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어의 상원판이 드디어 공개됐다. 이름하여 ‘베터 케어 리컨시리에이션액트’(BCRA: Better Care Reconciliation Act)다.

내용은 끔찍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수천만 명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수 억 명까지는 아닐지라도 줄잡아 수천만 명이 제 명을 누리지 못한 채 숨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한 줌의 부자들에게 대규모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사실은 공화당이 이처럼 거대한 소득의 상향재분배(upward redistribution)를 정당화하기 위해 털끝만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의 단합된 동류의식이 워낙 강해 설사 정치인들이 그들의 삶에 해를 끼친다고 해도 지속적인 몰표를 얻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고 단지 이런 이유에서 지금의 공화당은 우리가 알던 이전의 공화당에서 떨어져 나갔다.

과거 저소득층과 근로계층의 주머니를 털어 부유층에게 넘겨 준 법은 늘 세금 감면이라는 한 가지 변명거리를 갖고 있었다.

법안을 제안한 의원들은 감세가 시장의 역동성을 가져와 국민 모두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규제완화가 효율성과 저비용을 촉진시킨다는 주장은 엉터리 주술에 불과하다.

이 약속은 단 한 번도 현실세계에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때까지만 해도 공화당은 공동의 선을 위해 일한다는 핑계를 내걸었다.

지금 우리는 최소한의 핑계조차 들을 수 없다.

공화당 상원의 의료보험법안은 의료비 절감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의료보험시장의 기능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찾아 볼 수 없다.

이 법안은 개인 가입의무조항을 제거하고 정보보조를 삭감함으로써 사실상 의료보험을 죽음의 회오리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보험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의료보험비용을 더욱 저렴하게 만들려는 조항도 공화상 상원 법안에는 담겨 있지 않다.

법안은 또 메디케이드를 점점 축소해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보험가입 가능성을 말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트럼프케어는 감세가 주 목적이다. 그리고 감세혜택의 절반이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에 돌아간다. 연 2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 역시 큰 혜택을 입게 된다.

그렇다면 이 법안은 당신에게 유리한 것인가? 만약 당신이 아래의 기준을 충족시킨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1. 연소득이 20만 달러 이상이다.

2. 직장보험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갖고 있다.

3. 앞으로 어떤 경우에건 이 같은 조건의 일자리나 소득을 잃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4. 가족 구성원과 친구들 가운데 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5. 다른 사람의 사정이 어떻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 5개 항목에 모두 체크한 사람이라면 선거에서 승리를 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동맹체가 될 수 없다. .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부족의식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지지자들이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충분한 차단벽을 쌓았고 이로 말미암아 한 덩어리를 이룬 유권자들은 그들의 삶이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면서도 계속 공화당에 표를 던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

실제로 의료보험을 잃고, 자비로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폭등하고, 친구와 이웃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직접 보면서도 공화당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비난한다.

제발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폴 크루그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