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서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 정부나 병무청으로 부터 한국 국적법에 대한 자료 및 설명을 받았으나 이해를 할 수 없어 나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대사관 담당자는 대뜸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아버지는 백인 미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한국 사람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혼혈인이 성과 이름도 영어로 되어 있고, 얼굴도 백인처럼 생긴 사진이 담긴 미국 여권을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는데 문제가 되나요?”
즉 “설마 미국 사람인 혼혈인이 한국 방문 중에 군대에 끌려가는 일은 없겠지요”라는 전제하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그 질문을 접한 나는 깜짝 놀랐다. 미 대사관에서도 이 문제를 관심 있게 보아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그동안의 홍보가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알고 마음 한 구석 위로가 되었다.
나는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미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한국을 90일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태어난 혼혈인은 90일 동안 한국 방문 중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90일 이상을 체류하고자 할 때는 문제가 다르다. 미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을 통해 한국 방문비자 혹은 체류비자를 신청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비자를 신청할 때, 혼혈인이 태어날 당시 한인 어머니가 영주권자였던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자동으로 한국 국적자로 분류되어 한국 비자조차 신청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이런 혼혈인은 올해부터 실시하는 개정 국적법에 의해 만 18세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못할 경우, 한국병역을 마치지 않는 한 만 37세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몰라서 만 18세에 한국국적 이탈을 못한 혼혈인도 원칙적으로 한국 여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야 하며 장기체류 시 한국 병역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런 복잡한 내용을 자문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미국 태생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에 장기체류하다가 군대에 징집 되어 미 대사관에 구호요청이 제법 있다고 한다.
한인 2세 중 주한 미대사관 외교관, 주한미군, 그리고 미국 로펌의 변호사로 한국으로 발령받으면 한국 국적법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인재 등용’이나 ‘원어민 영어교사’ 모집도 한인 2세 남성과 여성 모두가 국적이탈과 한국 여권신청 등 복잡한 절차와 시간 때문에 한국행을 아예 포기하는 실정이다. 한국도 손해고, 동포도 모두 손해인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뒤 미 대사관 담당자는 내가 제기한 헌법소원 판결문 등 관련 자료를 부탁하여 보내 주었고 이를 통해서 미 대사관 측에서는 한국국적법과 미국법의 충돌에 의한 법적, 외교적 피해를 막고자 준비를 서두르는 듯하였다.
반대로 이번에는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한인 2세를 살펴보자. 얼마 전 워싱턴에 연수온 한국의 한 고급 공무원이 한국 국적법을 옹호하면서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미국의 연방정부나 사관학교 등에서 어떻게 혼혈인이나 한인 2세들이 한국국적까지 가지고 있는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습니까?”
즉 한국 사람만 알 수 있는 한국 국적법을 미국 사람들은 모를 것이니, 한인 2세가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 때문에 미국에서 공직진출이나 사관학교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냥 속임수를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로 들렸다.
현재까지 수많은 한인 2세가 연방정부, 정보기관, 군 그리고 사관학교에서 신원조회 시 알았건, 몰랐건 “복수국적자가 아니다”라고 표시하고 있다. 한국 국적법과 달리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 5차 헌법소원을 접수할 예정이다. 나는 헌법소원을 위해 미국에서 태어날 당시 아버지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한인 어머니가 영주권자였던 1999년 생 남자를 찾고 있다. 주위에 그런 분이 있다면 반드시 추천해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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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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