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Millennials)’이라는 말이 십수년 만에 미국인들 입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10여명 중 가장 늙은 버니 샌더스(74)가 1일 아이오와주 민주당 코커스에서 손자뻘인 ‘밀레니얼 세대’의 예상외 지지덕분에 힐러리 클린턴의 대세론을 깨고 사실상 무승부를 거두자 종잡을 수 없는 이 신세대의 행보에 새삼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밀레니얼은 1000년 기간이다. 새 천년기간(2001~3000)의 개막초기에 성인이 된 사람들이 밀레니얼 세대다. 대략 현재 18세부터 34세까지다. 직전의 ‘X 세대’에 이어 ‘Y 세대’로도 불리고, 인구분포가 가장 컸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능가해 ‘부머랭 세대’ 나 ‘에코 세대’로도 불린다. 성년이 되기 전후에 9·11 테러사태를 겪었대서 ‘9·11 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연방 센서스는 지난 2013년 밀레니얼 세대 인구를 8,261만 6,000명으로 집계했다. 형뻘인 X 세대(6,549만 4,000명)는 물론 아버지뻘인 베이비부머 세대(7,652만 2,000명)를 압도한다. 미국 역사상 인종적, 민족적으로 가장 다양한 그룹이다. 전체의 43%가 유색인종이며 그 중 대부분이 반세기전 밀려오기 시작한 아시안 및 히스패닉계 이민자의 자녀들이다.
지난 2008년 파산한 ‘서킷시티’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오는 6월 달라스에 다시 매장을 연다. 올해 100주년을 맞는 국립공원국의 최우선 전략도 밀레니얼 유치다. 이번 수퍼보울 TV중계를 시청하며 밀레니얼들이 먹어치울 닭다리가 1인당 142달러 꼴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외면당해온 ‘사이온(Scion)’ 브랜드를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가량은 민주당도, 공화당도 지지하지 않는 정치적 독립을 표방한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진보성향인 민주당 후보를 선호한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도 버락 오바마 후보에 몰표를 안겨줬다. 최근엔 거꾸로 보수 기성세대와 함께 오바마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린다. 밀레니얼 세대 3명 중 1명(29%)은 종교가 없고 3%는 무신론자들이다.
밀레니얼은 미국의 역대 세대 중 교육수준이 가장 높다. 지난 2008년 조사에서 18~24세 밀레니얼 중 40%가량이 대학생이었다. 디지털시대의 선도자도 밀레니얼이다. 이들 중 81%가 페이스북에 평균 250명씩 ‘친구’를 갖고 있고, 55%는 각종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에 ‘셀피’(본인촬영 사진)를 올린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65%는 아직 셀피가 뭔지도 모른다.
밀레니얼 세대 3명 중 1명이 부모 집에 얹혀산다는 기사가 엊그제 보도됐다. 경제적 고난은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학자금 부채(1인당 평균 3만달러)에 시달리는데다 자립하기도 전에 공황을 만나 마이 홈 마련이 아득하다. 3명 중 1명(36%)만 자기 집을 갖고 있다. 자연히 결혼도 늦어져서 지난 2012년 이들의 혼외출산율이 47%나 됐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그쪽에선 ‘2030세대’(19~39세)로 불린다. 미국 밀레니얼보다 고생이 더 심하다. 어느 선대보다도 처절한 이들의 취업난이 국가적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처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서 내집 마련과 인간관계가 추가된 ‘5포세대’가 됐다가 이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가 됐다며 자조한다.
내가 자랑스러워했던 ‘4·19세대’는 흔적도 없다. 그래서 미국의 ‘침묵세대’에 가입(?)했다. 1920년대 중반~194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주류다. 경제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탓에 출생률이 낮았다. 마틴 루터 킹, 로버트 F. 케네디,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 레논, 레이 찰스, 지미 헨드릭스가 이 세대에 포함된다. 버니 샌더스도 그렇다.
침묵세대인 샌더스를 밀레니얼 세대가 찍었대서 즐거워 할 게 없다. 그들이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마리화나를 피워도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돈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가 낀 침묵세대와 그 뒤 베이비부머 세대의 생명줄인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주머니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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