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괴는 혁신으로 가는 첫걸음, 일자리 유지위해 재교육 강화
▶ 사업실패도 지원해야 혁신 가능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KAIST 초빙교수
4차 산업혁명은 혁신으로 성장한다. 혁신은 파괴와 창조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혁신이 갖는 창조와 파괴라는 두 개의 얼굴을 이해할 때 혁신성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혁신은 우선 파괴에서 시작한다. 혁신은 낡은 것이 파괴되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것이 들어서는 소멸과 생성을 의미한다. 우리 삶의 모습과 같이 혁신은 파괴에서 시작된다. 인도의 3대 신 중에서 가장 추종자가 많은 신이 미래를 관장하는 파괴의 신 시바다.
파괴는 새로운 생명의 원천이다. 부분이 죽어야 전체가 살아간다. 개별적 요소의 파괴가 전체 삶을 보장한다. 우리 몸의 60조개의 세포가 평균 100일이면 소멸되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만약 세포가 죽어도 죽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암세포다. 만약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인류에 대한 암세포가 될 것이다. 영원히 보장되는 철밥통 일자리는 조직의 암세포가 된다. 모든 영원한 부분은 전체의 암세포가 된다. 일찍이 칭기즈칸은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를 강조한 바 있다.
파괴의 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이해해야 한다. 세포와 사람의 관계와 같이 부분의 파괴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이것이 생명체가 갖는 비밀이다. 부분의 파괴를 통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일자리는 사라지고 기업의 소멸도 있어야 한다. 부분의 변화가 없는 안정된 사회는 전체가 경직된 죽음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모든 기업을 보호한 구소련은 국가가 붕괴했다.
문제는 개개인의 입장에서 일자리의 유연성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혁신의 제1 패러독스인 파괴의 패러독스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 해법은 부분과 전체의 분리와 순환에 있다.
부분적인 일자리의 유연성과 전체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일자리 안전망이다. 일자리 안전망의 핵심은 재교육 시스템이다. 규모가 큰 대기업은 내부 안전망을 갖추고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국가 차원의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웨덴의 렌-마이드너 모델, 네덜란드의 폴더 모델이다. 기계론적인 단순계 관점에서 이제 생명체적인 복잡계 관점인 안전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 해결책은 바로 안전망에 있다.
다음으로 창조 과정을 살펴보자. 창조는 불안전한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이 모두 성공한다면 그것은 도전이 아니다. 도전에는 반드시 실패가 내포돼 있다. 혁신의 제2 패러독스인 실패의 패러독스다. 창조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개별적인 확률게임이 아니고 성공의 기댓값을 높인다는 기댓값 게임이다.
열 개의 도전에서 두 개만 성공하더라도 이로부터 얻어지는 가치가 여덟 개의 손실을 극복하고 남으면 된다는 것이다. 부분적인 확률의 시각에서 전체의 기댓값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조의 필연적 결과인 실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정직한 실패를 지원하지 않으면 기업가정신은 사라진다. 그래서 창조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은 시간적으로 반복되거나 공간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춰야 한다. 반복되지 않는 일회성 게임에서는 창조성이 나오기 어렵다. 내가 한 번 실패할 때 재도전의 기회가 없다면 실패하지 않는 쉬운 일인 쌀로 밥하는 일을 하게 된다.
개별과제의 성공 확률 극대화가 전체 기댓값을 키우지 못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연구개발 성공률은 90%가 넘는데 기여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 수준이라는 데서 입증이 된다.
창조적 파괴인 혁신은 파괴에 따른 일자리의 안전망과 더불어 창조에 따른 혁신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일자리의 안전망과 혁신의 안전망이 바로 혁신성장으로 가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부분이 소멸되고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안전망으로 순환될 때 진정한 혁신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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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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