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부가 12년 만에 재상봉을 이뤘다.
남편보다 한 살 많은 94세를 향수하고 별세한 영부인 낸시 여사가 지난 주 장례식 후 본인 유언대로 남편 곁에 바짝 붙어 묻혔다. 알링턴 국립묘지(워싱턴DC)가 아니다. 지난 2004년 레이건의 장례식이 거행됐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 도서관이다.
태평양을 굽어보는 시미 밸리언덕 위의 레이건 기념도서관은 국립 문서기록관리청(NARA)이 관장하는 전국의 13개 대통령기념도서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레이건이 재임기간 타고 다닌 전용기 ‘에어 포스 원’ (보잉707)이 통째로 보관돼 있다. 레이건이 저격당했을 때 입은 총구멍 난 양복도, 총탄이 0.5인치 빗겨간 심장의 X-레이 사진도 전시돼 있다.
대통령 기념도서관은 미국정부의 독특한 문화시설이다. 각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작성된 공문, 서신, 사진, 소지품, 기념물 등이 모두 보관돼 도서관과 박물관 역할을 겸한다. 역대 대통령 중 허버트 후버(31대)부터 조지 W.부시(43대)까지 13명의 대통령 도서관만 NARA가 관리한다. 이를 위해 NARA는 전담부서인 대통령 도서관국을 1955년 발족했다.
기념 도서관을 꼭 건립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지만 대통령마다 이를 위해 재임 중 개인적으로 (경쟁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인다.
조지 W. 부시는 5억 달러를 모아 달라스에 도서관을 세웠다. 그곳엔 9?11테러로 붕괴된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비틀어진 22-피트 철빔이 전시돼 있다. 모든 대통령 도서관은 완공 후 NARA에 헌납돼 정부예산으로 관리, 보수된다.''
각 대통령 기념 도서관마다 볼거리가 있다. 존 F. 케네디 도서관(보스턴)엔 1961년 앨런 셰파드가 탑승한 프리덤 7호 우주선과 영부인이었던 재클린의 엄청나게 많은 옷들이 보관돼 있다. 모든 대령 도서관 가운데 보관물이 가장 많은 빌 클린턴 기념 도서관(아칸소주 리틀 락)엔 놀랍게도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리처드 닉슨 기념 도서관(캘리포니아주 요바 린다)엔 1970년 닉슨이 백악관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와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프레슬리가 “제발 한번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한 장문(6페이지)의 편지가 전시돼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려 임기 중 스스로 물러난 유일한 대통령이 된 그의 역사적 사임서도 보관돼 있지만 상시 전시되지는 않는다.
제럴드 포드 기념 도서관(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는 월남패망 직전 사이공주재 미 대사관 건물 벽에 세워놨던 계단이 전시돼 있다. 당시 월남인 6,000~7,000명이 이 계단으로 지붕으로 올라가 헬기로 탈출했다.
린든 B. 존슨 대통령 도서관(텍사스주 오스틴)엔 존슨이 1963년 11월22일 케네디 대통령 암살직후 에어 포스 원 기내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할 때 손을 얹었던 천주교 기도서가 전시돼 있다. 그 책은 케네디 것이었다.
지미 카터 도서관(조지아주 플레인즈)에는 그가 받은 노벨 평화상(2002년)과 함께 6학년 때 받은 C학점짜리 음악 성적표가 전시돼 있다.
다른 대통령들도 기념관이 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생가(버지니아주 웨스트모어랜드)는 국립공원국이 사적지로 관리한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기념 도서관(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은 주정부가 소유하고 운영한다. 우드로 윌슨, 윌리엄 맥킨리,칼빈 쿨리지, 러서포드 헤이스 등의 기념 도서관은 민간재단이나 역사학회, 또는 지방정부가 운영한다.
한국에서도 전 대통령들의 기념관은 기념사업회가 건립하고, 운영한다. 한결같이 재임기간의 치적자랑 일변도이다. 지난 2012년 서울 상암동에 세워진 박대통령 기념 도서관은 주민들의 거센반대에 부딪쳤었다. 전남 광주의 김대중 센터는 2006년 이후 7년간 151억 4,000여만원의 적자를 냈다. 한국 전 대통령들은 사후에 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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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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