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으로부터의 이사를 불과 120여일을 남겨 놓은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절름발이 오리’로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런지도 모른다.
오바마가 중국 항저우에서의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중국정부가 보여준 행위는 노골적인 홀대였기 때문이다. 다른 18개 국가 정상들의 비행기에는 레드 카펫이 깔린 하강계단이 마련되어 영접의 예우가 극진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에어포스원이 도착했을 때는 하강계단이 붙지 않아 미국 관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보통 때는 짐 운반에 이용되는 비행기 후미 부근의 계단을 이용하여 오바마가 땅을 밟게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 기자들도 그 비행기 뒤로 접근하려고 하자 중국관리가 제지하려 했고 미국관리가 중재하려 했을 때 그 관리가 “이것은 중국 땅이고 중국 공항이다”라고 목청을 높인 것은 이제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세계의 2대 강국이라는 시진핑 주석의 자부심을 믿는 데가 있어서 일 듯 하다.
더구나 수잔 라이스 백악관 안보 보좌관이 오바마에게 다가가려던 것을 중국 관리들이 막다가 마지못해 길을 터 준 것도 라이스가 그 전에 시진핑과 세 차례 회담을 했었다는 점으로 보아 고의적이었을지 모른다. 중국의 그 같은 결례는 신흥 졸부의 거만함에 견줄 수 있는 소인배의 행위로 보인다.
시진핑에 대한 별명이 (진)시황제라는 점이 예시하듯이 그는 10년씩 최고 집정자가 바뀌는 현 제도로 만족치 않고 모택동처럼 장기 집권을 모색하기 위해 자신의 신격화를 꾀하고 있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한미 간의 사드배치가 못마땅할 것은 당연하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토권 주장이 미국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는 것도 시진핑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고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적 또한 내정간섭 쯤으로 들릴 것이다. 따라서 몇 달 있으면 물러날 사람을 좀 욕보여도 상관없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을지도 모른다.
중국의 결례에 대한 오바마의 반응은 역시 신사적이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와 수행원 수 때문에 외국 방문 때 항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장선상에서 두 나라 실무자들 간 연락과정 중의 오해로 기인했다는 설명이었다.
항저우를 떠나 라오스에 도착한 오바마는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양국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두테르테의 막말 때문에 회담이 취소되고 워낙 예정에는 없던 박근혜-오바마 회담이 이루어 졌다. 필리핀의 제 3대 도시 시장으로 22년간 재임하면서 욕설 투성이인 두테르테는 금년 5월 마약사범들을 재판 없이 즉결 처분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다. 6월 취임해서 두 달이 좀 넘는 기간에 그는 공약대로 마약 밀매자들을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려 적게는 1,000명 많게는 2,000명이 사살을 당하게 했다. 그러니 유엔, 교황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에 대한 두테르테의 반응은 깡패 두목의 무절제한 욕설 그대로이다. 그는 라오스로 오기 직전의 기자회견에서 자기는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라면서 만약 회담에서 오바마가 마약과의 유혈 전쟁이나 인권유린을 언급하면 그를 개새끼라고 욕해줄 것이라면서 오바마를 ‘갈보 자식’이라고 불렀다. 회담은 취소하면서도 그에 대한 오바마의 반응은 역시 점잖기 짝이 없었다. 두테르테는 ‘색채가 강한 남자(Colorful guy)’라고 묘사했을 뿐이었다.
막말로 대선후보가 된 트럼프가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도 있음직하다. 만약 클린턴이 되더라도 트럼프 지지자들 중 반 정도가 승복을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정치와 사회의 안정이 뒤흔들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참으로 이상한 선거판이다. 이래저래 오바마의 심경도 착잡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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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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