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던 가을 잔치가 거의 끝나간다. 앙상한 가지 위에 얹힌 푸른 하늘이 춥고 시리게 다가온다. 찬바람과 함께 가을비라도 내리면 길 위를 뒹구는 젖은 낙엽들 위로 잊었던 기억과 상념들이 스쳐 지나간다. 신록에 가려 눈에 띄지 않던 소나무와 사철나무의 푸르름이 눈에 띄며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밖으로 향하던 에너지와 관심들이 마음으로 모아지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지난 온 시간들을 돌아보다 보면 왠지 우울해지고 외롭고 의욕이 떨어지는 증상들이 나타날 때 사람들은 ‘가을 탄다’라고 말한다. 땡스기빙에 함께 할 가족들이 없거나, 멀리 있어 만날 수가 없을 때,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모두를 떠나보낸 후 빈 자리가 더 크게 다가올 때, 마음 한켠이 휑하고 추워짐을 경험한다.
하지만, 우울하고 가라앉은 기분이 정도 이상으로 심해질 때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계절성 정서장애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인 경우에는 단순 감정변화가 아닌 계절의 흐름을 타는 소위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형태는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나타났다가 봄에서 초여름 사이 일조량이 많아지는 시기에 다시 사라져 흔히 ‘winter blues’라고 불리는 ‘겨울성 우울장애’다.
이러한 우울증은 이 기간 동안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겨울철 우울증’의 경우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과식, 슬픔,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괜히 불안하기도 하고 의욕은 떨어지고 잠이 늘어난다. 식욕저하로 체중이 감소하는 일반적인 우울증상과는 반대로 식욕은 약간 증가해서 특히 초콜릿 같은 단음식이 당기고 체중이 늘고 활동은 적어지고, 집중이 어렵거나 기운이 없어진다.
또한 수면욕구도 크게 늘어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아 결국 일이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 쉽다. 통계에 의하면 환자의 83%는 여성인데, 특히 가볍게라도 가을을 탄다면 우선 집과 사무실의 블라인드와 커튼을 걷어 햇빛이 잘 들도록 하고, 야외에서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은 식물이 아니지만, 겨울이 되면서 식물처럼 광합성이 필요하다. 신은 우울증 치료약을 이미 우리에게 선물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햇빛과 운동이다.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되어 뇌 속의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킨다.
더불어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과 식생활, 충분한 물 섭취, 비타민제 복용 등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도 가벼운 계절성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의욕이 떨어지고 몸이 피곤하게 느껴지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귀챦아 집에 혼자 있게 되는데, 그럴수록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 정신적인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계절성 정서장애가 심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될 경우는 전문가를 찾아가 우울한 기분과 심리상태에 대해 진단과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 필요시에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 치료를 보름 이상 해야 하는데,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는 달리 습관성이 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거의 없다.
다른 우울증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약물요법이 효과적이지만 인공적으로 빛을 쪼이게 하여 세로토닌 생성량을 늘이는 ‘광 치료’도 효과적이다. 겨울 블루스에 마음이 휘둘리지 않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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