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세 차례의 대통령선거 TV 토론회가 끝났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민망할 정도로 밋밋하고 그리 개운치 않은 토론회인 듯하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은 양당 후보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나름의 느낌을 나눠 보고자 한다.
사실 이 무렵이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고, 은근 선거 결과와 새로 등장할 정부에 대하여 기대감을 갖는다. 한 동안 무심했던 주권의식이나 참정의식이 되살아나고,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실망대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되살아나는 시기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주는 사회적 활력이다.
그러나 주위를 보면 투표에 대한 기대가 심드렁하다. 선거를 앞두고 마땅히 누구를 찍어야 할지 그다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고민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는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트럼프와 힐러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 이유를 조사해 보니 지지하는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상대 후보가 싫어서’라고 응답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지하는 후보가 마음에 들어 찍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 싫어서 투표장에 가는 선거라면 이런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회칠한 무덤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마땅히 찍을 후보가 없어서 고민 한다면 이런 마음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본다. 제 3당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양당제가 뿌리 내린 미국이라지만 선거에서 왜 반드시 양당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면면을 보면 제 3당 후보도 능히 관심을 둘만하다.
물론 아직은 제 3당 후보에 투표해서 대통령에 당선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한 표가 미국의 정치지형을 새롭게 바꾸는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제 3당 후보자를 찍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양당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될 수 있다. 아직은 희망사항이지만 제 3당 후보가 15% 이상의 지지를 받게 되면, 우리는 대통령후보 TV 토론회에서 세 사람의 후보가 함께 토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양당제를 실시한 지 200년이 지났다. 사회가 다양해졌고, 정보화시대로 시대가 변했다. 21세기의 다양한 시대적 욕구를 양당제가 다 담아 내기란 버겁다. 양당 중심의 정치지형이나 선거운동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 ‘돈(錢)의 전쟁’이라는 표현되는 현 선거제도는 참신하고 다양한 비전을 지닌 정치 신인들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
그러면 정치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제 3당의 후보가 있는가? 우선 자유당의 게리 존슨이 있다. 개인 자유의 극대화(Maximum Freedom)와 정부 기능의 극소화(Minimum Government)를 기치로 내건 자유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120만 표(전체 유권자 1%)를 얻었다. 다음으로 환경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도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경선에서 낙선한 버니 샌더스 후보의 정치적 대안으로 자처하며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제 3정당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건국 이래 남북전쟁기간을 제외하고는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미국 정치지형을 유지해 온 미국이 이번 선거를 통하여 양당제를 더욱 공고하게 할 지, 아니면 비호감도가 높은 두 후보에 실망한 유권자들이나 무당파를 중심으로 제 3당의 후보가 약진하게 될지 뚜껑을 열어보아야 알 것이다. 정치지형을 바꿀 제 3당 후보의 득표에 대한 관심이 주목 받고 있다.
오늘날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마음과 주권을 담은 한 사람의 표는 세상과의 정치적 소통이며, 미국을 새롭게 바꾸어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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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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