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약 열흘 간 고국을 방문했다. 2년 만이다. 이번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관계 일로 보냈다. 2년 전에는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감, 그리고 고등학교 교장 한 명과 같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학무담당 총책임자, 그리고 ESOL 디렉터와 같이 다녀왔다. 그들에게는 아시아 국가 방문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여러 학교들을 찾아가 수업도 참관하고 교육 관계자들과 의견도 교환했던 이번 경험이 특히 한인들에 대한 이해와 한인 학생들 교육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번에도 인천시 교육감을 만났다. 국정감사 하루 전날이어 바빴을 텐데 환대해 준 교육감에게 감사한다. 경기도 교육청의 부교육감은 우리의 일정에 맞추어 부천의 한 중학교까지 직접 찾아와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의 예술교육 과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다음 달 말 미국 방문 때 페어팩스에 오고 싶다고 했다.
대구시 교육감과도 회동을 가졌다. 그는 한국 전체 17명의 교육감 가운데 4명밖에 되지 않는 보수계 교육감 중 하나이다. 그 와의 만남은 처음이었는데 대구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대구가 대한민국의 “교육의 수도”라며 그러한 업무표장을 특허청에 등록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물론 대구가 교육의 수도라는 주장에 다른 교육청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구에서 서로의 문화 이해를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일부가 지난봄에 페어팩스 카운티의 어떤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 때 이 곳 학교의 한 선생님이 한국에 관련한 비디오를 보여 주었는데 한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들이 많이 포함되었다고 했다. 비디오의 내용은 우리가 대구의 학생들을 인솔하고 페어팩스에 왔었던 영어 교사의 수업 시간으로 안내되었을 때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방문에 맞추어 미리 계획했던 것처럼 보이는 그 수업에서 해당 비디오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비디오에서는 한국에 대한 대표적 특징으로 10가지가 거론 되었는데 자살, 학원, 성형수술, 매연, 공해, 알코올 중독이 포함된다고 했다. 대구에서 이 곳을 방문한 학생들이 이러한 내용을 접하고 당황했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소개하기에는 내용면이나 의례상 적절하지 못했음은 분명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 그 비디오가 보여지고 그 비디오의 출처가 어디였는지 알지 못하나 우리는 그 학교 측에 일단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 후 세계 여러 나라들의 문화를 배우는 교육장소로 사용한다는 대구의 한 지하철 역에 위치한 글로벌 스테이션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 곳 방문 때 나와 같이 한국에 갔던 교육청 직원들은 바로 전에 대구의 고등학교에서의 비디오 건이 생각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글로벌 스테이션에서 미국 문화라고 소개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나에게 지적했다.
그 곳에서 당시 소개된 미국 문화는 풋볼 시합 전에 있는 ‘테일게이트 파티’였다. 그런데 이 파티가 미국 문화라는 것 자체에는 큰 논란이 없을 수 있으나, 유일하게 소개되는 미국문화로 그것을 선정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테일게이트 파티가 항상 긍정적인 면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파티를 하는 풋볼 팬 숫자가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파티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풋볼 시합은 보지도 않고 파티만 하는 경우도 많으며, 종종 과한 양의 음주가 행해지기에 꼭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한 대표적 미국문화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상충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서로 다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느꼈다. 그렇기에 서로 더욱 큰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 이견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번 한국 방문처럼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상호교류가 왜 중요한지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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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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