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의 국가보훈처가 해외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 행사에 하와이에서는 故안원규 선생의 손녀인 맥신 난화 셰아 여사와 외증손으로 인권운동가이자 영화제작자인 캐스린 지안이 모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본보에 방문 후기를 보내왔다.
<편집자주>
광복절을 맞아 8월9일부터 일주일간 대한민국 국가보훈처에서 저를 포함한 24명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초청한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한국방문은 제게 있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뇌했던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현장들을 직접 방문하게 된 것은 제 삶을 바꾸어 놓을 정도의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초청에 앞서 제가 조국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수십여 년간 일제 식민치하에서 핍박을 받았고 1950년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되었다는 표면적인 사실들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제 증조부께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동료 지사들과 어떻게 활동을 해 오셨는지도 잘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행사에 5개국에서 참석한 24명의 독립유공자 후손들도 선대의 영웅적인 활동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제치하에서 해외로 건너간 독립운동가들은 타지에서나마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릴 때까지 임시정부의 설립과 항일투쟁을 계속해 나갔고 특히 1900년도 초기에 하와이로 이민 온 선조들은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의 임시정부로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제 외증조부인 故안원규 선생이셨고 처음에는 카후쿠 사탕수수농장의 근로자로 이 땅을 밟은 후 성공적인 사업가로, 그리고 커뮤니티의 지도자로 거듭나신 분이라고 합니다.
제 고모(맥신 난화 셰아 여사)와 한국에 막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다른 세계 각국의 해외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과 그처럼 빨리 친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해 인연을 맺게 된 후손들 중에는 제게 하와이 이민선조들이 보낸 독립운동자금으로 조부인 김대지 선생이 상해 임시정부를 설립할 수 있었다는 사연을 알려준 줄리아 리 여사, 상해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독립운동자금과 항일투쟁에 사용될 무기들을 운반하는데 공헌한 사업가 조지 L. 쇼의 후손인 레이첼 앤 새시, 그리고 그 외에도 멕시코와 독일, 호주, 중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언어와 국가의 장벽을 넘어 피를 나눈 동족이자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일한 선조를 둔 후손들이라는 자부심에 모두가 하나되어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초청의 모국방문기간 동안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을 투옥하고 고문했던 장소였던 서대문 형무소를 찾았습니다. 우리는 이곳이 참으로 사악한 장소라는 점을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2차대전과 광복 이후 1987년까지 독재정권하에 대항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인사들을 감금됐던 곳이기도 합니다만 이제는 과거의 잔혹한 행위들을 알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을 분단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도 돌아보고 미군과 연합군이 북한과 맺은 휴전협정으로 인해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휴전상태를 끝내기 위한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북한과 남한은 분단된 상태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작년 7월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을 포함한 일련의 미 연방하원들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결의안을 상정했는데 미 의회가 이에 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한국 정부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남한에 5,000만, 북한에 1,800만 인구가 통일이 되어 서로 협력하게 된다면 무한한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이 초강대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식민통치의 아픔과 전쟁, 그리고 전후 열악했던 경제사정을 극복하고 기술선진국으로 일어선 한국의 저력이 있다면 이 같은 목표가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1960년 당시만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발전과 혁신의 나라로 자리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북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한국이지만 북측과의 협상에 있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종전협상에 휴전협정을 맺은 당사자는 미국과 UN, 그리고 북한이기 때문에 협상에 있어 한국정부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미국시민이지만 이 같은 현실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외증조부와 다른 독립유공자들께서도 지금 살아계셨다면 조국이 처한 상황이 일제를 대신해 분단과 전쟁상태를 영구히 유지되길 원하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점령당한 상황과 무엇이 다르겠냐며 통탄해 마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독립유공자들이 평균 80대의 고령층에 접어들어 하루라도 빨리 그들의 생전에 통일을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을 경우 그 자손 대에 이르러서는 양 측이 원래 한 핏줄을 나눈 동족이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전했습니다.
실제로 소련과 서방세계와의 냉전은 이미 종식된 지 오래인데다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은 한국에 전략적인 위협이 되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지적입니다. 북한과 남한과의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비무장지대에 경계를 서는 양측의 지휘관들은 조국광복을 위한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그리고 남북의 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 양측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일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치러야 할까요? 평화통일, 혹은 주위의 열강에 의한 또 다른 전쟁에 의해?남북을 구분하지 않고 민족의 광복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통일이 ‘초강대국’을 위한 과정이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흩어졌던 가족을 상봉시키고 상처 입은 나라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휴전에서 종전으로, 휴전선이 무너지고 조부모님들의 세대가 하나로 화합해 가족이 상봉하고 남북간의 구분이 없어질 때에 한국은 ‘초강대국’을 이뤄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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