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Associated Press)이 지난주에 큰 특종기사를 터뜨렸다. AP는 세계 최대의 통신사다. 신문들에게는 매일 마감시간이 있지만 현재 100개 이상 나라 280여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있는 AP는 매초가 마감시간인양 긴급, 화급 뉴스들을 문자, 오디오, 비디오 등의 최첨단 통신방법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AP뉴스를 읽거나 보고 있다.
지난 월요일의 AP특종은 AP가 정보의 자유권을 주장하며 필라델피아 소재 연방 지방법원을 고소한 소송에서 승리함으로써 획득한 것이다. 이 지방법원에서는 2005년에 템플 대학교의 여직원이 유명 코미디언인 빌 코스비(77)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쌍방의 합의로 법정 밖 타결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법정 밖 타결로 끝나는 사건들은 예외 없이 비밀유지조항이 있어서 당사자들이나 변호인들은 일체 사건 내용에 대해 함구해야 된다. AP는 사건이 타결되기 전 빌 코스비가 원고 변호사 회의실에 소환돼서 진실대로 증언하겠노라고 선서한 다음에 변호사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시민들의 알 권리에 속한다는 주장을 폈다. 코스비의 변호사들은 “그 내용이 밝혀지면 상당히 난처하게 된다”면서 AP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에드아도 C. 로브레노 연방판사는 “공개적으로 도덕군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빌 코스비와, 부적절한(그리고 아마도 범죄가 되는) 행위를 했다는 심각한 주장들의 대상인 빌 코스비를 대조하는 것은 AP,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일반 대중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는 문제”라면서 AP의 손을 들어줬다.
빌 코스비가 누구인가? 흑인들이 영화나 TV에서 하녀나 운전수 등 단역만 하던 1960년대 중반 이전부터 코스비는 ‘I Spy’라는 첩보원들의 활약을 그린 TV시리즈에서 백인배우와 함께 공동주역을 했던 스타였다. 템플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을 뿐 아니라 흑인사회의 귀감으로 최고의 인기와 성공을 구가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코스비가 연쇄적인 성폭력과 강간을 자행해왔던 가증스러운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1970년대 전후부터 코스비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주장을 해온 여자들 수가 현재까지 40여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들은 대부분 코스비를 우러러보던 배우 지망생들이었다. 이들은 코스비가 연예계 진출을 도와준다고 자기 집, 호텔 또는 플레이보이 클럽 같은 데로 데려가 신경안정에 좋은 약이라고 술에 탄 약을 먹게 했으며 정신이 몽롱해져 몇 시간 후에 깨어보면 참담한 피해를 당했노라는 주장을 해 왔다. 그중에는 당시에 15살이었던 여자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그리고 코스비의 변호사는 그런 주장들이 동기가 불순한 터무니없는 거짓말들이라면서 몇 사람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한 상태다. 코스비의 부인도 그 같은 주장들의 진짜 피해자는 자기 남편이라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에 AP가 승소했기 때문에 밝혀진 선서 증언에서 코스비는 어떤 점들을 시인했는가? 원고 변호사의 질문에 답하면서 코스비는 신경안정제 약품을 구입했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그 같은 약품의 구입목적이 젊은 여자들과 성교를 하기위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예스’라고 대답했으며 한사람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약을 주었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40여명의 여자들이 주장해왔던 코스비의 추악한 강간에 대한 묘사와 아주 흡사한 내용이 코스비의 선서증언에서 자신의 말로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입증됐다. 선서증언은 빌 코스비가 여자들에게 성폭력을 했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을 정도다.
코스비가 연루된 많은 사건들의 시효는 이미 지났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다시는 여자들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또 지난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로 사회적인 매장만은 꼭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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