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또는 젊은 시절에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공포영화를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세기 초 영국의 여류소설가 M W 셀 리가 불과 20세 전후에 쓴 소설에 기초한 영화들이다. 과학실험에 몰두했던 프랑켄슈타인이 여러 시체의 부위를 뜯어 맞추어 만든 괴물에게 의식을 준 게 화근이 된다. 자기 형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괴물에 의해 살해된 다음 프랑켄스타인 마저 희생되고 마는 내용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의 일요논단에 실린 로버트 케이간의 칼럼 제목은 ‘공화당의 프랑켄슈타인 괴물’이었다. 케이간은 민주당 또는 진보계라고 할 수 있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포스트의 기고 칼럼니스트이다. 그의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이 만든 프랑켄스타인의 괴물로서 공화당이 그에게 생명을 주고 키운 결과 이제는 그 괴물이 자신의 창조자를 파멸시킬 수 있는 정도로 힘을 키웠다는 것이다.
작년 공화당 후보자들의 첫 폭스뉴스 토론회에서 사회자였던 메긴 켈리가 트럼프에게 여성들을 “뚱보돼지” “개” “얼간이” 그리고 “불쾌감을 주는 동물” 이라고 불렀던 역사로 보아 대통령이 될 기품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다른 후보들이 켈리의 그 같은 주제를 강조해서 트럼프를 공격했었더라면 오늘날의 트럼프는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히스패닉 증오 언동과 무슬림권 전체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배제정책을 다른 후보들이 맹공격했더라도 트럼프가 승승장구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트럼프의 막말과 욕설이 얼마나 심한지 아이들이 토론내용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부모들도 있는 판에 공화당의 주류계가 새 세대의 지도자로 점찍어 두었던 마르코 루비오 마저 트럼프와 함께 진흙탕에서 싸우는데 앞장서서 트럼프의 생식기 사이즈까지 언급되는 황당한 장면이 펼쳐졌으니 공화당의 막장 드라마다.
그런 판에 기막힌 것은 이제 4명 남은 후보 경선자들이 당의 지명을 받는 사람을 지지하겠다는 공언이다. 위에 언급한 케이간의 결론은 트럼프가 공화당주자가 되는 것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으니까 딱한 한 가지 방법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은 구할 수 없지만 나라는 아직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현상은 왜 생겼나? 그것은 금번 선거 이후에 중요한 연구과제가 되어 엄청난 양의 학술논문들과 저술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미국의 대중문화와 20세기 말을 전후해서 미국을 쓰나미처럼 강타한 도덕의 지각변동이 한몫 했을 것으로 본다. 종이신문, 잡지들의 부수 감소가 증명하는 것처럼 미국인들 대부분은 뉴스를 TV나 인터넷 등 전파와 전자매체로부터 접한다.
CNN, 폭스뉴스, MSNBC 등 케이블 뉴스의 24시간 7일 방송이 정치뉴스세계를 지배한다. 트럼프는 어프렌티스(실습생들)라는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NBC의 리얼리티 쇼 주인공이었다. “넌, 해고야!(You are Fired)”라고 낙방 실습생들을 내쫓는 역할로 몇 해 동안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트럼프는 시각미디어 조종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불체자 멕시칸들이 중범죄자들이라는 주장이나 2001년 9.11사태 직후에 뉴저지의 회교도들 수천명이 쾌재를 불렀다는 근거 없는 거짓을 지껄여대도 케이블 채널들이 이를 여과 없이 생방송해하는 경쟁심을 최대한 이용한다.
또 미국의 대중문화는 과거 30, 40년 사이에 몹시도 타락된 상태이다. 수많은 리얼리티 쇼들이 종교적인 도덕의 파괴를 조장하고 촉진시킨다. 올림픽 10종 경기 우승자의 성전환 수술이 최대 뉴스거리가 되더니 학교에 남녀공용변소의 설치가 사회주요이슈로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성도덕의 타락은 어린아이들에 대한 정치, 종교, 문화지도자들의 성범죄로 이어지는 심각한 세기말적인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부상하면서 공화당계 쪽에서도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견해마저 등장한다. 하지만 그도 흠결이 많은 사람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나. 이런 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인물이 트럼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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