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Forbes)잡지가 금년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의 명단을 발표한데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 2위 자리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내주었다는 점이다. 3년간 1위를 차지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바마가 3위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제 1년 정도 더 남은 그의 임기가 레임덕(lame duck) 현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고처럼 들린다.
2008년의 경기침체를 물려받았던 오바마가 경제를 회복시켜 실업률이 반으로 줄게 하는 등의 국내 치적은 상당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전쟁 조기종결 공약을 이룩하고자 애쓴 노력에 있어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시리아의 독재자 알 아사드를 축출하기 위한 반 정부세력들의 무장봉기 때문에 발생된 내전에 있어서도 오바마는 우왕좌왕 여러 번 말을 바꾸는 바람에 아사드는 아직도 러시아와 이란의 도움으로 대통령궁에 건재 할 뿐만 아니라 푸틴과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에 갔다 오는 여유마저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빗 이그네시어스는 최근에 시리아 사태에 관한 매우 비관적인 글을 썼다. 오바마는 시리아 내전이 대리전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미 불행히도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IS에 대항하는 시리아 반군 중 미국이 지지하는 세력은 YPG라고 알려진 시리아의 쿠르드족 반군이며 미국의 동맹인 NATO 회원 터키는 이 YPG를 쿠르드족의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있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 속에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러시아의 공군비행기들은 아사드 정부군을 위해 IS점령지역을 폭격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미국, 터키와 요르단이 비밀리에 지지하는 반군들을 공격하는 것인바 반군들은 미국의 미사일을 사용하여 대항하고 있으니 1980년대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이란, 터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시리아에서 ‘대리전쟁’을 격화시키면서 동시에 지난주에는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외교회담을 비엔나에서 개최했지만 시리아의 내전당사자들은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아사드 이후의 체제로 옮겨지는 과정에 대해 합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그네시어스의 주장이다.
그런데 만약 대리전쟁을 진행시키는 외국들이 사태악화를 막지 못한다면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최근 이란과 시리아에 있는 쿠르드족의 정치세력 지도자들과의 연락과 방문을 통해 그들이 ‘크르디스탄’이라는 나라를 세워 그 두 나라와 터키, 그리고 이라크의 국경들을 크게 변모시키게 될 날을 구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만약 러시아, 이란, 터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대리 전투원들이 수류탄에서 뽑은 핀을 도로 집어넣지 않는다면 더 파괴적인 지역전체의 폭발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것이 그의 비관적인 전망이다.
그의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듯한 사건이 10월31일 이집트의 사이나이 반도에서 일어났는데 공항을 이륙해 러시아로 향하던 여객기가 24분 만에 추락해 25명의 아이들을 포함 총 224명이 몰사하게 된 비극이다. 처음에는 IS의 한 외곽조직이 사건 직후부터 그 비행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그럴만한 무기가 없는 자들이 조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허위주장을 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인공위성으로 추락한 비행기에서 발열현상이 포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적어도 미사일 공격은 아니지만 폭발물이 사용되었다는 주장이 유력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일부터 영국과 아일랜드는 시나이 반도에서 자국 국적 비행기 운행을 금지시켰다. 테러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 때문이다.
승객 중 하나가 폭발물을 소지하고 탑승했거나 공항직원의 내부자 소행으로 폭발물이 화물칸에 실린 결과 발생된 테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영국시민들은 불요불급이면 그 지역에 가지 말라는 것이 영국정부의 방침이다. 만약사실이라면 2016년이 더욱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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