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시리아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리아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그러다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은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바닷가에서 발견된 사진은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유럽 각국은 난민 홍수를 막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나마 유럽의 부국인 독일은 난민 수용에 긍정적인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자기 먹고 살기도 바쁜 남동부 유럽의 군소 국가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을 받은 후 먹여 살리는 것도 문제지만 대규모 회교 집단이 국내에 거주할 경우 장차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회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인 영국은 여러 차례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영국이 시리아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2011년 ‘아랍의 봄’ 시절 시리아 아사드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평화 시위가 일어나면서부터다. 중동에서도 유례없이 잔인한 것으로 정평이 난 아사드 정권은 퇴진 대신 시위자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것으로 답했다. 이에 맞서 ‘자유 시리아 군’이 창설됐고 이때부터 내전이 시작됐다. 오바마도 “아사드는 물러나야 한다”며 시위대 편을 들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그 후 2013년 아사드 정권이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이 확인된 뒤 이를 넘어서는 안 될 “빨간 선”으로 정해놓고 있던 미국은 프랑스와 합동으로 아사드 정권을 공격하기 일보 전까지 갔으나 러시아의 중재안을 받아들인다는 핑계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후 아사드는 배럴에 쇠붙이를 담아 폭발시키는 소위 ‘배럴 폭탄’을 자유롭게 투하하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지난 4년간 아사드에게 죽은 시리아 인수는 20만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400만의 난민이 발생했다. 서방으로부터 별다른 지원도 훈련도 받지 못한 ‘자유 시리아군’이 아사드의 정부군에 밀리는 틈을 새로 창설된 극렬 회교 집단 IS가 파고들었다.
미국이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철군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이라크 수니파 지역을 전광석화처럼 먹어치운 IS는 역시 내전으로 권력의 공백이 발생한 시리아 상당 지역을 점령해 버렸다. 시리아 내전은 현재 극악무도한 수니파 집단인 IS와 흉악하기로는 IS에만 뒤지는 아사드 정권 간의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과 서방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이제 와서 아사드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사드가 무너지면서 IS가 시리아 전역을 장악한다면 이는 차라리 아사드를 그냥 놔두는 것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러시아는 재빨리 군용기를 보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동에서 영향권을 확장하면서 서방을 골탕 먹일 수 있는 찬스를 푸틴이 놓칠 리 없다.
전문가들은 2011년 오바마가 온건파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더라면, 2013년 아사드가 화학 무기를 사용했을 때 약속한 대로 그를 응징했더라면, 사태가 이토록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 오바마가 “빨간 선” 발언에도 불구, 그냥 물러서는 바람에 미국은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었고 중동에서의 영향력도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뒤늦게 1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는 문제 해결에 아무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아들 부시는 무모하게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돈은 돈대로 수 조 달러를 날리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했다. 오바마는 허둥지둥 이라크에서 발을 빼고 시리아 사태를 모르쇠로 일관함으로써 IS에 존립 터전을 만들어주고 최악의 난민 사태를 초래했다. 문제는 둘 다 이와 관련해 별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제 와서는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리아 사태는 오바마 집권 8년 최악의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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