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는 문화의 시대적 변화 읽을수 있어야 생존”
▶ “문학은 ‘깨달음’, 득도의 지경까지 이르도록 탐구해야”
소설가 조정래 선생이 버클리에서 자신의 문학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는 비인간적이고 불의한 현상에 저항해야”
“공동체에 유익하게 글로 행동하는 것이 사명”
“인생은 자신이 주인공인 단 1회 연극”
정치권의 감투 제의 사양하고 글쓰는 일에만 전념
===
대하소설의 작가 조정래(73)가 버클리대학 주최의 ‘한국 문학 국제심포지엄’에서의 발표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맥’(10권)을 시작으로 ‘아리랑’(12권) ‘한강’(10권)에 이르는 32권의 대하소설로 일제강점기에서 한국 전쟁기,개발 독재기까지 소설로 한 시대의 역사를 쓴 작가이다. 한 작가가 세편의 대하소설을 위해 20년 세월을 온전히 바친 예는 한국 문학은 물론 세계문학사에도 찾아 보기 힘들다. 지난 18일 대하소설의 작가 조경래를 그가 머물렀던 버클리 다운타운의 샤턱호텔에서 만나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새 문명의 이기로 한국 문학도 위기
지난1993년 바로 이곳 버클리에서 열렸던 ‘한국문학의 국제화’에 대한 세미나 참가후 13년만에 다시 왔다. 문학에 대한 위기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정에서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태어날때부터 있어 왔다. 소설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는 라디오를 시작으로 영화, 컬러 TV, 컴퓨터, 휴대폰, 스마트 폰으로 이어 왔다. 이중에도 스마트 폰이 독자를 가장 많이 빼앗아 가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IT 산업의 발달로 옛날 책 중심의 시대는 도태되거나 경시를 받는 것이 전 세계적 현상이다. 최근 종이책의 판매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1천부도 안팔리는 책이 허다 하다. 작가들이 굶어 죽을 형편이다.
△위기는 작가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
문학에 대한 위기는 작가의 노력으로 극복 할수 있다. ‘태백산맥’을 쓸 당시에는 TV체널이 다이얼로 독자들이 채널을 바꾸는데 1분을 기다렸지만 현재의 리모콘 시대에는 1초도 기다리지 않는다. 작가로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를 의식하고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1분과 1초와의 싸움인 시대의 변화를 읽을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 폰과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선 독자들이 소설을 다 읽을때까지 책을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도록 압축된 문장으로 짧게 역동적으로 재미있게 써야한다. 이와같은 노력으로 책을 읽히도록 하는것은 작가의 책임이다.
△재능보다 피나는 노력이 더 중요
소설을 잘 쓰기위해서는 철두철미한 현장 취재와 자료 조사, 전문가를 능가할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 70-80년대 재능만 갖고 글을 쓰던 단순한 시대는 지나갔다. 재능이 40%, 노력이 60% 이어야 한다. 소설의 첫문장을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기위해 수십매의 파지를 생산하고 있다. 내가 감동할 수 있을만큼 죽음이 보일때까지 재능을 능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문장을 쓰기위해 하루 이틀 쓰러질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소설에 있어 제목과 처음과 마지막 문장이 가장 중요하다. 젊은 작가들이 술이나 마시며 허송세월하면서 소설이 안팔린다고 말하면 안된다. 문학은 '깨달음'이다. 탐구에 힘써 득도에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노력 해야한다. 언어를 능가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태백산맥’ 쓸 때 아버지 임종 못 지켜
인생은 한번 살다가 가는데 각본도 연출도 주인공도 자신이 하는 단 1회의 연극이다. 1분 1초도 함부로 하지 않고 글쓰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 바쳐야 한다. 태백산맥을 집필중에 아버지가 별세했는데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손주도 동생에게 '할아버지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것 봐라. 인기 소설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다. 여러사람이 만나 잡담이나 중언부언 하면서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은 가장 허망한 일이다
△작가는 미래를 조망하는 선지자
작가는 비인간적이고 불의한 현상에 저항하여 미래를 열어 나갈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에 유익하게 글로 행동하는 것이 의무이자 사명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 시대의 등불이나 나침반이라 할수 있다.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는 선지자,예언자가 돼야한다. 인간에게 기여하는 작품을 쓰려는 노력을 죽을때까지 계속해 나갈것이다.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가 “언제나 민중과 함께 있으라. 그러나 반 발만 앞서 가라’고 한말이 나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아내가 볼때 ‘작가 조정래는 행복하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아내 김초혜 시인은 "남편은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에 다 쓰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결혼 50주년이라면서 남편은 도덕적으로나 정직, 성실면에서도 100점이라고 칭찬했다. 열혈 팬들이 많아 '정치권의 감투 제의'도 있었으나 사양하고 오로지 글 쓰는 일에 열심을 다한 사람이다. 이에 조정래 선생은 "인간은 오로지 한가지 일만 잘 할수 있다는 신념으로 한번 사는 인생 올곧게 살기위해 다른 세계에 눈을 뜨지 않고 소설을 쓰는 일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그는 돈도 명예도 초월하여 핸드폰이란 문명의 이기에도 편승하지 않고 아내가 대신 전달자 역할을 해주는 삶을 살고 있다.
△나이는 먹어도 정신은 늙으면 안돼
괴테는 '예술가는 80세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는 먹어도 정신은 늙지 않고 청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소재를 정해 자료를 모으고 과일이 농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순간에 글을 쓸 생각이다. 앞으로 4편정도를 10년동안 쓰고 모든노동에서 해방되어 완전한 휴식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때는 치매도 에방할겸 한글 붓글씨를 써 전시회를 하면서 작품은 독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계획이다.
버클리대학 한국문학 국제 심포지엄장 입구에 조정래의 소설이 전시되어 있다.
작가 조정래 조정래 선생은 전남 승주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0년 ‘현대문학’에 소설 ‘누명’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는 70년대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전쟁과 민족분단의 문제를 소설적 주제로 삼고 ‘유형의 땅’(1981),’인간의 계단’(1982), ‘박토의 혼’(1983)등을 발표하였다.
1981년 ‘유형의 땅’으로 현대문학상,1983년 소설’불놀이’로 대한민국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대하 장편 소설 ‘태백산맥’을 1983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89년에 전10권으로 완간하였다. 이 작품은 분단극복의 의미를 적극화하기 위해서 민족사회의 내재적인 모순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소설은 광복직후의 이념적 혼란에서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기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 내부에 은폐되어 있는 구조적 모순을 규명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버클리대학 동아시아 어문학과 권영민 교수는 “이 작품은 이데올로기 문제에 내재해 있는 역사적인 모순의 극복없이는 분단 극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분단극복을 위한 문학적 성과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조정래 선생은 ‘태백산맥’에 이어 대하 장편소설로 ‘아리랑’(1995) ‘한강’(2007)등 32권을 내놓아 한국 문학사의 거장으로 떠올랐다. 그의 최근 작으로는 장편 소설 ‘허수아비 춤’(2010).’오 하느님’(2007), 정글만리(2013), ‘풀꽃도 꽃이다’(2016) 등이 있다.
<
손수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