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롯데재벌그룹 경영권 계승문제로 떠들썩했다. 롯데 삼부자 간의 싸움이 치열했다. 삼성, 현대, 한진, 한화, 두산, 효성과 같은 재벌 그룹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있었다.
한국에서 재벌창업자들이 법적으로 독립된 계열사들을 만들고, 상호투자, 순환투자 및 수직적 지주회사 방식으로 소유지분을 확보하여 기업들을 개인 소유물처럼 운영하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은 재벌들의 천국이다. 이런 천국에서도 후계자를 정하거나 재산을 분배할 때 친척들 간에 피나는 전쟁이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정치인들은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진정 분노해야 할 것은 재벌가족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이러한 재벌구조가 허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나는 재벌 기업인을 비판하기 전에 이와 같은 비합리적인 재벌구조와 경영권 세습제도를 허용하는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과 제도는 재벌들이 만든 것이 아니고 국민이 선출한 정치인들이 만든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순환투자로 기형적인 재벌구조와 세습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법이 허술하고 법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물론 허술한 법과 제도를 악용하여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재벌에게는 도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과 정치인들이 이러한 재벌구조를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재벌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재벌기업들은 개인소유물이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독립된 주식회사들이다. 이 기업들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창업자 가족들은 소주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재벌 가족을 오너라고 부르고 창업자 후손의 경영권 계승을 당연시한다. 그 결과 주식지분이 0.05% 밖에 안되는 재벌총수가 후계자를 지명하고, 전체 지분이 2.41% 밖에 없는 재벌가족이 한국 5대의 재벌그룹을 지배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세습제도는 북한의 세습제도와 다를 것이 없다.
둘째, 재벌구조를 잘 아는 학자들 중에도 재벌기업인을 오너라 부르고 오너경영인이 전문경영인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을 한다. 물론 산업개발 초창기에 창업자들은 우수한 경영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후손들이 전문경영인들보다 우수하다는 물증이 없는데도 그런 주장을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기관 자체가 재벌이든가 특정재벌의 계열사이다 보니 재벌에 유익한 보도를 하게 되고 재벌구조 개혁이나 세습제도 폐지하자는 발언을 무시한다. 비재벌 언론기관도 광고수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니 재벌비판을 회피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를 설립하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문제이다. 재벌기업들이 한국경제 개발과 성장과정에서 막대한 공헌을 한 것은 틀림없고 지금도 경제에 많은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공로 때문에 기형적인 재벌지배구조나 전근대적인 세습제도를 허용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러한 지배구조와 세습제도가 한국사회를 양극화하고 비효율적 경제활동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현대사회에 적합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인계제도를 입법화 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재벌기업 활동에 의존하다 보니 재벌개혁 목소리는 커도 실질적인 개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가 둔화 될 때마다 재벌규제를 완화하고 불법행위로 수감된 재벌기업인들을 사면한다. 또 개혁의지가 있는 정치인들의 활동기간은 제한되어 있으나 재벌총수들의 임기는 종신이다 보니 재벌총수들이 정치인들보다 윗자리에 군림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는 얄팍한 개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 재벌자체 내에서 혁신적인 개혁을 단행하든가 아니면 전 국민이 궐기하여 재벌개혁을 강요해야 한다. 한국이 정치 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재벌위주 경제도 민주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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