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우즈베크와 0-0…힘겹게 9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 황희찬·손흥민·이동국 ‘골대 불운’ 맛보며 무득점 무승부
교체 투입된 이동국(왼쪽 두 번째)이 후반 40분 문전에서 결정적인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 슈팅은 땅에 바운스된 뒤 크로스바에 맞고 튀어 나가 아쉽게 결승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연합>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내며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 10차전에서 한국은 우즈베크와 0-0으로 비겨 승점 15(4승3무3패)로 이란(승점 22)에 이어 A조 2위로 러시아행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9회 연속이자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통산 10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하지만 이날 경기 포함,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보여준 무기력하고 답답한 경기력으로 인해 한국 팬들은 9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런 전력이라면 월드컵에 나가봐야 망신만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날도 동시에 벌어진 경기에서 이란이 시리아에 2-2로 비겨줬기에 한국이 본선직행에 성공했지만 만약 시리아가 승리했더라면 한국은 험난한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뻔 했다.
특히 원정경기 성적은 부끄러울 정도다. 최종예선 5차례 원정경기에서 한국은 1승도 건지지 못하고 2무3패에 그쳤고 그중 4경기에선 아예 한 골도 뽑지 못하는 등 5경기에서 단 2득점(5실점)에 그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홈에서 건진 승점 13(4승1무) 덕에 월드컵에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행이 확정된 아시아 4개국 가운데 원정승이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고 나머지 3팀은 모두 원정서 2승씩을 올렸다.
반면 A조 3위를 차지해 B조 3위 호주와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 시리아는 내전으로 인해 홈경기를 이역만리 말레이시아에서 치르는 악조건 속에서도 경이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날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테디엄에서 최종예선 9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철벽 수비의 이란을 맞아 전반 초반 먼저 선제골을 뽑아낸데 이어 후반 종료직전에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려 2-2로 비기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한 시리아는 홈(?)경기 2승3무, 원정경기 1승1무3패로 승점 13을 확보해 우즈베크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차로 A조 3위를 차지하며 기적같은 월드컵 본선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구자철, 이재성, 김진우 등 이란전 스타팅 멤버들을 벤치에 앉히고 원톱 황희찬에 손흥민-이근호의 양날개로 공격진을 꾸렸다. 경기 시작 90초 만에 한국은 황희찬이 페널티박스내 왼쪽에서 김민우의 스로인을 받아 수비를 등진 상황에서 기습적인 왼발 터닝슛을 때린 것이 크로스바에 맞고 반대쪽으로 튀어나가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중원에서 선수들이 숏 패스를 자꾸 미스하면서 볼 점유율 39%에 그쳤을 만큼 경기의 주도권을 우즈베크에 내줬다. 특히 중원사령관 기성용이 빠진 공백이 너무 크게 나타난 것이 문제였다. 중원에서 패스 미스가 수시로 나오며 흐름이 끊어졌고 전방으로 과감히 치고 들어가거나 스루패스를 찔러야할 타이밍에서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거듭하면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탄식만 자아냈다. 특히 정우영은 패스미스를 거듭한 것은 물론 전반 31분 상대진영 중간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문전으로 올리려다 엉뚱하게 골문에서 한참 떨어진 구석으로 차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킥을 하는 가 하면 6분 뒤엔 발을 위험하게 높이 올렸다가 상대선수 얼굴에 맞는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다행히 주심이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를 뽑아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국에게 다행이었던 것은 전반 한국의 형편없는 경기력에도 불구, 우즈베크 역시 벼랑 끝 승부에 위축된 탓인지 선수들이 극도로 경직된 모습을 보이며 볼 컨트롤과 패스에서 실수가 잦았기에 한국의 수많은 실수들이 위기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즈베크는 전반 20분 아지즈벡 하이다로프가 한국 진영 중간에서 때린 강력한 중거리슛이 한국 왼쪽 골대를 강타하고 튀어나가 한국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으나 그 외엔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두 차례 결정적 찬스를 잡았으나 살리지 못했다. 전반 29분엔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장현수가 골문 정면 6야드 박스 안에서 순간적으로 논스탑 슈팅 찬스를 잡았으나 볼을 발에 제대로 맞추지 못해 땅을 쳤다. 또 전반 종료 직전에는 손흥민이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에서 노마크 슈팅찬스를 잡았으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 다이빙한 골키퍼 손끝을 스치듯 지나가며 왼쪽 골대에 맞고 튀어나가 전반에만 두 번째 골대불운에 울었다.
한국은 후반 1분 만에 상대 골키퍼의 펀칭 미스 때 황희찬이 오버헤드킥을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적극적인 공세로 나섰고 18분 권창훈 대신 염기훈이 투입되면서 공격이 좀 더 풀리기 시작했다. 20분엔 염기훈의 크로스를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김민우가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의 다이빙 선방에 막혔고 잠시 후 황희찬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비록 여전히 골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한국 쪽으로 돌아섰고 이때 이란이 시리아에 2-1로 앞서는 역전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국의 본선행에는 서광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신태용 감독은 피니시블로를 위해 후반 33분 이근호 대신 노장 골잡이 이동국을 투입했고 이동국은 짧은 출장시간에도 불구, 이후 두 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며 무게감을 입증했다. 후반 40분엔 김민우가 올린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이동국이 방아 찧기 헤딩으로 연결했는데 볼은 그라운드에 바운스된 뒤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가 아쉬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한국이 3번째로 골대를 때린 순간이었다.
이어 후반 44분에는 이동국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스루패스로 노마크 찬스를 잡은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으나 골키퍼에 막혔고 튀어나온 볼을 손흥민이 재차 오른발로 찼으나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가면서 경기는 0-0으로 막을 내렸다. 우즈베크는 경기 종료때까지 A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시리아가 이란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 4위로 밀려 탈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최종순위
순위국가승-무-패골득실승점
1 이란6-4-0+2022
2한국4-3-3+115
3시리아3-4-3+113
4 우즈베크4-1-5-113
5중국3-3-4-212
6카타르2-1-7-7 7
<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