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는 것도 서러운데”... 복지사각지대 한인 어르신들
매주 수요일 하와이 한인회 노래교실에 참가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노래교실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인회 지도연 사무총장과 임원진들이 함께 자리했다.
지난 주 육군동지회, 한인체육회, 호놀룰루 한인회가 앞장 서 19, 20대 한인회장을 역임한 김영해 전 회장 칠순잔치를 개최하고 선후배가 더불어 함께 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 메말랐던 동포사회에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년 한국전쟁발발 기념식을 챙기며 한인사회 크고 작은 행사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원들.
1) 오아후, 마우이, 빅 아일랜드 한인 시니어들의 삶 2) 맥도널드 매장을 찾는 어르신들, 그들이 바라는 노후생활은? 3) 한인사회 노인복지 사업 현황2년 전 뉴욕에서 발생한 맥도날드 한인 강제 퇴장 논란은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은퇴자들이 특별히 갈 곳이 없어 시니어 커피, 냅킨, 설탕, 각종 소스 등 비교적 인심좋은 맥도널드 매장을 사랑방삼아 방문하다 발생한 일이었다. '은퇴자의 천국'이라는 하와이에서 사는 한인 어르신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노인회도 없어진지 오래고 그렇다고 한인회가 제대로 된 역할기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부담없이 찾고 있는 곳이 맥도널드 매장이다. 맥도널드 매장을 찾는 한인들은 새벽, 저녁 시간대별로 팀이 크게 나뉘고 있다.
새벽 6시경 키아모쿠 맥도널드 매장을 찾는 한인 은퇴자 그룹은 10여명 내외. 이들은 '은퇴 후에도 내 용돈은 내가 벌어 쓴다'는 씩씩한 자립형 어르신들로 새벽 일을 나가기 전에 맥도널드에서 '모닝커피 티 타임'을 갖는다.
이들은 어제 있었던 일상을 나누며 오늘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6년 째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한 여성 어르신은 일본에서 생활하다 하와이에서 본격 은퇴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하와이에 처음와서 느낀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1. 몇 사람만 모이면 남의 흉 보고 직업이 어떻고 하면서 남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2. 어느 교회 다니냐고 물었을 때 교회 안 다닌다고 하면 무슨 죄인 취급하듯 하고 3.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 협조 해야 할 단체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르면 헐뜯고 무시하고 분열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인회와 문화회관건립추진위 소송이 취하되고 하와이/호놀룰루 두 한인회가 하루 빨리 통합이 되어 한인사회 꼭 필요한 대표 단체로서의 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했다.
오후 5시 이후에는 저녁을 해결하고 디저트 타임을 겸해 매장을 찾는 한인들로 매장이 붐빈다.
이 곳을 찾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는 어르신들은 “날이 더워지며 시원한 이곳에서 피서도 하고 이웃들과 만나 안부도 묻고 각종 생활정보와 한인사회 돌아가는 소식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찾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일보가 배달되는 금요일에는 가판에서 신문을 듬뿍 가져와 이곳에 모인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나누어 주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때 노인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김(79)모 어르신은 “7-8년 전에는 20여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10달러 내외 회비 부담으로 노인회 운영이 가능했다. 그때는 회비만 내면 거의 매일 가서 고스톱도 치고 식사도 하고 한인회나 잘 나가는 자식을 둔 회원이 기부하는 기부금이나 소소한 선물들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가 그립다"며 아쉬워 한다.
윤(82) 모 어르신은 "몇년 전 한인 노인회가 문을 닫을 때 남아 있던 운영기금을 한인문화회관건립기금으로 써 달라고 한인회장에게 전달했는데 지난 몇 년간 한인회와 문추위가 서로 갈라져 싸움박질 하더니 결국 한국정부 지원금 마저 날려 버렸다"며 "이제 내 생전에는 한인문화회관이란 곳에서 우리 같은 노인들이 함께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날은 보지 못할 것 같다"며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손사레 치는 강 모(84) 할아버지는 "정부 보조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뻔한 자녀들의 살림에 손을 벌리기도 미안하고 옛날같이 노인회가 타운에 많은 것도 아니고 아침에 눈뜨면 오늘은 뭐하지 고민 하는게 일상이다"며 "집사람 먼저 보내고 혼자 지내니 더 적적하다. 자식들 힘들지 않게 건강하게 살다 조용히 갔으면 하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지금은 수족이 멀쩡해 이렇게 외출하지만 이마저도 힘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 생각만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허탈해 한다.
칼라카우아 인근 노인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최(73)모 할아버지는 "요즘 주정부와 연방정부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노인들이 일부 한인 의사들의 보험료 청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하소연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 기자 양반에게 전한다"며 "저소득층 노인들이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의료보험료는 1,500-2000달러가 한계인데 치과나 안과 한번 다녀 오면 거의 보험료가 바닥이 나 나중에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에는 현금을 내거나 이마저 없는 노인들은 아파도 병원을 못가는 신세가 된다"며 "이런 문제를 어디서 해결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푸념한다. 맥도널드를 찾는 한인 어르신들이 바라는 노후생활은 소박하다.
공기 좋은 하와이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주고 이웃끼리 십시일반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소통 부족으로 궁금하거나 속 시원하게 해결 할 수 없는 일들을 한인회나 1.5세 손자뻘 되는 젊은이 단체들이 앞장서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바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앞가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뮤니티 봉사 시스템을 기대한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호놀룰루 한인회에 옛날 한인회(20대 한인회)에서 근무하던 사무장이 본토로 이주했다 다시 돌아 와 그나마 마음이 든든하고 편하다고 귀뜸한다. <다음 주 계속>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