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여곡절 끝에 2017년 유지 선언... 한국어 특기자 선발 제외등 소문 무성
▶ 공식 모집 요강은 아직… 속단은 금물
합법적으로 미국 시민권 획득할 수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통로중 하나로 인기가 많은 외국인 이민자 미군 입대 프로그램 매브니(MAVNI)의 존속 위기가 한차례 위기를 넘어섰다. 미 국방부는 지난 9월 30일 시효만료로 중단됐던 매브니 프로그램을 1년 더 연장, 2017년 9월30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수 강경파들이 “불법으로 자행되는 이민자 사면 프로그램”이라 지칭하며 매브니 제도의 폐기를 시도했으나 폴 라이언 하원의장, 피터 세션스 하원운영위원장등 공화당 지도부가 이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유지의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완벽히 문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다. 매브니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한국어 특기자는 더 이상 선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원서 접수일도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채 내년 5월경으로 잠정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다시 열린 것에 대해 매브니를 준비하던 한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매브니는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통로로서 큰 인기를 끌어 왔다. 90일 이상 미국을 떠나지 않고 2년 이상의 거주기간을 채운 17~35세의 이민자가 합법적인 신분일 경우 어렵잖게 기본 자격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학생비자(F), 취업비자(H), 교환방문비자(J), 주재원비자(L), 연수비자(M), 약혼자비자(K)가 포함되며 I,O,P,Q,R,S,T,TC,TD,TN,U,V등 대부분의 비자 소지자들에게도 신청이 허용된다.
추방유예프로그램 혜택을 받고 있는 DACA 학생들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자, 망명 승인을 받은 자에게도 자격이 부여돼 국가에 봉사하며 불안한 신분을 해소해 왔다. 현역과 예비역 46개 외국어 특기자 프로그램, 의사와 간호사, 헬스케어 종사자, 전문 기술자 프로그램등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국어 구사자 선발은 미주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전문 컨설턴트들이 존재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아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 가까워지며 이민자들의 신분문제가 연일 이슈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매브니에 합격하고 입대를 준비중인 이현지(24)양, 올 해 5월 군복을 처음 입고 6년간의 군생활을 시작한 예비역 브라이언 정(25)군, 그리고 가주의 모병 담당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매브니의 준비과정과 복무체험, 현재 매브니의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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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도 낙관도 아직은 시기상조”
2017년 매브니, 현재까진 ‘오리무중’
2017년 매브니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다. 미 국방부의 매브니 관련 공지가 내려진 이달 초 각 언론사는 매브니의 부활에 대해 대서특필했다. 매브니 쿼터가 열리길 학수고대하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활발히 움직였고 수많은 정보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그간 지원자수가 기준치를 크게 웃돈 한인은 선발하지 않는다는 루머, 2017 매브니와 관련된 국방부의 발표문에 명시된 46개 외국어 특기자 분야에서 한국어가 빠져 더 이상 한국어 특기자를 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매브니 관련 공식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현재 2017년도 매브니 지원서를 받지 않고 있으며 현재 합격후 대기중인 인원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는 포스팅이 6일과 7일 업로드된 이후 새로운 소식이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산호세에서 한인 모병관으로 활동하는 배성훈씨는 “2017년 매브니와 관련한 어떠한 모집요강이나 지침사항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현재로선 내년 5월경 원서접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나 이 또한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향간에 나도는 한국에 특기자 모집과 관련된 소문에 대해서도 “정확한 매뉴얼이 나와야 설명이 가능하다.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가주에 거주하는 박광근 모병관 역시 “지금은 2017년 매브니가 닫혀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현재 입대를 확정짓고 신병 훈련소 입소를 준비하고 있는 대기자들의 정체현상, 복무를 시작한 인원들에 대한 밀린 시민권 취득 등 행정적인 문제들이 먼저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 상황에 대해 박 모병관은 “희망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단계도 아니다”며 “내년 4~5월정도에 모집이 예상되니 그 전에는 지침이 내려질 것이다. 지금은 멀리 보고 인내의 시간을 갖아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맹신할 수도 없다”며 “미국 체류를 위한 방법으로 매브니에만 올인하는 것이 아닌, 차선책을 대비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매브니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http://www.goarmy.com/info/mavni#sthash.vJTnArVy.dpuf,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사항들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MAVNI-377822249040936/)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야외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는 이현지양은 지역에서 펼쳐지는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색다른 경험을 쌓았다. 형형색색의 파우더를 맞으며 5km 마라톤 코스를 달리는 컬러런 행사에 참석한 현지양(가운데)이 친구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군대가 내 운명이었어요”
당찬 여장부 이현지양의 미군 입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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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여장부’, ‘군대체질’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지만 진짜 군인이, 그것도 미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이현지양. 입대일을 불과 10여일 남겨둔 이양은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입대후 훈련병들이 받는 트레이닝과 관련된 동영상과 후기를 살펴보며 “‘이것이 머잖아 내게 펼쳐질 운명’이라고 떨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이양은 9년전인 2007년 12월 미국땅을 처음 밟았다. 청소년기를 거쳐 평범한 대학생활을 즐기던 그가 군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건 UC버클리 대학 졸업장을 받아쥐고 1년이 지난 올 봄 무렵. 이양은 “취업난에 생활비와 신분걱정까지 겹치며 앞날이 캄캄하던 차에 학교 선배 오빠들이 하나둘씩 군대에 가겠노라고 공부른 시작했다”며 “비자 만료를 앞둔 나에게도 지금의 모든 걱정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의 상의를 거쳐 입대를 결심한 것이 5월, 2016년 매브니 지원 마감일이 6월말로 통보된 상황에서 이양의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류를 제출하고 군대 입대시험(ASVAB) 공부와 체력단련에 매진한 이양은 무사히 한달만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합격 통지를 받아냈다.
그는 “10과목에 달하는 모든 공부를 완벽히 할 수 없어 고득점시 주특기 선택에 유리한 영어와 수학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고 준비 과정을 되뇌었다. 데드리프트, 제자리 멀리뛰기, 20M 왕복달리기 등으로 구성된 기초체력 테스트역시 “평소 스쿼시와 축구등 운동을 많이 해 와 특별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무난하게 통과했다”고 전했다.
매캐닉과 의무병과에 지원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 그는 망설임없이 후자를 자신의 전문 보직으로 정했다. 이 양은 “기계보다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 일이 더 보람차다고 느꼈다”며 “어린시절 장래희망이 경찰과 소방관이었다. 어찌보면 비슷하게 꿈을 이룬셈”이라고 미소지었다.
새해를 맞이하기 무섭게 사우스 캐롤라이나 포트 잭슨으로 향하는 이 양은 총 26주의 훈련병 생활을 그곳에서 보낸뒤 프레즈노에 위치한 유닛에 배속돼 6년간 예비역 생활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시민권이 가장 눈에 보였지만 준비를 해 갈수록 군생활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커다란 경험과 자산이 될 것이라는걸 확신하게 됐다”며 “다치지 않고 건강히 잘 다녀와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 며칠뒤 현지양에게서 입대일이 연기됐다는 연락이 왔다.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는대로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편지를 받았다는 현지양은 “변한 것은 없다. 초조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더 잘 준비해서 다녀오겠다”고 근황을 전해왔다.)
지난 5월 신병교육훈련을 받을 당시 전투복을 착용한 뒤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는 브라이언 정군. 이제는 표정에서 한껏 여유가 드러난다.
“기회를 꼭 붙잡으세요. 문은 두드려야 열립니다”
어엿한 미 시민권자로 거듭난 브라이언 정 군
짧은 머리와 검게 그을린 얼굴이 군인임을 대변해주는 브라이언 정군은 매달 1회 자신이 배속된 발레호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다.
지난 5월 첫 군복을 입은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신병훈련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는 정군은 입대 6개월만에 시민권 선서를 마쳤다. 88M(Moter Transport Operator)보직을 부여받은 정군은 부대의 모든 차량을 효율적으로 수송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일상생활을 즐기다가도 캠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그는 이번달에도 기초 체력단련과 전투훈련, 주특기 훈련을 이미 수행했다. 그는 “각오를 너무 단단히 했는지 처음 생각보다는 군생활이 훨씬 수월했다”며 “친구들, 전우들도 많이 만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더욱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서니베일 집과의 거리가 50마일이 넘어 훈련기간 예비역들에게 제공되는 호텔에 묵으며 한번에 이틀, 많게는 사흘간의 일정을 소화한다는 정군은 “진지한 훈련에 임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 자신이 성장해나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정군은 2022년까지 미 육군 소속 예비역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동시에 남은 학업에도 열중할 계획이다. SFSU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장차 법학 대학원에 진학, 국제법을 심층 공부해 인권을 돕는 일을 위한 자산을 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당당한 미국 시민이지만 정군에게도 적잖이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서류 미비자로서, 그리고 청소년 추방유예조치(DACA) 수혜자로서 움츠린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 앞서는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DACA 제도의 첫 혜택을 받았으며 한박자 빠르게 매브니에 지원해 지금에 이르렀다.
자신이 DACA임을 밝히고 이스트베이 한인봉사회에서 DACA 알리기 아웃리치활동에 주력한바 있는 그는 “서류미비는 죄가 아니다. 당당히 세상에 나와 도움을 받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대날짜를 눈앞에 두고서도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싶다고 했던 정군은 “내가 직접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다”며 “나의 사례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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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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