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모습 보이고 나서 웃으며 떠나고 싶다”
▶ “이번 대회 1,500m는 준비 안 돼 출전 고민”
박태환, 100미터 예선 통과 실패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쓸쓸한 퇴장을 앞둔 박태환(27)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에도 물살을 계속 가를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9일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경기에서 예선 탈락한 뒤 "저도 이런 모습으로 끝내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나서 웃으며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이 선수 생활의 끝이 아님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박태환은 이날 49초24의 저조한 기록으로 전체 참가선수 중 공동 32위에 머물러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박태환은 앞서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예선에서 10위에 그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200m에서는 예선에서 29위라는 수모를 당한 채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 종목에서 모두 예선 통과에 실패한 박태환은 이제 이번 리우 대회에서 13일 예선을 시작하는 자유형 1,500m 경기만 남겨놓았다.
올림픽 이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박태환은 4년 뒤 열릴 도쿄올림픽에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도전해 보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4년 뒤가 멀어 보이지만 금방 올 것 같다"면서 "도쿄올림픽을 뛴다는 생각이 든다는 시점부터는 지금처럼 준비하고 싶지 않다.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매 시즌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 자유형 1,500m 경기 출전에 관련해서는 "1,500m는 아예 훈련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코치와 깊게 생각해보겠다"며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을 딴 종목인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어이없이 무너진 뒤 그의 호주인 지도자인 던컨 토드는 남은 경기 출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자유형 200m와 400m에 초점을 맞춰 준비해온 데다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박태환은 "하지만 나는 일단 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자유형 100m 출전을 결정했다. 힘들겠지만 레이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루 경기가 없던 날에도 훈련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이날 경기에 대해서도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지금 가진 힘이나 몸 상태에서는 조금이나마 다 끌어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형 1,500m는 다르다. 박태환은 "100m는 사실 200m와 400m 훈련을 하면서 같이 하던 거라 '해보자'고 할 수 있었지만 1,500m는 훈련을 아예 못했고, 할 수도 없었다"며 고민의 단면을 드러냈다.
박태환은 "어렵게 출전한 올림픽에서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준비 안 된 상태로 레이스를 아예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드려도 안 될 것 같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서 먼저 "리우로 오기까지 내 수영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즐거움을 느끼려 했다"고 순탄치 않았던 길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하지만 왜 가장 큰 꿈이었고 20대 마지막 올림픽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야만 했는지 내 마음부터 안 좋더라. 여기 와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아쉽다, 죄송하다'였던 것 같다"면서 자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에 답답해했다.
그러고는 '20대 마지막 올림픽이냐, 수영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이냐'고 묻자 일단 "리우올림픽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오게 돼서 대회 이후의 길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4년 뒤가 금방 올 것 같고, 도쿄는 리우보다 가까워 좋은 기록이나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을 희망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숙제를 풀어야만 하는데 그걸 잘 해왔다"면서 "그런 경험이 많아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쿄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단에도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많은 분이 바란다면 좋은 모습으로 채워드리고 싶다"고 부활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고개 숙인 박태환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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