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공정은 고구려사 인식에 대한 중국의 역사 침탈”
▶ 중국, 고구려를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파악... 중국역사에 편입시도
고구려 두번째 수도였던 집안의 광개토왕릉으로 추정되는 장군총
한국, ‘KOREA’표기 고구려에 기인, 역사의 계승중시 계통론적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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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사이에 만주와 한반도를 지배했던 고구려를 두고 역사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들어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 정권으로 파악하여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 시키려는 노력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로 창립 103주년을 맞은 오클랜드 한인연합감리교회(담임 이강원 목사)는 3,1절 기념행사로 정호섭 교수(UC 버클리 방문학자. 한성대학교 역사문화학부 )를 강사로 초청하여 12일 동 교회당에서 ‘중국의 동북 공정과 고구려’주제의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정호섭 교수는 고구려는 어떤 나라인가를 시작으로 동북공정의 추진 배경,한국과 중국의 주장과 역사관 차이,유적현황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정호섭 교수는 고려대와 대학원에서 한국 고대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교수는 고구려 발해 학회 총무로 발해연구 활성화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기획 총괄위원으로 남북역사학의 이질화극복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 해온 고대사 전문학자이다. 다음 내용은 정호섭 교수가 이날 특강에서 발표한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에 대한 내용을 요약 정리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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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만주와 한반도를 지배했던 고구려는 다종족국가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되지 않고 동북아시아에서 중원과 다른 또 하나의 세력권을 구축하면서 독자적인 천하관을 가진 국가였고,정치적 혹은 문화적으로도 선진적인 국가였다.
2000년대 들어서서 중국의 국가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동북공정은 고구려에 대한 우리의 역사 인식에 위협을 가한 역사침탈로 받아들여졌다. 2002년부터 중국 사회과학원 변강사지중심 주도로 진행한 동북공정을 통해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 국가이며,중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이론적 틀을 정교하게 구축하였다.특히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파악하여 고구려사를중국사로 편입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동북공정은중국이 동북지방의 안정을 꾀하면서 과거 불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중국사의 범주를 최대한 확장하면서 동북아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극단적인 패권주의 역사관을 천명한 것이다.동북공정의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기에 여기 일일이 거론하는 것은 때늦은 감이 적지 않다.
하나의 역사를 두고 극단적으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과 중국이 역사인식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 중화민족주의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을 근거로 고구려사를중국사로 편입하고 있는 반면,한국은 족속계통론에 입각한 역사계승의식을 토대로 하여 고구려사를 바라보고 있다.
즉중국이 영토지상주의 역사관을 주장하고 있고,한국은 단일민족주의라는 입장에서 역사적 계승관계를 중요시하는 계통론적 역사관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동북공정과 같은 역사갈등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영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양국이 극명하게 역사관의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비난하거나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것도 현실적으로 올바른 방향이 아닐 것이다.
역사논쟁은 냉정하게 학문적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다만 여기서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고구려가 어떤 의미로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고구려 첫번째 수도였던 환인의 초기 산성인 흘승골성으로 추정되는 오녀산성. [사진 정호섭 교수 제공]
■동북아 역사전쟁
첫째,동북아시아에서 과거의 역사를 두고 일종의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갈등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중국보다 논리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역사적 계승성이다.특히 고구려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우리의 영문 표기가 KOREA인데, 왕건의 고려에게 기인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고구려 중기에 이미 고구려의 국호는 고려로 표기하고 있었고, 고구려 당시의 비석인 충주고구려비에도 고려로 표기되어 있음이 확인되며,많은 중국 사서들에서도 고려로 표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따라서 현재 KOREA라는 영문 표기는 고구려에서 기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아울러 오래 전부터 고구려의 역사의 우리의 역사로 인식하여왔는데,발해나 왕건이 세운 고려도 고구려를 계승하였다고 천명하였다. 역사적 계승성이 명확하고영문표기의 기원이 되는 고구려는 우리의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세계화 물결 사회문제로
둘째, 현재 가속화하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국경을 넘어선 이주가 전지구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세계적으로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한국사회도 인구의 2%이상이 이주자임을 감안하면 이주로 인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다.이주와 이민이 내재하고 있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들을 쉽게 풀어 나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며, 그들과의 어울림이 무엇보다 중요한 다문화사회가 되었다.이처럼 다문화사회에 수반되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 고대에 있어서도 이주는 매우 빈번하였다.특히 고구려는 다종족국가로서 다양한 이주민을 받아들여 포용하고 그들을 융합시키면서 국가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러한 고구려사회에서 요구된 것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혼합되고 변형되는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현재 한국사회에서 다문화를 접근하는 방식인 일방적 강요와 편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융합과 어울림을 바로 고구려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고구려사회의 역사적 경험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역사책무는 통일
셋째,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제기되는 역사적 책무는 분단국가를 하나의 통일국가로 만드는 일이라 할 것이다.특히 남북분단상황에서 모든 환경이 너무나도 차이가 있어서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남북의 동질성에 대해 치열한 내부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분단된 국가의 현실에서 남북갈등 뿐만 아니라 내부의 지역갈등, 계급갈등, 빈부갈등, 세대갈등 등도 동시에 심각한 문제이다.아울러 대륙과 단절되어 있는 하나의 섬과 같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느 때보다 진취적인 기상이 요구된다.우리 역사상에서 가장 진취적인 국가로 고구려를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고구려가 가졌던 백제,신라,가야 등에 대한 동류의식은 근대 국민국가로 넘어서면 민족의식이 된다.고구려인들이 가졌던 진취적인 기상과 동류의식은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통일의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정호섭 교수가 12일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에서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각축장
넷째, 한반도 주변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강대국들이 세력 다툼을 하는 공간이다.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생존할 방법을 고민해나가야 한다.이에 고구려라는 국가가 지니고 있었던 개방성과 국제성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고구려가 당시 문화적으로 독자성과 보편성,개별성과 국제성을 가장 조화롭게 버무려 내었던 흔적들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구려는 주변 나라들과의 교류를 통해 북방민족의 국가뿐만 아니라 신라, 백제,왜 등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구려인들이 가졌던개방성과 국제성이 현시대에 요청되는 덕목이며,고구려가 당시 주변 국가를 상대로 벌였던 수많은 외교적인 노력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국익과 평화를 위해 주변의 여러 나라들과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던 고구려의 모습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특히 세계 초강대국들이 교차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고구려인들이 세계를 바라보던 넒은 시선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역사를 통해 미래를 이끌어 갈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고구려는 우리 정체성과 관련해서 한민족의 형성 기반이 되었고,고구려 문화는 우리 고대 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고구려와 고구려인이 가졌던 포용력, 진취성, 역동성, 다양성, 독자성, 개방성, 국제성 등의 요소를 통해 과거의 역사로부터 미래를 열어나가는 해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현시점에서 고구려가 우리 민족사에 가지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점들에 있다고 할 것이다.
고구려 세번째 수도였던 평양의 강서대묘 벽화 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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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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