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는 인구 70만명이 좀 안 되지만 두 개의 도시나 마찬가지다. 타운하우스만 해도 100만 달러가 훨씬 넘는 조지타운 등 서북지대는 백만장자들이 많아 평균 연 수입이 20만 달러 이상이지만 동남지대는 거의 흑인들 아니면 히스패닉 등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평균 연 수입이 1만5,000달러 정도다.
서북지대에는 흑인들 중 성공한 사람들, 예를 들면 정부 고위층, 대기업 임원 및 전문직 종사자들이 간혹 섞여 살지만 백인들이 절대 다수이다. 가난한 흑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일수록 범죄 특히 절도, 강도, 살인 등 흉악범죄가 많이 발생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청소년 범죄자들의 갱생을 목적으로 한 청년 사회복귀법(이하 청복법)의 시행결과에 대한 일련의 기획기사들을 게재했다.
1980년대부터 실시되어온 그 법은 22세 미만의 청년 범죄자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기 위해 흉악 범죄가 아닌 죄목들에 대해 유죄를 자인하면 판사가 집행유예 아니면 법정 형기보다 짧은 기간의 선고를 내릴 수 있으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유죄판결 기록의 말소를 명할 수 있다.
그중 한 기사는 살인 죄목으로 22년 형기를 받고 웨스트버지니아 소재 연방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윌·스몰우드(24)와 그의 어머니를 포함한 친척들 그리고 그의 두 딸의 엄마인 22세짜리 여인 그리고 그의 변호사 등을 인터뷰했다. 스몰우드가 저질렀던 여러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청복법” 아래 집행유예를 거듭 받아왔던 끝에 2014년 6월 3일 밤에는 정신병력이 있는 어떤 노숙자의 랩탑을 강탈하던 중 BB건으로 그를 살해한 결과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배경이 소상히 설명되어 있다.
기사 가운데는 스몰우드가 15세 때 13살짜리 여중생과 눈이 맞은 결과 17세 때 아이 아버지가 되는 과정도 나와 있다. 내게 놀라웠던 점은 그 여중생이 아예 스몰우드 어머니의 아파트로 이사 와서 같이 살았다는 사실이다.
그런 환경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없어서 그는 중퇴생이 되고 학력이 없는 그가 취직을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스몰우드 어머니의 수입으로는 아이 분유 사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스몰우드가 방황하면서 크랙 코카인도 팔고 하면서 돈 몇 푼 생기면 애기용품이라도 사곤 하던 처지가 묘사돼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 속담이 꼭 맞는 말이다. 이것저것 훔치다가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 가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강도짓을 한다.
관선 변호인은 물론 ‘청복법’ 아래 검사와 협상해서 감옥에 가지 않도록 판사에게 건의했고 판사는 스몰우드가 ‘분노 억제’ 세미나에 참석하는 조건을 걸어 석방시켰고 기록도 안 남게 처리되었다.
그 같은 폭력적 강도짓을 여러 차례 했건만 계속 ‘청복법’의 혜택을 누려오다가 스몰우드는 갱생이 되기는커녕 살인범이 되고 만다.
대도시 흑인 밀집지역의 범죄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볼티모어에서 금년도에만 300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시카고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갱단들의 총격사건이 잦다 못해 무고한 사람들이 집안이나 차속으로 오발되어 들어오는 탄환의 희생자가 되기도 한다.
이혼 가정들 아니면 10대 청소년들 사이의 출산으로 아버지 없는 미혼모 가정이 늘고 있는 현상은 암울한 전망을 낳게 한다.
남자 불량 청소년들이 끼리끼리 몰려다니다보면 범죄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흉포해져서 어떤 동네는 낮에도 위험할 수가 있다. 포스트의 일련기사들은 좋은 취지나 의도에도 불구, 결과적으로 ‘청복법’ 수혜 젊은이들이 다수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현상을 파헤쳐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해결책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제도의 붕괴, 도덕의 타락으로 인한 모범 인물의 부족, 대도시들의 고등학교 중퇴율이 시사하는 공교육의 실패, 높은 실업률 그리고 범죄율 등 미국사회의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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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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