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천루 스카이라인, 도도한 자태로 나그네 발목 잡아
▶ 현대 문화의 1번지 시카고, 현대 건축물의 보물창고
명성대화재의 비극이 오늘날의 시카고를 재 탄생시키는 계기
미래 옮겨놓은 듯한 현대 건축의 전시장으로 각광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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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달에 구름 가듯 가는 나그네인지 알 수 없지만 내 애마는 Bobby Bare의 Detroit City와 Peter, Paul & Mary의 Five Hundred Miles로 내게 안기며, 떠나가는 길의 아쉬움과 만나게 될 설렘의 두 목소리로 나를 감싼다.
어릴 적 아니 사춘기 시절,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많은 도시 중의 하나인 시카고는 추잉검과 도살장, 통조림, 갱들의 뒷골목 등 으시시하면서도 사내로서 가고픈 곳 중 한 곳이었다.
현대문화의 1번지라고도 하지만 거의 반세기 전, 일찍이 합기도를 이곳에 정착시키고 세계 이곳저곳 심사관으로 다니며 모범적으로 살아온 외사촌 누이 부부가 뿌리내린 곳이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다.
시카고가 과거 대화재의 악몽과 알 카포네 등 악명을 지닌 갱스터 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경제, 문화, 관광의 초일류 도시로 등장하게 된 것에는 시카고 토박이들의 근면한 전통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갱들이 소유했던 클럽은 재즈 블루스의 본향이 되었고, 마천루 사이 골목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카고는 현대 건축물의 보물창고로 이름이 높다. 마천루라는 단어는 시카고에서 생겨났으며 최초로 마천루가 들어선 도시가 시카고로, 도시에 들어서면 우선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의 숲에 감동하게 되는데 각 건물들은 그 높이 외에도 독특한 설계와 디자인으로 미래의 도시를 보는 것 같다.
시카고가 오늘날 현대 건축의 중심이 된 계기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시카고 대 화재라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시카고는 이미 웅장한 도시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1871년 10월 8일 저녁, 웨스트 사이드 지역의 외양간에서 시작된 불은 건조한 바람을 타고 도심 전체에 퍼졌고 시카고는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도시 재건에 나선 시카고는 새로운 도시 계획에 따라 유능한 건축가들이 새로운 건축물 설계에 참가했으며 이에 따라 이른바 시카고 파(Chicago School)의 탄생을 알렸다. 이는 대 화재로부터 1910년까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약한 건축가 공학기술자와 이들의 건축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다.
시카고 파는 미국 근대 건축에서 선구적 역할을 하였으며 현대 건축의 모태가 되었다. 대표적인 건축가로 시카고 파의 창립자이며 현대식 철골 마천루의 고안자인 윌리엄 르 바론 제니(William le Baron Jenney)를 비롯하여 루이스 설리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등이 있으며 이들의 등장으로 시카고가 본격적인 현대 건축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된다.
시카고에는 시카고 건축재단에서 주최하는 고층 빌딩 순환투어가 있는데 시카고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멀리서 보는 보트투어가 있고 거리를 걸으며 볼 수도 있다. 다운타운에는 루프(Loop)라는 철도가 있어 루프를 따라 일부 빌딩들을 보는 것도 좋으나 석양을 보며 배를 타고 돌아 보면 고층 빌딩 숲에 하나 둘 불이 켜지면서 펼쳐지는 야경은, “아~ 시카고!”란 신음이 절로 나온다.
그 중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빌딩, 우리에겐 시어즈 타워로 기억되는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는 높이 443m, 110층으로 1996년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으며 여기에서 근무하는 사람만 12,000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귀가 멍멍해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103층 전망대에 올라, 사방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전경과 바다 같은 미시건 호수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Ledge라는 공간이다.
건물 한쪽 면을 외부로 돌출되게 만든 육면체 공간은 밑바닥까지 통 유리로 만들어져 한 발 밖으로 내딛는 순간, 아찔하며 식은땀이 날 정도로 오금이 저려온다. 시카고를 소개하는 책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빌딩인 마리너 시티(Marina City)는 시카고 강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인데 유명한 건축가 골드버그의 설계로 168m의 높이에 68층 건물이며 위층은 아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저층은 주차장과 선착장으로 이어져 있다.
어디 그뿐이랴. 존 행콕(John Hancock) 타워는 사무실, 아파트, 쇼핑센터가 있는 다목적 빌딩으로 100층에 343m 높이로 검은색 사다리 모양의 육중한 모양새가 무척 인상적인데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이 시어즈 타워보다도 훌륭하다.
그 외에도 시카고 대 화재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높은 석조탑 모양의 워터 타워(Water Tower), 미국 3대 신문사 중의 하나이자 멋진 고딕식 화강암 건축물의 트리뷴(Tribune) 본사 타워, 그리고 트리뷴 타워와 거리 하나를 두고 르네상스 풍의 아름다운 백색 건물인 리글리 빌딩(Wrigley Buiding)이 있는데 바로 그 유명한 추잉검 본사 건물이다.
시카고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꼽히는데 "런던에는 빅벤이, 파리에는 에펠탑, 시카고에는 리글리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그밖에도 트럼프 타워, 루커리 등등이 높이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의 건축물이 다 모인 아름다운 도심을 벗어나 도심 건너편으로 나오면 호반의 도시 시카고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오르려는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이 인간이 신에게 도전장을 내밀 듯 우아하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의 발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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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
장 금 자
하늘은
쪽 빛? 코발트 빛?
눈부시게 아름다운 푸르름?
아니 아니 뭐라 말해도 아까운걸
옆자리 남자
사랑하는 연인 목덜미 더듬는
손길로 운전대 쓰다듬으며 달리네
가득 피어오르는 커피 향 따라
옛 팝송 입가에 번지고
귀밑머리 희끗한 초로의 신사라고
아직 할아버지 소리 사양하자며
같이 흥얼거리는 우리는 정말
나이 잊은 바보인 가봐
산 너머 무지개 따라갔다
눈물만 머금고 되돌아온 옛 시인은 가고
그 무지개 따라 따라
산 넘고 물 건너가는
바보들의 행진 여기 계속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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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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