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실 창 밖을 내다보는 얼 김 교장
하와이 원주민 혈통 후손들의 교육기관인 카메하메하 학교는 하와이 원주민의 얼과 전통을 후세에 이어가는 정신 문화 교육의 장이다. 이 학교에서 2012년부터 사탕수수농장 후손인 한인이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얼 김 교장은 지난 해 한인상공회의소 창립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본인 스스로 한인상공회의소 장학생 출신이라고 밝히고 한인상공회의소 장학금이 자신의 학창시절 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김 교장은 본보와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지난 달 메릴랜드에 계신 연로한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기 위해 6월 30일자로 카메하메하 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본보와의 인터뷰는 김 교장의 고별 인터뷰가 되었다. 김 교장은 “카메하메하만큼 교육에 헌신적인 학교를 찾기 힘들며 무거운 마음으로 사퇴한다. 학생, 학부모, 직원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영원한 빚을 졌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아쉬운 심경을 밝혔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6월 말로 교장직 사직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나
성공한 식구들이 많다. 형제로는 큰 형 제롬이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고 누나 주디(한숙)는 콜롬비아 법대를 졸업하고 LA 영화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하와이주립대 East West Center Dormitory Deputy Councillor를 지낸 헨리 H. 김이고 할아버지는 하와이에서 국민보 주필로 활동했던 독립유공자 김현구(Henry Cu Kim)이다. 할아버지는 독립을 위해 네브라스카 한인소년병 학교에서 훈련도 받았다. 외조부모는 플랜테이션에서 일하셨고 한 분은 나중에 재단사가 되셨다. 아버지는 현재 메릴랜드의 벨 에어에 거주하고 계시고 어머니 마저리 한 김(Marjorie Hahn Kim)은 2008년 돌아가셨다.
28년간 교육계에 몸담았는데 교육자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내가 이올라니학교에 다닐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학생에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이올라니 공동체 전체가 아이들을 보살폈지만 나와는 달리 형제들이 다른 사립학교에 다닐 때에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다. 트렌튼 같은 도시나 펜실베니아 서부의 시골지역에서 존중 받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의 수준에 알맞고 도전의식을 북돋을 수 있는 학습의 기회를 통해 각자의 꿈을 이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 때문에 교육계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해병대는 어떤 계기로 입대했나
학비 때문에 입대했다. 코넬에 가기 직전 아버지가 실직하셔서 돈이 없었다. 하지만 해군 ROTC 장학금은 학비, 책, 대학의 몇몇 요금만 지원했지 생활비는 지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와이 한인 상공회의소에서 받은 장학금이 큰 도움이 됐다. (관련기사 본보 2015년 11월 17일자 참조) 해병대의 의무 복무기간 4년이 끝날 즈음에는 해병대에 남을 것인지 교육계로 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교육계를 선택했다.
하와이 한인 상공회의소 장학금은 언제 받았고 어떤 도움이 됐나
1980년에 한 번 받았다. 한인 상공회의소의 장학금 없이는 코넬 대학교에 가지도, 하와이에 남아 있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1달러의 기부건 5,000달러의 기부건 금액에 상관없이 힘겹게 사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한인 상공회의소 장학금 덕분에 졸업하기 전 첫 제복을 사기 위해 약간의 빚을 낸 것 외에는 다른 빚 없이 코넬을 졸업할 수 있었다.
해병대가 아닌 교육계를 선택한 이유는
해병대를 정말 좋아했지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교육을 선택했다. 첫째로 누군가를 돕는 것과 궁극적으로 파괴적인 것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였고 둘째로는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파병 때문에 해병대와 결혼은 양립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당시 아내도 교육계에 몸담고 있었다.
뉴저지에서 24년간 교육자 생활을 했는데 하와이로 돌아온 계기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당시 카운티 교육감이었던 샘 스튜어트 박사가 카메하메하가 새로운 교장을 찾고 있으니 지원해 보라고 권유했다. 교장직에 지원하고 학생들, 학부모, 지역사회 주민들, 선생들, 학교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을 만나 면담을 거친 후 교장으로 임명되었다.
카메하메하 교장을 맡고 있는 소감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여기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카메하메하 학교의 선생님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보내는 헌신과 리더십이 존경스럽다.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나
카메하메하 학생들의 절반 가량은 그들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갈 아이들이다. 높은 교육기준을 홍보하는 것은 쉽지만 학생마다 배우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므로 각 학생에 맞는 교육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학생들의 성장배경과 수준이 각자 다르니 학생들을 다음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적합한 교육을 행해야 한다. 그래서 ‘인게이징 오하나(Engaging ‘Ohana)’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하와이식의 오하나는 직계가족뿐만이 아니다. 학교와 관련된 지역주민들과 직접 대면하고 교류를 맺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그들에게 연설을 하고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게 아니라 상호대화를 용이하게 하고자 한다.
하와이에는 9만 명의 하와이 원주민 아이들이 학교에 갈 연령대이다. 카메하메하 학교와 다른 하와이 원주민 차터스쿨을 합치더라도 최대 1만3천 명 정도밖에 가르치지 못해 다른 하와이 원주민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같이 협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임무이다.
한인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 좌우명이 있다. 첫째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라(Live a life that’s worthy.’ 무슨 일을 하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내 삶에 속한, 나를 도와준 모든 이들에 대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 가족, 아버지, 할아버지, 조상들, 나를 격려해준 선생님들, 아내, 아이들, 와히아와의 이모, 사촌들, 그리고 나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이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
둘째는 내가 철이 들면서 항상 함께했던 말이다. “잃을 수 없는 것을 얻고자 지킬 수 없는 것을 내어주는 자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He is no fool who gives what he cannot keep to gain that which he cannot lose).” 에콰도르의 아우카족에게 선교를 시도하다 살해당한 짐 엘리엇의 말이다. 이 말은 나로 하여금 어떠한 적도 두려워하지 않게 했다. 죽음, 실직, 친구를 잃는 것… 어떠한 분야에서 무엇을 하건 그것에 맞는 명예가 있다. 결과적으로 내 결정이 명예로운 것이었다면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이다.
김 교장의 조부( 김현구) 생전 모습
김 교장(사진 왼쪽)이 대학을 졸업할 당시 부친(가운데), 형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얼 김 교장 약력>
오아후의 카네오헤와 팔롤로 밸리에서 성장1980년 이올라니 졸업. 코넬 대학 입학.
1984년 코넬 대학 졸업. 역사학 학사 학위 취득. 해병대 소위 임관1988년 해병대 전역. 뉴저지의 트렌튼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1991년 프린스턴 우드로우 윌슨 공공 및 국제문제 학교 입학.
1993년 프린스턴 졸업. 국내정책분석 석사 학위 취득. 뉴저지의 체리 힐 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
1996년 뉴저지의 애머슨 중고등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기 위해 하버드 입학 포기.
2002년 뉴저지 주의 ‘올해의 교장’으로 선정2003년 뉴저지 베로나 군구 교육구 교육감2008년 뉴저지 몽고메리 교육구 교육감2012년 카메하메하 학교 교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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