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상 바로 뒷산에 인디언 투사의 조각상, 역사의 아이러니
▶ 최근 한국의 정치판의 중심에 있는 동문 다수 배출
록키 산맥 시작, 인디언의 성지 블랙힐스 국립공원
영토 잃은 패자의 설움 딛고 원주민 부활할 것인가? ================================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과 악의 이중성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학설은 차지하고 우린 하루에도 마음속에 선과악, 천국과 지옥을 몇 번씩이나 오가곤 한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도시, 명예와 부 뒤로 마약과 깽, 빈곤의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하는 시카고를 출발해 미시건 호수를 끼고 북쪽으로 1시간 반쯤 달리면 위스콘신(Wisconsin) 주에서 가장 큰 도시 밀워키(Milwaukee)를 지나게 된다.
위스콘신의 도시답게 낙농 가공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고 그 유명한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Harley Davidson)의 본사도 있으며, 독일계가 많은 덕에 밀러(Miller) 맥주의 본사가 이곳에 있으나 도시 분위기가 점점 쇠퇴되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도 MLB 프로야구팀 밀워키 브루어스(Milwaukee Brewers)와 NBA 프로농구팀 밀워키 벅스(Bucks)가 버티고 있어 여전히 도시의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
이곳을 거쳐 동쪽으로 80마일 달리면 위스콘신 주의 주도이자 데인 카운티(Dane County)의 군청 소재지인 매디슨(Madison)에 도착하게 된다. 정부 청사가 자리잡아 자연스럽게 공무원들이 거주하면서 도시를 이뤘고 또한 쏘시지 메이커로 유명한 오스카 메이어 등이 들어서면서 식품 가공업 및 낙농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됐다.
특히 위스콘신 대학교(UW Madison)가 일찍이 시내 중심부에 들어서면서 매디슨은 위스콘신 주의 주요 정치, 경제,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UC 버클리와 함께 미국 주립대학의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매디슨 캠퍼스는 현재 한국 정치판의 중심에 서 있는 몇몇의 정치인들이 이 학교 출신이라 더욱 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매디슨을 출발해 사우스 다코타 주까지 가려면 족히 이틀은 꼬박 달려야 하기에 미네소타의 Winona에서 일찍이 잠을 청하기로 했다. 쾌적한 시골의 잠자리와 소박한 아침식사는 또 다른 미국만의 정취가 있어 어제의 피로도 잊은 채 에덴의 서쪽(?)을 향한다. 미네소타, 아이오와, 네브라스카, 사우스 다코타까지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대지 위에 끝없이 펼쳐지는 옥수수를 비롯한 각종 과일과 채소밭은 풍요로운 미국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아침 일찍 래피드 시티(Rapid City, SD)에 도착하여 시내에서 서남쪽으로 25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마운틴 러쉬모어 국립기념 공원(Mountain Rushmore National Memorial)을 찾았다. 마운틴 러쉬모어는 사우스 다코다(South Dakota) 주와 와이오밍(Wyoming) 주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는데 블랙 힐즈(Black Hills Area)라는 산악군에 속해있는 산으로 미국의 건국과 발전에 공헌이 많은 4명의 위대한 미국 대통령 얼굴을 해발 5,700ft 높이의 화강암 돌산에 거대하게 조각해 놓았다.
이로 인해 이곳은 미국 최고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세계 각국의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민주주의의 전당(Shrine of Democracy)이라 불리는 곳이다. 마운틴 러쉬모어가 있는 이곳 블랙 힐스 지역은 멀리서 바라보면 짙은 회색의 화강암 바위산과 전나무,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모습이 검게 보였다고 해서 블랙힐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블랙힐스 지역은 면적이 130만 에이커가 넘는 대단히 넓은 지역으로 마운틴 러쉬모어의 대통령 상을 비롯해, 거대한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석상, 그리고 7개의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이 있으며 이곳으로부터 록키 산맥(Rocky Mountains)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대통령(G, Washington), 독립선언문을 기초했으며 재직 시 프랑스로부터 영토를 사들여 영토확장의 공로가 큰 토머스 제퍼슨(T. Jefferson),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의 승리로 미합중국 체제를 유지케 한 에이브라함 링컨(A. Lincoln), 서부지역에 대한 자연보호에 공헌이 많았고 미국을 오늘날 세계최강대국의 지위에 올려놓은 테디 루즈벨트(T. Roosevelt), 각각의 얼굴 높이가 약 60ft 정도이니 실로 크기가 엄청나다. 1925년 조각가 보글럼(john Borglum)이 작업을 시작하여 중간에 공사비 부족으로 8년간 공사가 중단된 기간을 합쳐 총 14년에 걸친 이 거대한 공사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즈음 아쉽게도 보글럼이 심장마비로 죽는 바람에 그의 아들이 이어받아 완성을 했다.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집념이 빚어낸 공원의 위대한 조각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벽 꼭대기에 그런 조각을 만들어 낸 인간 능력의 한계도 생각해보고 불가능을 뛰어넘는 우리 인간의 의지와 노력 등등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여기서 남서쪽으로 17마일쯤 내려가 러쉬모어 산 뒤쪽으로 커스터(Custer)란 곳에 크레지 호스(Crazy Horse Memorial) 석상이 조각 중이다.
러쉬모어를 조각한 보글럼의 조수를 지내기도 한 코자크(Korczak Ziolkowski)가 인디언 추장 크레이지 호스의 무용담을 듣고 감동하여 1948년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자금난 등의 문제로 아직도 공사가 진행 중으로 공사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본래의 목표대로 산 하나를 전부 깎아 말 타고 머리를 휘날리며 손가락으로 적진을 가리키는 모습의 거대한 조각인데 현재는 얼굴(높이 87ft), 휘날리는 머리칼(길이 44ft)를 볼 수 있으며 그가 사망한 후에도 부인과 자식들이 이어받아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크레지 호스는 미국이 남북전쟁 후 인디언과 영토분쟁이 치열했던 시기인 1876년 용맹을 떨쳤던 수우(Sioux)족 전사의 이름이다. 인디언식 이름은 타슈카 위트코(Tashuka Witco), 크레이지 호스는 리틀빅혼 전투에서 유명한 제7 기병대 커스터 장군를 대파하는 공적을 세운 인디언의 전설적 영웅이었으나 결국엔 이곳에서 백인 병사에 의해 암살되고 만다.
러쉬모어의 역대 대통령 얼굴은 미국 정치사의 커다란 이념이지만 인디언 투사인 크레지 호스의 얼굴은 패자의 설움을 딛고 부활하는 원주민의 절규를 그려내고 있는데 오랜 침묵 속에 과연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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