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집안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완용을 위시한 을사오적 중의 하나인 이근상이 나의 고모부였다. 당시 궁내 대신이었던 그는 군부대신이었던 자기 형 이근택과 함께 나라를 팔아먹고 일황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았다. 내 선친의 누님과 결혼했지만 워낙 첩실이 많았던 탓인지 고모님은 항상 외로운 분이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얼굴만 잘 생긴 게 아니라 말솜씨로도 사람을 매혹시키는 하녀 하나에게 홀딱 빠진 고모님은 그를 양녀로 삼아 전 재산을 그에게 주었기 때문에 가문에서 두고두고 말이 많았었다. 나중에 그 여자가 여승이 된 것을 보면 무속신앙에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조종하는 초인적인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 같다.
‘카리스마’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선물이라는 어원에서 나왔다. 그러나 악마 사탄도 악한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고 그 편인 마귀들도 신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을 받아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한국을 위기상황에 몰아넣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도 그런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킹한 이메일을 자꾸 폭로해서 힐러리 클린턴 진영을 긴장시키는 위키리크스가 국무부의 외교 행낭을 해킹해 밝힌 것 중 하나가 2007년 대선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이었다. 그 대사는 최태민을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표현했다. 그레고리 라스푸틴은 러시아 정교회의 신부로 황태자의 혈우병을 ‘기적’으로 고쳤다고 해서 황실의 총애를 받고는 갖가지 비행과 부도덕으로 제정 러시아를 멸망으로 이끄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 요승(妖僧)이었었다.
최태민에게는 요승이란 표현이 적절한 듯하다. 일제 치하에서는 경찰이었다는 그는 일곱 번이나 개명을 했고 당시로서는 드물게 다섯 번 결혼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리고 불교 승려였다가 가톨릭 신자가 된 후에는 이 종교 저 종교 다 합쳐서 새 종교를 만들고 교주 노릇을 하던 이력도 있다. 다시 버시바우 대사의 전문으로 돌아가 보면 “카리스마가 넘치는 최태민 목사는 인격 형성기에 박근혜(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 결과 최태민의 자녀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소문이 만연하다”라고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지만씨가 “누나는 최순실, 정윤회(최순실의 전남편)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라고 말하곤 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인 최순실씨에게 대통령 연설 원고의 첨삭을 맡겼다. 국무회의의 내용 등 대통령과 당사자들만이 알아야 되는 내용이든 30센티 두께의 비밀문건이 매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에게 전달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한 걸음 더 나가 개성공단의 폐쇄 등의 결정에도 최씨의 입김이 서려 있다는 등, 어떤 기준으로 봐도 비정상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통치는 국민들은 참담하고 부끄럽게 만든다.
21세기 대명천지에, 그것도 G-20에 들어가 있는 나라에서 고려 조정의 요승 신돈의 전횡을 상기시키는 짓을 최씨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박 대통령의 정신세계에 미친 영향력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최씨가 박대통령의 옷을 고르는 일을 전담했다는 사실에서 혹시나 부적 같은 것을 넣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까지 해본다. 영계의 마귀들과 교신한다는 영매술사들, 또는 무당들은 너무 작아 눈에도 잘 띄지 않는 부적 등으로 고객의 원수를 해할 수도 있고, 고객의 중병을 고치거나 치부득세를 가능케 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최씨가 민속신앙과 관련이 있는 무슨 부적을 옷에 넣어 박 대통령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라는,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박 대통령의 행동이 그만큼 해괴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박 대통령에게는 최씨만이 아는 말 못할 비밀이 있어 그가 이를 폭로할까 두려워 하자는 대로 꼭두각시 역할을 해왔던 것인가? 특검에서는 아마도 세월호 침몰 시 박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마저 다루게 될는지 모른다. 어찌됐든 한국 정국은 패닉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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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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