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의 종 울린 미국 독립의 상징적 도시
▶ 최초 의회건물이자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인디펜던트 홀
필라델피아가 자랑하는 박물관 전경
영국 식민지배 끝난 1783년까지 미국 수도 역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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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꽃게는 쪄서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고추장 고춧가루를 풀어 모시조개와 함께 끓인 후 마지막에 쑥갓을 듬뿍 올려놓은 얼큰한 꽃게탕도 잊을 수 없는 한국의 맛 중의 하나다.
워싱턴 디씨에서 40마일 떨어진 곳에 메릴랜드 주에서 가장 큰 도시 볼티모어(Baltimore)가 있다. 오래된 산업도시이자 항구도시, 특히 한국의 꽃게와 비슷한 블루 크랩(Blue Crab)으로 유명한 도시다. 특이하게 이탈리안 쏘스로 매콤하게 쪄 나오는 이 크랩은 7, 80년대에는 싸고 흔하게 먹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많이 귀해져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든 이곳의 유명한 이너 하버(Inner Harbor), Fort McHenry, Federal Hill Park, 수족관 등은 둘러 볼 충분한 가치가 있으나 이번은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얘기가 좀 길어지지만, 나에겐 손위누이 둘이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들이라는 특권을 누리며 말썽도 많이 피우고 실패도 하며 살아와서 어머니 속을 무던히 태웠지만 누이들은 한 번도 어머니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는, 요새말로 엄친딸, 다시 말해 대표적 모범생이다. 그런 누이가 낭만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지상제일주의 운운하며 철없이 자유분방하게 사는 동생을 그들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 할 것이다.
그런 누이 중 하나가 볼티모어에 40여 년을 살고 있는 덕분에 이곳 꽃게 맛은 여러 번 봤다.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 끝에 시간도 그렇고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질 것 같아 이번 여행 코스에선 제외키로 결정하고 편한 친구들에게만 연락한 채 여행길에 올랐다. 나중에 여행기를 보면 좀 섭섭하겠지만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동생이니 이해하겠지...
볼티모어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올라가면 미국 독립의 주역도시 필라델피아(Philadelphia, PA)에 다다른다. 이곳에도 은퇴 계획 일환으로 RV Park을 운영하고 있는 독문학도 멋쟁이 친구가 살고 있어 찾아왔더니 굳이 에어컨이 있는 넓은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이유인즉슨 내 체질이 이런 캠핑장과는 어울리질(?) 않는다나. 집 열쇠까지 내주며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란다. 내 체질이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는데... 문학을 한 친구여서 그런지 누가 뭐라 하던 한 잔의 술과 함께 낭만을 즐기는 여유로움과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사는 법이 뭔지를 소리 없이 나에게 말해준다.
필라델피아 하면 우선 미국 국가의 탄생 도시이지만 나의 뇌리에는 어렴풋이 서재필 박사와 한국 독립운동이 먼저 떠올라 그곳을 우선 찾아 나섰다. 20세 때 갑신정변 실패 후 1886년 미국 망명길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의 미 시민권자, 최초의 의사, 독립신문 창간, 제1차 한인대회 개최 등 왕성한 독립운동을 펼친 우리민족의 선구자였다. 필라델피아 근교 미디어(Media)에는 서재필 박사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살아온 집을 기념관으로 지정하고 서재필 박사의 유품과 함께 갑신정변과 개화운동까지의 역사가 조촐하게 전시되어 있다.
필라델피아는 1776년 7월4일 13명의 대표들이 모여 독립 선언문을 서명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미국독립 선언 후 영국의 식민지배가 끝난 1783년까지 미국의 수도 역할을 하였으며 미국의 공식적인 최초의 수도 뉴욕(New York) 이후 1790년부터 1800년까지(워싱턴으로 옮길 때까지) 수도였기에 독립과 관련된 유적들이 남아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독립 역사공원(Independence National Historical Park)인데 Independence Hall, 자 유의 종 센터(Liberty Bell Pavilion), 국립헌법 센터(National Constitution Center), Library Hall, 카펜터스 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디펜던스 홀은 미국 최초의 의회건물이며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곳이다. 마침 우리가 독립 기념일에 이곳을 방문하게 되어 견학 온 학생들을 비롯, 일반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미의회의 기조가 된 13개의 식민지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승인한 곳, 그리고 그 뒤편의 인디펜던스 광장은 독립선언서가 대중에게 낭독된 곳이기도 하다.
자유의 종 센터 - 인디펜던스 홀의 탑에 설치되었던 종으로 1776년 7월8일 대중을 향하여 독립선언문을 처음으로 낭독할 때 종탑에서 이 종이 울렸다 한다. 이 종은 1846년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 현재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 종이 되었지만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념물로 되어있다.
그 밖에도 최초의 연방의회가 열렸던 Congress Hall, 식민지의 권리를 둘러싼 제1차 대륙회의가 열렸던 Carpenter’s Hall, 등이 역사공원 안에 있고 다운타운으로 가면 르네상스 풍의 건물 시청(City Hall), 과학자 벤저민 프랭클린의 업적을 기념하여 지은 Franklin Institute Science Museum, 로댕 미술관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 한곳, 꼭 들려야 할 곳이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이곳에서 만 하루를 꼬박 보냈지만 제대로 모두 구경하려면 2~3일은 더 머물러야 한다. 파르테논 신전을 모방한 그리스풍의 거대한 미술관은 회화, 조각, 판화, 동양미술 등 40만 점 이상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200개 이상의 전시실이 있고, 1층은 미국미술, 1200~1900 유럽미술, 20세기 미술, 그리고 특별전시장의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2층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미술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으나 불행하게도 상대적으로 한국관은 너무 초라하여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이 미국의 5대 관현악단 중의 하나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지금은 고인이 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와 유진 오먼디 등의 뒤를 이어 현존하는 최고의 마에스트로 샤를 뒤투아(Charles Dutoit)가 명예지휘자로 여름 음악축제를 주관하고 있어 시간을 미리 맞추면 야외에서 환상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미국의 여름 음악제는 해가 질 무렵 저녁 노을을 안고 푸른 풀밭에 앉아 자유로이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음악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보스턴 탱글우드(Tanglewood Festival) 음악제의 감미로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이번엔 즐기질 못하는 아쉬 운 마음을 유명한 Philly’s Sandwich로 달래며 다음을 기약해 보려는데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는 연인을 떼어놓고 오는듯한 애잔한 아픔이 서린다.
<글•사진 성기왕 통신원>
멀고 먼 길 - 장 금 자 -
숨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는 당신
멀고 먼 길 돌고 돌아 찾아간다
흐르는 물 되어
떨어지는 꽃잎 되어
가만 가만 숨 죽여 찾아가다가
성난 비바람 아우성 되어
가슴 가득 두려움으로 뛰어 가다가
때론
먼지 풀썩이며 황톳길로 되돌아오는 길
소낙비에 흠뻑 젖은 걸음걸이로 당신 찾아간다
이렇게 곁에 누워있는 당신
따스한 가슴 그대로인데
오늘도 나는 멀고 먼 길 돌고 돌아
당신 찾아 헤메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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