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김정은의 ‘수소탄’ 실험 성공을 전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들어도 북한의 비정상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일 시절에는 흔히 보이던 사람으로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는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는 72세 여성이라는데 ‘당 중앙(김정은)의 역사에 남을 획기적인 뉴스’를 읽는 그는 감격과 흥분의 분출구였다. 핵 포기는 “하늘이 쪼개져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고조된 억양 자체도 북한 체제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 스탈린이랄 수 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개인숭배가 종교로 되어있는 일당일인 독재 아래서 매스미디어는 정부 또는 노동당 선전국의 지시에 따라 각본대로 쓰고,편집하고 읽어야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어디 매스 미디어뿐이랴. 북한사회의 모든 조직이나 단체가 노동당의 통솔 아래 있기 때문에 당 중앙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숭배하고 김정은에게 복종하는 것이 존재의 근본 목적인 것처럼 교육 받고 세뇌 받아온 사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같은 사회가 바로 북한이다.
예를 들어보자. 핵무기 실험에 들었을 몇 억 달러면 영양부족으로 체중이나 키가 남한 아이들보다 눈에 띄게 못한 북한아이들의 급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쓸 수 있는 신문이 북한에 하나라도 있을까? 미제의 침략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핵개발의 근본 이유라는 선전에 대해 한마디라도 회의를 표명할 논설위원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UN 안보리에서 북한의 제 4차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고려한다지만 관건은 중국의 태도이다.
이제까지는 한·미·일 동맹과의 대치에 있어서 북한의 완충지대 역할이라는 전략적 고려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면서도 북한을 옹호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중국이 달리 나올 수도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김정은의 소위 걸 그룹이라는 모란봉 악단의 북경공연 취소가 중국과 북한 관계의 급랭을 예고했음직하다. 김정은의 첫 애인이었다는 현송월 대좌(대령)가 단장인 그 악단이 북경에서 중국 고위층을 상대로 공연하는 것이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의 전주곡이라고 보던 관측자들마저 있었다.
그러나 악단의 연습과정을 점검하던 중국 관리들이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묘사하는 배경장면을 바꾸라고 요구하자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모란봉악단은 평양으로 급거 귀환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악단이 귀환한지 3일째 되는 12월15일에 김정은은 수소탄 실험 명령서에 서명했다는 보도이고 보면 시진핑 등 중국 고위층이 핵개발을 말려오던 데 대한 정면 반발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외교부장이 북한 대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수소탄 폭발을 비난했었다는 것이 중국의 태도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에너지공급 등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중단하고 북한으로 가는 중국은행의 돈줄을 막는다면 김정은 정권에 치명상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붕괴되어 피난민들이 만주로대거 몰려들 상황과 더불어 핵무기 지휘통제 체계가 무너져 심지어 테러리스트 집단에 핵무기 물질이 파급되는 최악의 상태를 예상할 수있기 때문에 중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태가 돌아갈지는 두고 보아야 할 판이다.
소련공산 제국이 붕괴된 이후 동구권의 공산국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렸고 월맹도 공산국이지만 외국투자를 환영하여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했다. 중국은 등소평의 흑묘 백묘(고양이가 검던 희던 쥐만 잡으면된다)라는 개방이론으로 세계 제2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공산당 독재지만 적어도 최고 통치자는 10년에 한번씩 바뀌는 체제가 되어 국민들의 생활이 많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유독 변하지 않은 곳은 북한뿐이다. 북한 동포들이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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