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지역 어느 한인사회 신문에 실린 ‘한인교회는 고립된 섬’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의 주의를 확 끌었다. 그것은 나 또한 평소에 생각해 왔던 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사는 십대 때인 1980년에 이민온 빌리 그래함 센터의 임찬혁 선교사의 강의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곧바로 그 선교센터의 웹사이트에서 임 선교사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 연락했다. 강의 전문을 읽어 보고 싶어서였다. 임 선교사는 고맙게도 서슴지 않고 강의 전문을 보내 주었는데 그 강의의 ‘정리하는 말’에서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
“북미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의 모습은 북미교회의 외부인으로 외롭게 떠있는 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제는 이에서 벗어나, 미주 내에 있는 타민족 교회들, 선교단체들과 좀 더 대화하고, 연합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중략) 더 많은 주류 교회와 단체들과의 연결망을 만들고 서로 배우고 나누는 일에 좀 더 힘써야 한다. 북미라는 바다에 고립되어 있는 섬들 같은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경계선 Korean line)을 넘어서 지역사회를 섬기고, 다민족·다문화 사역에 관심을 갖고 북미의 (재)복음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만일 21세기에도 북미의 한인교회들이 ‘한국 섬들’로 남아 있게 된다면, 미래에도 계속 고립되고, 점차 퇴보하고, 영향력도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인 40여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계속 한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미국인 교회는 가끔 한 번씩 가 보기는 했으나 적을 둬 본 적은 없다. 북미지역에 약 5,000개 가량의 한인교회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대단하다. 그만큼 한인동포 사회에서 교회가 구심점이 되고, 그 역할의 중요성이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앙적인 면뿐만이 아니라 이민 사회에서의 중심으로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위안을 줄 수 있으며 정보교환도 하는 공동체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난 2, 3세들에는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한인 교회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은 상당하다. 이민자들이란 진취적이고 근면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교회들이 갖고 있는 인적자원은 지역사회의 어느 단체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신앙적 열심도 미국인 교인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뛰어나, 생업의 분주함 가운데에서도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는 것을 본다.
우리 한인교회들처럼 새벽예배를 위시해 매주 여러 차례 예배를 드리는 것을 주류사회 교회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교회에 대한 재정적 헌신도 미국인 교회에 비해 훨씬 높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한인교회들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이러한 한인교회들에 역기능 현상도 뚜렷하게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임 선교사가 지적했던 대로 북미라는 바다에 섬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들에 한인사회의 자원들이 쏠리면서 우리 한인사회 전체도 북미사회에서 함께 고립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20년간 생업인 변호사 일을 겸하면서 공직에 몸담아 왔다. 4년간은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기획위원으로 그리고 거의 17년을 카운티 교육위원으로 일해 왔다. 그동안 이 지역 주류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주류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일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살펴 볼 수 있었다. 지역 사회 곳곳에 주민들의 자원 봉사나 지혜가 필요할 때 어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런 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잘 배웠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 한인 동포사회 안에도 인적자원이 풍부한데 그 중 극히 작은 일부분만이 한인사회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모습 뒤에는 이러한 인적자원이 집결되어 있는 한인교회들이 서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제는 한인교회들이 좀 더 과감하고 관대하게,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인적자원을 풀어 주어야겠다. 주류사회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우리 한인 이민사회라면 한인교회는 그러한 고립을 심화시키지 말고 반대로 육지와 연결 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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