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유산 보호하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간
▶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Going-to-the-Sun
스위프트커런트 호수 정경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공원의 빙하와 호수 순례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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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만이 빚을 수 있는 산과 계곡들, 하늘을 그대로 떠 옮긴 듯한 호수의 색깔, 뜨거운 물이 흐르는 강, 그리고 구름, 바람이 어우러진 야생동물들의 잔치…함께 잠을 청한 엘크(Elk)떼들의 전송을 뒤로하고 진한 커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몬태나 주 북쪽 록키산맥으로 향한다.
500마일 정도 떨어진 글래시어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90번 고속도로에서 나와 일반국도 287로 접어들자 농장의 워터타워 옆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궁금한 것은 그냥 못 지나치는 성격인지라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보니 이곳에서는 잘 알려진 빵 가게 “Wheat Bakery” -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일반 빵을 비롯해 치즈, 잼, 샌드위치도 파는 소위 건강 식품점 - 맛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몬태나 주 북서쪽 캐나다와의 국경에 가로놓인 글래시어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의 하나로 100만 에이커가 넘는 광대한 지역에 산과 호수, 폭포가 어우러진 수많은 절경이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 속에 지질구조 변화에 따라 다듬어진 많은 산봉우리들과 50여 개의 빙하 그리고 200여 개의 호수들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캐나다 국경 넘어 연결된 이 공원은 워터톤-글래시어 국제평화공원(Waterton - Glacier International Peace Park)으로도 불린다.
빙하 호수 폭포가 어우러진 Going-to-the-Sun Road 절경들
글래시어 이름이 말하듯 미국에서 가장 광대한 양의 빙하가 있었던 곳이었으나 2030년 정도에 글래시어 공원에 있는 빙하들이 없어질 예정이라니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글래시어 공원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약 100년 전만해도 공원 안에 150여 개의 빙하가 있었는데 지금은 20여개 밖에 남지 않았다 한다.
글래시어 공원 서쪽 입구 West Glacier를 향해 몇 시간 운전하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호수들, 바다와 같이 큰 Flathead Lake를 비롯하여 Salmon Lake, Swan Lake 등등 빙하가 녹아들어 만들어낸 수많은 호수들을 지나며 록키산맥을 따라 글래시어 국립공원 순례를 하러온 것이 아니라 호수 순례를 온 착각이 들 만큼 많은 호수를 본 여행이었다.
이곳 공원입구 West Glacier부터 시작해서 St. Mary까지 동서로 관통하는 50마일 도로, 공원의 하이라이트, 일명 “Going-to-the-Sun Road”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Spectacle한 길이라고 불리는데 일단 이 산악도로에 들어서면 Spectacle 단어 앞에 “Super Ultra”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록키산맥을 관통하는 이 길을 자동차로 지나면서, 많은 국립공원이 공원 전체를 관통하는 도로를 뚫어 놨는데 이는 캐나다와 차별되는 미국의 자연정복 의지의 소산이라고 하는 비판의 소리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 관리나 운영을 보면 자연유산을 보호, 보전함과 동시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이끌어내려는 미국인들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다.
글래시어 서쪽 입구인 Apgar Visitor Center를 지나 McDonald Lake를 따라 달리니 입에 절로 “억” 소리가 나는 육중한 산 덩어리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나는 이 길이 두 번째이거늘 도대체 이 풍경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하다. 높이도 알 수 없고 깊이도 알 수 없는 산 덩어리들, 낭떠러지 옆을 달리는 아슬아슬한 왕복 일차선 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록키산맥의 형세에 완전히 압도되고 만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거대한 존재 앞에 서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눈으로는 이미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린 절대적인 스케일이다.
험준한 산허리를 감아 도는, 말 그대로 “태양을 향한 길”(Going to the Sun)은 글래시어 공원에서 가장 큰 Lake McDonald를 시작으로, 물줄기가 동서로 나뉘는 대륙 분수령(Continental Divide) 로건 패스(Logan Pass)를 넘어 세인트 메리(St. Mary) 호수까지 이어진다.
공원 일주도로 한 중간에 있는 해발 6,646피트 로건 패스는 Heavens Peak를 비롯한 9천 피트급 고봉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원 관광의 중심이 되는 방문 센터가 있는 곳으로 비록 밤을 보낼 수 있는 숙박 시설은 없지만 자동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미국 내 수백 곳의 국립공원 방문 센터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the Best)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전망대 주변에 Hidden Lake로 가는 길과 공원의 북쪽 지역으로 여행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의 출발점으로 하이킹 마니아들과 캠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St. Mary Lake, Swiftcurrent Lake, Many Glacier Lake 등등 이틀을 이곳에서 머물렀지만 백분의 일도 못 본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더 남는다. 다음엔 시간을 내어 공원의 유명 트레일 몇몇 코스라도 걸으며 마지막으로 사라져 가는 글래시어를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캐나다 국경에 있는 워터튼 국립공원(Waterton Lake National Park)을 향해 국경을 넘는다.
글래시어 국립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캐나다 워터튼 파크는 미국의 글래시어 국립공원 북쪽 귀퉁이 일부로서 큰 호수를 끼고 있는데 호수 앞 언덕에 자리한 프린스 오브 웨일스(Prince of Wales) 호텔은 동화 속에 나올듯한 200년이 넘는 목조건물로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추억이 깃든 곳이다. 프린스 명성에 걸맞은 고풍스런 실내분위기, 세월을 거슬러 그 시절 왕족이 되어보는 즐거움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Going-to-the-Sun
- 장 금 자
태양을 향해
한걸음 두걸음 떼어 놓았지
세상에 나오는 그때부터
재깍재깍 한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등에 지고 우린 알게 되지
아무리 걸어도 뛰어도 날아도 다다를 수 없는 그곳
그런데 난 오늘 그 길을 가고 있어
험한 산을 휘감아 돌고 또 돌아 오르며
전율이 흘러 저 아래 바라보았어
한 눈 아래 펼쳐진 지나온 길
흐드러진 꽃, 조잘거리는 물
때론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우 지나
난 용케 Going to the Sun 다다랐는데
이제 비로서 보게 되는 거야
내려가야 할 저 길이
더 큰 두려움으로 펼쳐져 있는 것을.
<
성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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