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날 사람은 떠나고, 들어올 사람은 들어온다”
▶ 트럼프 당선으로 변화 예상...기술 인재 유치 힘들어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상견례 및 미팅을 갖고 있다. 기업인들의 상기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바마케어*공유 경제와 연계...밸리 테크 기업 정치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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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자’라는 표어를 내걸어 온 세계 첨단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
겉으로 보면 평온하기만 한 곳, 정갈하기 그지없는 깨끗한 건물들, 잘 다듬어진 도로들 가운데 위치한 수많은 실리콘밸리 지역 기업에는 새로운 기술혁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자신만만한 표정의 고급 두뇌들이 즐비하다. 그 밝고 당당한 얼굴의 이면에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야누스의 모습이 비쳐진다. 최고급 삶을 즐기는 하이테크 전문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생산직 근로자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팔로알토에 거지들이 많이 있다는 지적은 이를 잘 묘사해준다. 이는 실리콘밸리에 부가 축적되는 것과는 별개로 시간당 15달러 미만을 버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미국의 가구당 소득 중간 값이 53,000달러인 것에 비해 실리콘밸리의 가구당 소득 중간 값이 94,000달러에 달할 정도로 지역 주민의 20퍼센트가 가난한 층에 속한다. 트럼프 시대를 맞는 실리콘밸리의 변화되는 모습은 어떨까. 이를 진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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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실리콘밸리가 시름에 빠졌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이 정보산업기술(ICT)과 관련된 공약을 발표한 것과 달리 애플처럼 미국이 아닌 해외 지역에서 수익을 걷고 있는 기업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을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에 대한 재협상이나 탈퇴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실리콘밸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서게 되었다.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기업 주요 최고경영자들이 최근 트럼프와의 미팅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하지만 트럼프가 지향하는 경제 및 주민 정책의 근본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리콘밸리의 변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미국의 폭스 미디어는 최근 보도에서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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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조업과의 단절
트럼프는 중국에 4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애플 등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한다. 이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도 재앙과 같은 일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말 그것이 실행되어 애플의 아이폰 생산 비용이 폭등하여 수익이 적어진다면 애플은 애플 스토어를 닫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용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요즘과 같은 시대에 자동화된 공장이 고용을 창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로봇이 움직이는 첨단화된 제조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제조업의 미국으로의 회유가 과연 얼마나 효율이 있을지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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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정책
전 세계의 최고급 인재를 빨아들인 실리콘밸리는 명실 공히 전 세계 기술 산업의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문화권, 하나의 민족만으로 구성되었다면 그러한 지위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지금도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고, 고급 인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모두 현재 중국인, 인도인, 한국인, 유럽인 등 외국인이 하고 있는 고급 전문직을 최대한 미국인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매년 1:3의 경쟁률로 점점 얻기 어려워지는 H-1B 비자는 더 얻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결국 수많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리콘밸리는 테크 산업의 세계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세한 스타트 업들이 해외 인재를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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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
실리콘밸리는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지나 공유 경제 시대에 들어섰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끄는 이 시장은 그 회사들이 의료보험 등을 제공하지 않는 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오바마 케어 파기는 그들로 하여금 정규직을 잡지 않으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게 할 것이고, 그들은 정규직을 찾기 위해 우버 운전 기사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반면 개인 사업자들에게 유리해 질 전망인 세제 개편은 공유경제를 활성화할 여지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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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실리콘밸리는 인종, 성적 지향, 성별에 의한 차별 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덕분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도인 CEO들, 커밍아웃 한 게이인 애플 CEO 등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왔다. 트럼프의 백인 위주의 인종차별, 성차별적 정책은 그들의 설 자리를 축소시킬 것이며,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능력만 있으면 피부색과 성별과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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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실리콘밸리의 발전은 정부 정책의 도움 보다는 자유방임에 기초해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에 미국 정부가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지도 않았고,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를 조성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느슨한 규제와 자율적인 투자, 그리고 이민의 나라라는 미국의 특성이 전 세계의 돈과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이 곳에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미국 시민권자를 억지로 채용하게 하고, 외국인의 취업을 제한하며, 공장 위주의 제조업을 다시 심는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며 중국과도 연계되는 실리콘밸리의 선순환 구조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미국 경제의 두 중심 축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체제와 지향점이 중부, 남부 등 미국 다른 지역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로 인해 다소 무리한 주장인 캘리포니아 분리 독립론(Calexit)까지 나오는 등 트럼프의 정책에 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표심은 부의 분배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럽에 비해 미국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유는 기술 발전 때문이라는 것인데 201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상위 1%가 전체 부의 34%를, 0.1%가 15%를 소유하고 있으며, 금융 위기 후인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늘어난 소득의 95%를 상위 1%의 주민이 가져갔다고 한다.
엘크 브린조프슨 MIT 교수는 “이런 소득 격차의 원인이 기술 발전에 있다”고 주장한다. 브린조프슨 교수는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고, 기술 발전으로 경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혜택은 소수자들에게 제공된다는 의미이다.
실리콘밸리 조인트 벤처 네트웍 자료에서도 실리콘밸리에서 중간층은 이제 사라졌고 아주 부자이거나 아주 가난한 사람들만 남았으며 이들이 집값, 교통비를 비롯한 모든 생활비를 증가시키고, 소매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하거나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고 최근 분석 자료에서 지적했다.
U.C. Davis 교수인 크리스 베너도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수천억달러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1998년 이래 실리콘밸리에서 일자리의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부의 평등을 위해서 ‘하이테크 영역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도록 교육의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견도 내세우고 있지만 노동직 근로자들에겐 요원한 허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부의 평등을 위한 실현은 단순히 기술을 넘어 정치의 영역과 맞닿게 된다. 경제적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분배를 결정을 담당하는 정치적 활동 또한 점점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정의로운 분배를 위해 정당한 정치활동은 필수적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상당수 주민들의 표심은 실리콘밸리에 집중된 부의 분배를 위해 트럼프의 역동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치 같은 것 신경 안 쓰고 기술에 집중하던 실리콘밸리의 “정치력”이 처음으로 심판대에 올랐다는 분석인데 이러한 흐름은 결국 실리콘밸리를 정체 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냐, 아니면 부의 나눔으로 기술 시장을 정체시킬 것인지 이에 대한 흐름이 궁금해진다. 사진 설명산호세 지역의 노숙자 숫자가 전년에 비해 15%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리콘밸리 지역은 부익부 빈익빈 이라는 빈부의 차이가 대단히 큰 지역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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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사람은 들어오고 나갈 사람은 나간다.
지난 수십년간 많은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기술이 우수한 인력이 많고 벤처자본이 몰려 있으며 인터넷 산업을 통한 막대한 부를 꿈꾸며 실리콘밸리로 모여 들었다. 실리콘밸리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아직도 밸리 내에 사무실이 빌 경우 곧바로 다른 업체가 입주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사무실 임대료의 급상승으로 많은 업체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퍼포먼스 폴리머 테크놀로지(Performance Polymer Technologies)나 마이크로 컴퓨터 보드를 생산하는 갤릴 모션 콘트롤(Galil Motion Control Inc.)사도 새크라멘토 근처인 로즈빌로 이주했다. 갤릴의 웨인 바론씨는 “사무실 임대료도 너무 많이 올랐고, 직원들도 샌프란시스코만이나 그 인근 지역에서 살기에는 물가가 너무 높다”고 불평한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나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덧붙인다.
바론씨에 따르면, 자신들이 새로 입주한 로즈빌 지역에서는 1평방 스퀘어피트(sqf)당 임대료는 1달러에 불과하지만 실리콘밸리의 건물주는 2달러 50센트을 요구했고, 다음 입주자에게는 5달러를 부과할 것이라고 한다. 새크라멘토 지역 상업무역기관에 근무하는 바바라 헤이스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회사들로부터 입주 공간을 위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 회사입장에서 보면 실리콘밸리를 벗어남으로써 많은 비용이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으로 이주한 회사들의 경우, 향후 2년간 임대료만 수천만불 정도 절약될 것이며 인건비 또한 저렴해 그 절감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 회사들의 현금보유고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여 기업에는 이중 삼중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즈도 밸리 기술 기업들이 애리조나 피닉스, 워싱턴 주의 시애틀, 남가주의 롱비치나 뷰에나 파크, 오레곤의 포틀랜드, 메드포드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들은 타 지역에 비해 기술 인프라가 잘 깔렸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제도가 잘 돼 있으며 주택 가격도 밸리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저렴하다는 분석도 덧붙엿다.
무디스 애널리스트인 잭슨 키첸은 "배이 지역의 폭발적인 성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와 있다"며 "기술 인력들이 뭔가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기술 기업이 빠져나오곤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많은 신생 스타트업들은 자본을 투자할 벤처 투자가를 찾아 여전히 실리콘밸리로 몰려들고 있다. 각종 이벤트나 컨퍼런스, 유력한 IT 전문가와, CEO들과의 인적 네트워킹 형성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현재 많은 기업주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떠날 사람을 떠나고 들어올 사람은 들어오는 형세이지만 지난 2-3년과 같은 부동산 호황은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대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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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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