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색상과 조명ㆍ거울ㆍ분수ㆍ벽면 이용해 공간 창조* 디자인 하기 전 자폐관련 리서치에만 2년여 기간 투자
▶ “한인커뮤니티나 한국에서도 디자인 봉사활동 펼치고 싶어” 봉사활동 위한 비영리 단체 설립***다양성 관련 상도 받아
지난 3월 IIDA Diverse 상 수상모습. 오른쪽이 전교수, 왼쪽은 IIDA 셰릴 더스트 최고경영자
인테리어 디자인이 집이나 사업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이제 그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치코 예술학부(California State University Chico School of Arts) 인테리어 건축(Interior Architecture)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인 전기정 교수는 지난 10년간 자폐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오고 있다. 독일등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이같이 환경 디자인을 통한 환자들의 치료가 활성화 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전교수가 이같은 방법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례 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전교수는 ‘캘리포니아 보케이션’의 책임자인 밥 어바인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보케이션은 정신 지체아및 자폐증 환자들에게 주거와 직업교육을 시켜주는 비영리 단체다. 어바인씨는 전교수에게 단체가 건설하고 있는 자폐증 환자를 위한 시설의 카펫을 골라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전교수는 단지 카펫을 골라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폐증 환자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년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전교수는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혹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 그들의 증상은 한가지로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는 특히 자폐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 주변의 환경에 매우 다양한 형태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에 착안해 이같이 다양한 반응을 가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디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교수는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중 일부는 우리눈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형광등속의 물질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지나가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 마켓등과 같이 형광등이 있는 장소에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공포심으로 소파 뒤나 구석진 곳으로 자꾸 숨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정신이상이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에 반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교수는 이같은 환자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 오감을 편안하게 해주는 네덜란드의 테라피인 ‘SNOEZELEN’을 차용했다. ‘SNOEZELEN’은 네덜란드어의 동사인 ‘snuffelen’ (찾고 탐사하다)과 ‘Doezelen’(편안하게 하다)의 합성어다. 보통의 치료요법이 특정한 운동을 하는 방법인데 반해‘SNOEZELEN’ 은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방을 탐사하는 것이 치료요법이다. 이를 위해서 전교수는 파이버옵틱 라이팅을 이용하고 다양한 색상과 벽의 형태등을 통해 마침내 시설을 완성시켰다.
전교수가 디자인한 일본의자폐센터에서 환자들이snoezelen을 즐기는 모습.
지난 2009년 북가주 파라다이스에 문을 연 2,500평방 피트 크기의 ‘COVE’(Community Opportunity for Vocational Experience)의 시설은 다양한 색상의 파이버 옵틱 라이팅과 색깔이 변하는 라바 램프, 버블 거울과 소리를 흡수하는 코르크 바닥등이 설치됐다. 메인 오감방의 중앙에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소리를 위해 분수를 설치했으며 여러겹의 벽을 만든 3-D 벽을 설치해 이곳에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여주면서 사용자들이 마치 물속에 있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전교수는 “이 공간을 디자인 하면서 이들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이 시설을 통해 환자들이 좀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시설을 이용하는자폐환자들은 이 시설에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데이 프로그램의 디렉터인 테리 코즐로프씨는 “한 고객의 경우 과거에는 앉아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볼수 없었는데 COVE를 이용한 지 몇달후부터 보다 사회적으로 변하고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흥미를 보이는 것은 물론 터치 스크린 컴퓨터도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교수는 이 프로젝트 이후 자폐증 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디자인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파라다이스에 자폐증 환자들을 위한 너싱홈인 ‘레드우드 하우스’를 디자인했으며 명성이 알려지면서 일본에도 자폐환자를 위한 시설을 디자인 했다. 또 더 나아가 주기금으로 만들어진 자폐증 환자만이 아닌 중증 정신지체 환자들을 위한 데이케어 센터인 ‘SOAR’를 디자인 했다. 전교수의 디자인 접근 방법은 공간을 단순히 아름답게 디자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실험과 데이타 수집에 의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Evidence Base Design) 접근방식으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이다.
전교수는 “여태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지만 COVE 는 가장 의미를 갖고 일한 프로젝트이자 나의 인생을 바꿔놓은 프로젝트”라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환자들을 위한 디자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수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라고 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지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보다 편안하고 정신적 안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라고 말하고 “이같은 의미에서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회가 된다면 한인 커뮤니티나 한국의 자폐아들을 위해서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홍 남기자>북가주 파라다이스에 있는 COVE의 실내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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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이란***통계및 치료방법
아동및 청소년 45명중 1명에서 발견
한인부모들도 자폐자녀 숨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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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이란, 의사 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 이해 능력에 저하를 일으키는 신경 발달 장애를 뜻한다. 자폐증이라는 뜻의 영어 ‘autism’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자신’을 뜻하는’autos’에서 유래된 말로, 유진 블루러라는 정신과 의사가 1912년에 쓴글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 병을 명확히 분류한 사람은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리오 카너 박사다. 그는 194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두드러진 공통적 행동을 가진 11명의 유아 환자들을 기술했고, 이들의 증상을 조기 영아 자폐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폐증이란 만 3세 이전부터 시작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의 한 형태로 눈 마주치기등 남들과 관계를 갖지 못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의사소통의 장애, 놀이들에 제한적이고 융통성 없이 반복된 행동을 보이는 상상력의 문제등 세 가지 핵심증상이 있다.
자폐증은 대부분의 경우 오랜 기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생 동안 지속되는 장애로 가족들의 보살핌과 인내가 필요한 병이다.
미국내 자폐증상을 가진 어린이들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3세부터 17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89년 조사에서는 130명중 1명만이 자폐증상을 보였지만 2015년 조사에서는 45명중 1명이 자폐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조사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조사 결과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인 68명당 한명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DC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중 1%가 자폐증상을 갖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350만명 이상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또한 자폐증상은 여자들보다는 남자아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아의 경우 54명중 1명(2012년 기준 2002년에 비해 82% 증가), 여아의 경우 252명당 1명(2012년 기준 2002년에 비해 64%증가)으로 조사됐다. 전기정 교수는 “한인들중에도 자녀들이 자폐증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폐증상은 가벼운 것에서부터 중증까지 여러가지가 있으며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굳이 자폐증 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찾지 않더라도 학교나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면서 “ 자폐증상이 있는 학생을 둔 교사나 부모는 강력한 색상을 되도록 피하고 분홍이나 자주색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어질러진 환경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장난감 상자의 뚜껑은 항상 닫아두며 메아리가 나지 않게 벽이나 천정에 흡수재를 설치하고 형광등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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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정 교수는
가주 주립대 치코 실내건축학과 교수
비영리 단체 설립하고 커뮤니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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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정 교수는 1982 년 도미해 샌프란시스코의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CCA)에서‘인테리어 건축’(Interior Architect)학위를 받고 University of Oregon애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교 졸업후 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에서 7년간 교편을 잡다 그후 10년간 애플이나 IBM과 같은 회사들은 위한 브랜드 환경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후 치코 스테이트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미국내에서 오감환경의 디자인에 있어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같은 공로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IIDA’(International Interior Design Association)과 ‘Interior Design Educators Council 재단’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2016 Diversity 상을 5천달러의 상금과 함께 수상했다. IIDA는 세계 58개국의 15,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 인테리어 관련 교육자와 학생, 회사및 그들의 고객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전교수는 자폐증에 관련된 공간을 디자인하는데 그치지않고 여러 디자인잡지에 자폐증과 환경에대해 고려해야 할점등에대해 조언과 글들을 제공하고 있다. 전교수는 최근 이같은 활동을 보다 활발히 하기 위해’Kijeong Jeon Environmental Design for Special Needs’ 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자세한 정보는http://www.kijeongjeo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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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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