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국 국회의장 초청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나는 원래 이런 모임에는 잘 안 갔다. 고국에서 소위 거물 정치인이란 사람들이 이 곳에 방문하면 이러한 간담회가 열리곤 하는데 그저 의례적인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담회라지만 적게는 수십 명 그리고 많게는 수백 명이 모여 정작 방문한 ‘정치 지도자‘와의 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리고 방문자의 일방적 연설이나 듣는 것은 내 성격상 도대체 맞지 않다. 솔직하게 강연이나 연설회라고 명칭 한다면 자존심도 덜 상할 텐데 꼭 간담회라고 한다. 아마 그래야 대외적인 명분이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러나 같은 시간의 레드스킨스의 시즌 첫 풋볼게임을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갔다. 왜냐하면 국회의장과 주미한국대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진즉에 했어야 할 인사였다. 다행히 주최 측의 배려로 국회의장 그리고 대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어 인사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번 학년도에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공립학교가 두 곳이나 더 늘었다. 보통 한 곳이 추가되기도 힘든데 말이다. 리버티 중학교와 센터빌 고등학교가 바로 그 두 학교인데 많은 한인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바로 그 학생들에게 모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1999년 이래 지금까지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로는 페어팩스 고등학교 단 한 곳, 그리고 중학교는 전혀 없었다. 페어팩스 고등학교까지 가서 한국어 과목 수업을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동시에 두 학교가 추가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뒤에 한국정부의 공이 있다.
물론 그 동안 콜린 파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심화 이중 언어 교육이 여러 해 째 실시되어 왔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 결국 리버티 중학교와 센터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니, 그 학교들에서 계속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교육 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는 당연한 수업 기회를 못 만들어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콜린 파월 초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학생들이 리버티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아직도 3년 후이기에 올해부터 리버티 중학교와 센터빌 고등학교에 한국어 과목을 개설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게 좋고 현재 그 두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있는 만큼 3년을 기다리지 말자는 데에 뜻이 모아졌다.
하지만 언제든지 새로운 과목을 개설 할 경우 충분한 숫자의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수강 신청 학생 수에 따라 교사 채용 조건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풀타임으로 채용해야 좋은 교사를 구할 수 있는데 수강학생 수가 충분치 않으면 풀타임으로 할 수가 없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바로 주미대사관을 통해 한국정부로부터 한국어 과목 개설에 사용할 수 있는 그랜트 제공 약속을 받았다. 물론 그랜트 액수는 교사 반 명 분이었지만, 그 그랜트로 인해 마음 놓고 풀타임 교사를 고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랜트 전달식을 어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센터빌 고등학교에서 가졌다.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그랜트 제공이 국익 차원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 학교에만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인 동포로서 그리고 카운티 교육위원으로서 나는 큰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랜트 외에도 2011년부터 작년까지 한국어 과목 지원으로 40만달러 이상의 그랜트를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에 제공해 온 고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절을 올린다. 앞으로도 미 공립학교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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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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