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되어가는 일을 보면 세상을 거꾸로, 적어도 세계화의 물결과는 거슬러 사는 느낌이다. 고국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을 바라보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 대다수 국민들과 역사학자들 90%가 반대하고, 교사들, 시민단체와 종교계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얼마 전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고 속전속결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으니,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전문 역사학자들의 학문적 연구와 토론, 교육부의 제도적 절차를 거쳐서 보완하고 변경하면 될 일이다. 더구나 현재는 현행 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문제 삼고 출판된 상대적으로 우편향 교과서로 볼 수 있는 ‘교학사’ 발행 역사교과서도 함께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박대통령과 정부는 느닷없이, 그 동안 정부 스스로가 기준을 제시하여 만든 검정체계를 전면 부정하고 국가 주도로 역사를 단일화해 획일적 역사관이 담긴 국정 역사교과서를, 그것도 단 1년 안에 발행하겠다고 하니 심히 우려스럽다. 역사관에 대한 학문적 토론 과정이나, 합리적인 교과서 변경 절차, 집필 시간 등등을 고려할 때 이는 너무 촉박하고 성급하며 우려를 넘어 위험한 일이다.
역사의 안목에서 볼 때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의 획일화도 우려이거니와, 국정화 과정에서 정치의 역사 개입 여지도 염려된다. 역사에 대한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이미 유엔 산하 유네스코(UNESCO)는 1950년대부터 역사교육에 있어서 정치적 중립성과 학문적 자율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역사교과서 편찬에 정치의 개입을 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연 21세기에 역사를 국가주도로 획일화된 역사관으로 국정화 하는 게 옳은 것인가? 아니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역사에는 문외한이지만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역사의 주체는 과거처럼 왕도 통치자도 아니며 국가를 이루고 있는 시민, 기업인, 노동자, 학생, 예술인 등등 모든 구성원이 역사의 주체를 이룬다. 역사를 보는 입장이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다양해야 한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미래를 열어갈 우리의 학생들은 다양한 역사 해석의 관점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지녀야 한다. 국가에서 정한 획일화된 한 가지 역사관을 주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계적으로 북한을 비롯하여 소수의 독재국가와 저개발 국가들만이 가르치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우리가 따라 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획일적 역사관은 문제가 있다. 만일 일제의 강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모든 일본 사람들이 현 아베 총리처럼 일제의 역사적 과오를 회피하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중심의 국가주의(애국주의) 역사관으로 나오면, 일제 강점기와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다행히 일본에는 소수지만 국가주의 역사관을 넘어 일본의 전쟁 행위를 한국과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인류 보편적 역사관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역사다.
미국인들은 모두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디언의 멸족을 미국의 백인 중심의 역사관으로만 보아야 하는가? 그럴 수 없다. 입장과 처지와 역사관에 따라 다양하게 보아야 한다. 역사는 그런 것이다. 하나의 사관으로 획일화 할 수 없다. 21세기 한국의 역사는 민족, 종교, 국가를 넘어 지구촌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간 모두의 행복과 존엄성 겨레의 평화 통일, 그리고 지구촌 전체의 정의와 평화의 가치관에 위에 기술되어야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통치자는 늘 당대의 역사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조선의 역사를 보면 태종은 ‘태조실록’을, 정조는 ‘영조실록’을, 성군 세종대왕조차도 ‘태종실록’을 열람해 자신의 구미에 맞게 고치려 하였으나 대개 신하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역사는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으며, 엄중하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 앞에서 옷깃을 여미며, 역사를 거울삼고 스승 삼아 미래를 열어간다. 국정화 역사교과서는 역사의 본질이나 여러 면에서 옳은 길이 아니다. 역사는 역사 평가에, 역사기록은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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