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라미드의 상형문자, 공자님 말씀, 조선시대 유학자의 문집 속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는 문장이 뭘까? 바로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 라고 한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동서고금 막론하고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은 긍정적이기 힘들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최근 한국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시선은 그리 좋지 만은 않을 듯싶다. 나 자신만 하더라도 ‘아, 꼰대!’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기를 수십 번이었다.
특히, 지난 19대 대선 기간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통해 처갓집, 시댁, 친정, 본가의 어르신들로부터 온갖 가짜 뉴스와 선동성 동영상 링크 폭탄을 전송 받은 대한민국의 2030들이여, 효심을 지키느라 수고했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서러운 것이 아버지에게 말대답하면 불효자식이 된다는 점 아니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갈등은 세대 간의 의견 차이였다. 통계숫자를 들먹일 것도 없이, 내 주변에는 정치판이 안방에 밀고 들어와 불효자식이 될 뻔한 친지들의 신세한탄이 만발했다. 싸움은 기호 1번과 2번이 했는데, 왜 우리 가정의 평화가 위협받아야 하는가?
용기를 내어 입장표명 좀 해봤다는 한 친구는 어머니의 철벽같은 논리에 막혀 대화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든 사람 바꾸려고 하지 마! 이 나이에 내가 바꾸긴 뭘 바꿔!” 같은 60대가 아니고서는 결코 반론할 수 없는 살벌한 두 문장이었다.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은 고령화 사회다. 평균수명이 몹시 높아져서 60대라 해도 앞으로 살 날이 구만 리다. 그런 말씀 하실 때가 아닌 거 같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데, 한 세대의 수명이 백 년을 바라보는 요즘에는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세상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 백 년 앞을 내다보고 커리큘럼을 짜려는 시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육의 대상을 꿈나무들로만 한정한다면 앞길이 구만 리인 기성세대들을 소외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우리 동방예의지국에는 어른에게 말대답 하면 가정교육을 의심받는 전통도 있지만, 평생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야 한다는 가혹한 가르침 역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었으니 바뀔 마음이 없다는 비장한 선언은 접어 두고,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면 어떨까? 배움이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정신적 유연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물론 우리 세대는 늘 어른들로부터 무식하다, 한자도 모른다, 근성이 없다, 가난을 모르고, 아낄 줄을 모른다, 반공의 중요성도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시집 장가도 안 가며, 애국심이 없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데 아이도 덜 낳는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도 잘하고, 무한경쟁에 익숙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88만원 세대의 설움도 알며, 결혼적령기라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시집 장가를 가고 싶고, 삶의 질과 책임감 있는 육아의 균형을 고려해 자녀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누가 하고 싶으며, 누가 들어줄까?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해야 하고, 들어주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듣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해야 하고, 싫은 소리도 들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배워야 한다.
당신이 더 긴 과거를 살아왔거나 내가 더 긴 미래를 약속 받았거나 하는 점과는 상관없이, 당장 공유해야 할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호 1번과 2번의 싸움으로 분명해진 우리 간의 차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어떻게 공존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함께 살아가야 할 날이 구만 리인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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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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