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란 의미다. 사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외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 마음을 잘 다스려 성공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그 마음이란 긍정의 마음, 불굴의 마음이다.
한국불교의 유래는 오래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삼국시대에 전해진 게 처음으로 고구려 소수림왕(371~384)때라 보고 있다. 그리고 백제와 신라로 이어진다. 인도에서 발생된 불교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된 것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한국 최초의 사찰은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지은 성문사(372)로 본다.
지난달 27일 하버드 출신, 파란 눈의 스님 현각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과의 연을 끊겠다고 올려 한국 불교계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이유로는 유교적 위계, 즉 선배 후배를 따지는 사찰문화와 돈과 얽혀 있어 버리지 못하는 기복신앙, 신도들의 고통에 함께하지 못하는 게으른 승려문화 등을 꼽았다.
1992년 보스턴에서 포교를 하던 숭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각은 1996년 경남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고 스님이 됐다. 그의 책 <만행ː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는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를 전파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유럽에 머물고 있는 그는 파계, 즉 환속은 아니라 못 박는다.
종교기자를 하면서 불교의 사찰과 스님들을 많이 가보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절친한 스님들도 있다. 한국의 불교계는 잘 모르지만 미국의 불교계는, 특히 미 동부 뉴욕을 중심으로 한 스님들은 모두 겸손하며 위계질서를 따지지 않는 것 같다. 기독교에 비해 신도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포교에 열심히 임한다.
혜민스님의 은사인 뉴욕 불광선원 주지 휘광스님은 혜민스님이 대학 다닐 때부터 장학금을 주고 뒷바라지를 하며 아들같이 키운 스님이다. 혜민이 하버드와 프린스턴을 나와 교수가 되고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다음, 불광선원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불광선원엔 혜민 말고도 외국인을 포함 여러 명의 스님들이 거주한다.
기자가 취재를 가면 스님들과 함께 점심 공양을 한다. 주지인 휘광스님, 부주지인 혜민스님, 그리고 다른 스님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데 분위기가 화기에 차 있다. 현각이 말하는 유교적 위계질서 같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다. 그런 사찰의 분위기와 환경이니 혜민 같은 걸출한 스님을 배출할 수 있었을 거다.
기복신앙은 어쩌면 종교의 기원 중 하나다. 아들딸이 수능시험이나 대학입학시험, 혹은 취직시험을 볼 때 잘 보게 해달라고 복을 비는 부모의 마음을 나쁘다 할 수 없듯이 하늘에 복을 비는 행위를 전혀 잘못된 거라 나무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칠 때엔 문제가 된다. 또 성직자들이 기복신앙을 부추길 때 더 문제된다.
현각스님이 한국불교계를 떠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서울대에 왔던 외국인 교수들이 줄줄이 떠난다는 내용의 한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떠나는 그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자신도 이 같은 좁은 정신에서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고 술회했다. 좁은 정신! 무엇이 좁단 말인가.
좁은 정신, 마음씀씀이와 문화와 환경이지 싶다. 화엄경에 보면 마음은 때에 따라 우주를 섭렵하는 큰 그릇이 되고 또 어느 때는 바늘 끝 하나 설 수 없는 좁은 곳이 마음자리라 한다. 한국불교계가 바늘 끝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우주만상을 품에 넣어야 될 불교계가 바늘 끝에 서 있다면 그게 바로 좁은 정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삶과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또한 마음이다. 일체유심조 안엔 생(生)과 사(死)도 들어있기에 그렇다. 25년 동안 한국 불교계에 몸담았던 현각이 떠난다 하지만 더 큰 스님이 되어 돌아오길 바란다. 그리고 불교계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 풍토가 외국인들도 함께 발을 붙일 수 있는 그런 넓은 토양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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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뉴욕지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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