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후보자의 국적시비가 또 시작되었다. 공화당 경선 후보로 선두를 달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아이오와 주에서 테드 크루즈가 앞서고 있다는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크루즈에 대한 국적 문제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는 크루즈가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로서 미국의 영토에서 태어나지 않았기에 아마 대통령 후보로 부적격일 것이라고 했다. 이런 국적시비로 인해 법원의 선언적 판단을 받거나 혹은 오랜 기간 소송에 휘말리느라 장차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럴 수 있다. 미국의 헌법에는 대통령의 자격이 ‘자연태생(Natural born)’으로만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학자들은 시민권 부모의 외국태생 자녀도 ‘자연태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자녀만이 대통령 자격이 있는 것인지 대한 연방 대법원의 판례는 없는 상황이다.
크루즈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로 아버지가 쿠바인이고 어머니가 델라웨어 주에서 태어났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미국인이기에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것이다. 크루즈는 텍사스 주의 연방 상원의원이 된 뒤 이중국적이 문제가 되자 뒤늦게 캐나다 국적을 포기하였다.
오바마 대통령도 국적 시비로 고생을 했다. 아버지가 케냐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이었지만 오바마가 하와이에서 태어난 것으로 확인되어 일단락되었다.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도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파나마에서 태어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매케인은 아버지가 미군으로 근무하고 있던 파나마 미군부대 안은 미국 영토이기에 잘 해결이 되었다.
만약 크루즈가 트럼프를 체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이 된다면, 민주당에서는 크루즈에게 돌을 던지기 위해서라도 국적시비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 뻔하다.
이런 미국의 정치판에서 한인 2세들 또한 국적시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는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 국적자이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어 복수국적이 된다. 남자의 경우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국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국적 이탈이 불가능해져서 이중국적자가 된다.
최근 한국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여러차례의 헌법소원으로 인한 홍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미주 한국 영사관을 통해 재미동포 2세의 국적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아직도 몇 천명에 불과하고 여전히 국적이탈 의무를 몰라서 신청하지 않은 한인 2세가 대다수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만 18세가 되는 1998년생의 경우 6월14일을 기준으로 이후 출생자는 부계 혈통주의가 아닌 양계 혈통주의가 적용된다. 따라서 미국 남자와 결혼한 한인여성이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을 경우 그 자녀는 복수 국적자가 된다.
올해부터는 국제결혼 가정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더 많은 2세들이 규정을 몰라서 국적이탈을 못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개정 국적법이 원정출산에 집착한 나머지 이런 국제결혼 사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후유증은 앞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한미 간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고 한인 2세들의 미국 내 공직진출이나 정계진출에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최근 재미동포 2세들의 국적 포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한국 신문들의 제목이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국방의 의무가 싫은 그들’ …. 이런 제목을 통해 국방의 의무와 관련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잘못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과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이자 그릇된 국민정서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호적에도 올리지도 않았고 한국에도 갈 의사도 전혀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한인2세 중에서 “제2의 김창준(연방 하원의원)” 이나 “한국계 오바마”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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