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면 언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철자가 틀리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말, 또는 잘못 쓰인 단어들을 찾아내는 버릇이 있다. 비단 책을 읽을 때만이 아니라 거리의 간판을 보거나 심지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메뉴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잘못된 글자들을 찾아내곤 한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글을 쓸 때 절대로 틀리게 쓰는 법이 없이 정확하게 쓰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예전에 학생시절이나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맞춤법에 대해서는 꽤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맞춤법과 표준어 기준자체가 수차례 바뀐 후로는 맞춤법에 통 자신이 없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글을 읽을 때 본능적으로 잘못을 찾아내는 고약한 버릇은 여전하다.
이런 버릇이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접하는 글들에는 맞춤법이 틀리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가게들에 걸려 있는 각종 표시물들에서부터 식당메뉴, 신문, 잡지기사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잘못된 표기들이 의외로 많이 발견된다.
신문이나 잡지에 비교적 자주 글을 쓰는 자칭 문인들의 글에서도 맞춤법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또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간단한 메모, 이메일, 페이스북 포스팅 등에서도 이런 사소한 오류들을 자주 본다. 영어를 쓰는 이들도 이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글은 은연중에 그것을 쓴 사람의 인격과 교양을 반영한다. 그래서 신문을 읽다가도 한두 군데 잘못된 표현이 발견되면 기사자체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고, 식당에서도 메뉴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그 식당의 음식에 대해서까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어떤 사람이 보내온 간단한 문자메시지가 맞춤법에 맞지 않고 문맥이 뒤틀려 있다면 그 사람의 교양을 의심하게 된다.
나는 식당에서나 집에서 식사를 하다가 뭔가가 떨어졌거나 어디에 음식이 묻었을 때 넓은 냅킨을 통째로 덥석 집어서 쓰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냅킨을 필요한 최소한의 크기로 조그맣게 잘라서 쓰고 나머지는 옆에 놓았다가 다음에 또 쓰는 버릇이 있다. 옆에 앉은 사람이 김치 국물이 한 방울 떨어진 걸 닦아내느라 커다란 냅킨을 통째로 쓰고 버리는 걸 보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이 콘도나 오피스 건물 출입문의 장애인용 자동 개폐장치 버튼을 누르고 유유히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또 그 사람이 승강기에 타자마자 ‘닫기’ 버튼을 연속적으로 눌러대는 걸 볼 때마다 괜히 그 사람의 인격을 의심하곤 한다.
여름날 공원에 나들이 갔다가 빙 둘러 앉아 점심을 먹을 때 옆 사람이 맛있게 구워진 갈비를 대충 뜯어먹다가 아직도 살점이 적당히 붙어 있는 뼈다귀를 쓰레기통에 휙 집어던지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나온 수박을 집어서는 한 입만 베어 먹다가 말고는 옆에 있는 사과를 집어서 또 한 입만 베어 먹다가 마는 아이를 보면 괜히 심통이 나서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진다.
그 아이가 커다란 종이수건을 부욱 찢어서는 그 조그마한 입에 한 번 쓰윽 문지르고는 휴지통에 집어던질 때 난 또 속이 거북해진다. 그러다가 그까짓 거 몇 푼이나 한다고 그 걸 갖고 좀스럽게 마음이 쓰여서 괜히 남의 귀여운 자식에게 속으로나마 눈을 흘기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늘 이렇게 쩨쩨한 나 자신이 싫어진다.
사실 글을 쓸 때 한두 군데 맞춤법이 틀리게 썼다고 해서 전체 글의 뜻을 이해하는데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또 사소한 것들을 혼자서 쩨쩨하게 아낀다고 큰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환경이 크게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고약한 버릇들을 수십년 째 고치지 못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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