뮤지엄이다. 설립 초기 미술관의 미션을 설명하는 문장에서는 ‘미술 분야의 교육과 연구 증진, 아티스트 육성, 회화 및 조각 등 미술품의 구매와 전시, 이를 통해 아티스트 및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것이 주요 임무임을 밝히고 있다. 전시 및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설립자의 비전을 제시한 미술관 개관 축사 원고에서도 기관의 교육적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우리 자녀들은 예술 기관에서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문화유산이 전해주는 의미를 깨닫고, 이웃의 예술이 구현했던 이상에 눈 뜰 수 있을 것입니다. 하와이사람, 미국사람, 중국사람, 일본사람, 한국사람, 필리핀사람, 북유럽사람 그리고 그 외 이 곳에 살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하나의 토대를 발견하겠지요. 어쩌면 그 토대 위에서 과거로 인해 풍부해진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지도 모릅니다. 이 섬 에서 말이지요. ……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아카데미 미술관의 공식 개관일에 발표된 쿡 여사의 축사 원고는 다양한 민족이 한데 어울려 사는 하와이의 열린 문화가 잘 반영되어 있다. 쿡 여사는 미술관을 통해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하와이 주민들이 자신의 선조들이 지녔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전통이 한데 모여 새로운 하와이 문화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그 비전을 모두에게 공표하는 자리에서 특히 하와이, 미국 사람들은 물론 중국, 일본, 필리핀 사람들과 함께 한국 사람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는 1903년부터 형성된 한국인 이민사회가 하와이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정착했다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당시는 한반도에서 일본의 내정간섭이 강화되었던 시기로 1905년 을사조약 이후 대한제국이 국제사회에서 외교권을 잃고 자유국가의 권리를 침해 받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미술관 개관 축사 연설에서 한국의 명칭이 정확하게 명시되었다는 사실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적어도 하와이 사회에서는 정치 외교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미술품을 통해 한국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하와이의 한국 동포와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던 쿡 여사는 미술관이 개관하던 해, 100여 점이 넘는 한국 문화재를 기증하였다. 그리고 고려청자를 비롯한 몇 점의 유물은 개관 첫 날부터 ‘한국실 (Korean Room)’에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한국 미술품을 한데 모아 전시한 이 전시실은 이후 수 십년간 미국 최초이자 유일의 한국 미술 전시실로 역사에 기록되었고 하와이는 한국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이자, 미국 최초의 한국실이 운영되었던 미술관을 가진 장소로 한층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지닌 호놀룰루미술관은 쿡 여사가 제시한 비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이어가며 지역사회 교육기관으로 그 기반을 공고히 하였다. 미술관의 한국 미술 컬렉션은 점차 확대되어 2015년 현재, 도자공예품은 물론, 회화, 가구, 직물,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미술품 천여점 이상이 소장품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들은 2001년 6월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재단장을 끝낸 한국실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전시품은 1년에 3-4차례 교체되어 한국미술의 다양한 매력을 전달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 호놀룰루미술관은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기억하며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준비하는 행사는 2015년 8월 13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하는 “화려함과 단아함: 호놀룰루미술관의 한국 도자Splendor and Serenity: Korean Ceramics from the Honolulu Museum of Art” 특별전이다. 미술관의 한국 도자 콜렉션 중 선별된 작품만을 가려 뽑아 소개할 이번 전시는 대표적인 소장품 80여점을 통해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약 1,000여년의 시간동안 발전해 온 한국의 도자문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영상자료 등이 함께 선보일 이번 특별전은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준비되고 있다. 또한 미술관은 9월을 “한국의 달, Korean Month”로 정하고 각종 한국관련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에 선보이는 가족의 날 ‘Bank of Hawaii Family Sunday’(9월 20일),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선보이는 야간 파티 ‘ARTafterDARK’(9월 25일)에서 다양한 체험 및 시연, 공연 등을 한국관련 프로그램으로 준비하여 다채로운 한국 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술관에 속해있는 도리스 듀크 극장(Doris Duke Theater)에서는 9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2주동안 한국 영화제를 만나볼 수 있다. 호놀룰루미술관이 9월에 준비한 한국관련 프로그램은 한국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준비 중이다.
<호놀룰루미술관 관람 정보>
Honolulu Museum of Art
900 South Beretania Street
808-532-8700
www.honolulumuseum.org
관람료
일반 10달러만
17세 미만 무료 입장
관람시간
화요일-토요일 10:00-16:00
일요일 13:00-17: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주 화요일 10:00~12:00은 한국어 도슨트 투어 가능
* 무료 관람일 및 휴일, 관람시간은 홈페이지 참고
<하와이 한인미술협회 후원>
오가영
호놀룰루미술관 아시아부 한국미술 담당
한국국제교류재단 파견 객원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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