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들...
(2)UH 마우이 칼리지 한국어 과정의 항해사와 조타수
박정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최은진 강사
외국에서 한국어 정규수업을 개설하는 건 어렵다.
동양인이 많은 하와이에서는 좀 쉬울까 싶지만, 두 번 비행기를 타야 겨우 한국과 연결되는 마우이 섬에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어렵다’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는데, 일단 수업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야 하고, 학교 측과 조율해야 하는 행정적인 문제도 있으며, 양질의 수업을 위한 자료나 기자재도 공수해야 한다.
어린이 한글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한국어 수업이 활성화된 오아후에서도 여전히 수업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마우이 섬의 한인 2명이 손을 맞잡고 헤쳐나가고 있다.
UH 마우이 칼리지(University of Hawaii Maui College, 이하 UHMC)전기전자공학과 박정원(사진 오른쪽) 교수와 한국어 수업을 맡은 최은진(사진 왼쪽) 강사가 2014년 가을학기부터 한국어 수업 파일럿(정규수업 인가 전 2-3년간 시험 수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왜 한국어 수업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UHMC에 한국어 수업을 개설한 이가 박정원 교수다. 박 교수는 일리노이 공대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2008년 7월부터 UHMC 강단에 섰다. 이 학교에서는 최초로 부임한 한국인 교수였다. 당시 박 교수의 눈에, 오아후 섬은 한국어 교육기관이 많은 반면 마우이 섬은 이렇다할 곳이 없었다. ‘마우이에서도 한국어, 한국 문화에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니, 한국어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마우이 섬에는 대학이 UHMC 한 곳뿐. 한국어 수업의 거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한국어 수업 개설을 추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UHMC에 수업을 개설하기 전 2009년에는 당시에 있던 마우이 내 세 곳의 한인교회를 모아 연합 한글학교 ‘마우이 한글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연합 한글학교를 만든 이유는 한인 세대간의 소통문제에 관심이 있어서였다. 조부모에게 전화가 오면, 한국어를 못해 제대로 인사도 않고 부모에게 전화를 넘기는 이민 2세 한인 아이들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UHMC에서 본격적인 개설 준비를 시작한 건 2013년 봄. 구체적으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목표로 개설을 추진했다. 언어 수업을 관장하는 인문대 측과 수많은 회의를 하고, 새로운 언어수업으로 학생이 감소될 것을 우려하는 일본어, 필리핀어, 스페인어 수업 운영자들의 견제와도 홀로 부딪쳐야 했다. 그렇게 약 1년을 거쳐 한국어 수업 파일럿 과정이 드디어 대학의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강사가 없다는 것. 박 교수는 하와이뿐만 아니라, 미 전국으로 강사 구인광고를 낸다. 이 과정에서 마우이 한인회와 UHMC 부총장의 지지와 후원도 큰 몫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갈 강사를 찾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대부분 영주권이나 자녀의 어학연수에 관심 있는 지원자들이었는데, 강사직으로는 영주권을 보장할 수 없기에 서로 기대치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1년 반 만에 구한 강사가 바로 최은진 강사. 그녀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워싱턴 주립대에서 일본어를 전공, 이후 Northrop Grumman(노스롭 그루먼, 미 군수품 생산업체) 사와 Nissho Iwai(닛쇼 이와이, 일본 종합무역상사) 사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하고 가족과 마우이로 건너왔다. 마우이 이주 후 6년 동안 그녀는 푸칼라니 초등학교(Pukalani Elementary School)에서 수학 강사를 맡기도 했다.
학부 때 일본어를 전공할 만큼 언어에 관심이 많았지만, 평생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최 강사는 말한다. 박 교수의 제안을 받고, ‘한인사회에 도움이 된다면야’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은퇴 후라 다른 일과 크게 충돌할 일도 없었다. 최 강사의 경우 언어 전공자인 동시에 시애틀, 뉴욕, 달라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여러 곳에서 영어를 구사하며 살아온 세월이 있기에 영어권 학생들에게 한국어의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마침내 강사를 구했고, 2014년 가을 처음으로 한국어 수업 파일럿 과정이 개설됐다. 정원 22명 과정에 19명이 등록했고, 대부분 한국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이었다. 3학기째 수업을 이끌어오는 동안 애로사항도 많았다. 현재 두 사람의 가장 큰 고민은, 학문으로서의 한국어보다는 회화나 한국문화에 관심있는 학생들과, UH의 수업코드를 공유하기에 학문적 내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사이에서 적정 비중의 커리큘럼을 어떻게 짤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목표를 물었다.
박정원 교수는 ‘단기적인 한국어 수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곳 학생들이 한국으로, 한국 학생들이 이곳으로 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한국의 대학교와 연계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최은진 강사는 ‘일단은 이곳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것과 꼭 가르쳐야 할 것을 안정적으로 분배해 가르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단 두 명이서 마우이 한국어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박정원 교수와 최은진 강사. 취재진이 감탄할 때마다 무덤덤하게 웃으며 ‘그냥 필요한 것 같아서 시작했다’는 그들이다.
한국어 교육이 오아후 섬에서뿐 아니라 마우이 섬에서까지 굳건해지기 위해서, 지금의 파일럿 과정이 정규 과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 앞으로 그들이 밟아나가야 할 길은 더 험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길을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 걸어가긴 힘들 것이다. 하와이 내 한국어 수업을 듣고자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교재를 마련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물론 마우이 한인사회, 더 나아가 한국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예산 지원이 더해진다면 UHMC의 한국어 강좌가 정규과목으로 자리하는데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 본다.
<윤다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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