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비행기를 타러 가다가, 밥을 먹다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갔다가, 춤을 추러갔다가 졸지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 사람들은 참변이 발생할 때마다 촛불 아래 기도하고 흐느낄 뿐 속수무책이다.
지난 28일 오후 10시경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나타난 3명의 테러범들. 군중을 향하여 자동소총을 난사하기 시작, 연이어 폭탄테러를 일으켰다. 무고한 시민 4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 IS(이슬람 국가)의 소행이라 추정된다. 지난 해 1월 파리 공연장 테러, 3월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공항 테러처럼 다수의 불특정 민간인을 노렸다. IS는 영국 브렉시트 이후 전 세계가 그 충격을 미처 수습하기도 전 방심한 틈을 타서 다시 테러를 자행했다.
29일 오전에는 뉴욕 존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수상한 가방이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와 모든 터미널 내 승객이 피신하며 공항이 한때 소개되었었다. 잠시 후 가방 주인이 발견되어 한시간만에 사건이 종료되는 웃지못할 일도 발생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프랑스는 올여름 사상 처음으로 해변가 휴양객을 무장경찰이 보호한다고 한다. 비키니 차림 반라의 여성이 선탠 하는 옆에 총을 찬 중무장 경찰이라니, 완전 해외토픽 사진감이다.
이 예기치 않은 살인폭탄에 누구나 당할 수가 있다.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쾅 소리와 함께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죽어가는 순간 “ 이게 뭐지?” “ 내가 왜?” “ 살고 싶어요 ” 등등의 목소리도 제대로 못낸 채 목숨을 잃고 있다.
안 그래도 우리들은 병들어서 죽고 교통사고나 유독물질, 화재 등의 사고사에 유괴살인, 인신매매, 성폭행, 자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죽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의 목숨이 언제부터 이렇게 파리 목숨이 될 것일까. 이 생명경시 풍조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첫째는 잘못된 정치다. 막나가는 권력 구조 탓이다. 둘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방식, 허영과 탐욕일 것이다. 셋째는 대중매체도 거기에 일조했다.
우리 주위에는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사이트,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영화,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 등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잔인한 폭력물을 자주 보다보면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나도 무감각해져버려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영상물을 보면 영화 ‘곡성’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 드라마 ‘뷰티플 마인드’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에서 피가 튀고 칙칙한 것이 어둡기 짝이 없지만 그 중 ‘마스터 국수의 신’을 예로 들어보자. 재떨이로, 약물로 살인을 아무런 가책 없이 저지르는 사람, 부모님을 죽인 복수를 하겠다고 평생 마음속에 시퍼런 칼날을 숨긴 사람이 손님들에게 먹으라고 말아낸 국수는 먹고 싶지 않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더불어 가장 편안한 마음이 들어가야 한다.
지난 12일 플로리다 올랜도 게이 클럽에서 49명의 생명을 앗아간 총격 사건이 있었고 2주일 후 맨하탄에서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렸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5번가를 행진하며 다 같이 올랜도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차별, 폭력이 없는 세상, 자유롭게 살고 일하고 결혼하자’며 모든 이의 평등을 외쳤다.
총격사건, 테러, 자살, 어느 경우든 생명이 더 이상 덧없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나 자신부터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관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생존경쟁 시대에 살아남는 법 이전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익히는 인성교육을 강조해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귀하디귀한 생명권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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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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