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피해 지역 폭풍우에 지반 무너져…10대 소녀 등 50명 극적 구조
▶ 초대형 산불 사망자 2명인데 훨씬 큰 희생…주민들 “최악 시나리오”
산사태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출해낸 소녀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불피해 지역에 폭풍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최소 13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는 지난달 산불피해가 극심했던 샌타바버라 카운티에서 나왔다. 소방당국은 주민 50여 명을 구조했지만, 희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샌타바버라·벤추라·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주민 3만여 명에게 강제 또는 자발적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수천 명이 대피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 소방당국과 경찰국은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사망자가 13명, 부상자가 2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빌 브라운 샌타바버라 카운티 경찰국장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실종되거나 행방이 파악되지 않은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LA 북서쪽인 몬테시토 지역에는 이틀 연속 몰아친 폭풍우와 산사태로 거대한 흙더미와 바위, 산불에 타고 남은 잿더미, 잔해, 나뭇가지 등이 휩쓸려 내려오면서 주택가 가옥 여러 채를 덮쳤다.
가옥 6채는 완전히 토사에 파묻혔다. 한 소방관은 "토사가 허리춤까지 빠질 정도로 주택가를 뒤덮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잔해와 돌에 뒤덮인 한 가옥에서 몇 시간 동안 진흙더미에 빠져 있던 14세 소녀를 극적으로 구조했다.
이 소녀는 현지 KABC TV에 "한 시간만 더 있었어도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무려 6시간의 구조 작업 끝에 이 소녀를 구해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이 소녀가 거의 잦아드는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는데 구조견이 소녀의 위치를 찾아내 다행히 구출해낼 수 있었다고 현지 방송은 전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대부분 몬테시토 지역에서 나왔다. 주민 9천여 명이 사는 몬테시토는 연예인들도 많이 사는 부촌이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배우 로브 로우, 방송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 등이 집이 이 지역에 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 소방국 관계자는 "구조대가 여러 루트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구조된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10대 소녀 한 명도 토사 더미 속에 갇혀 있다가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다.
폭우로 불어난 캘리포니아 주 시내 개천 [AP=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몬테시토 지역에서는 무너져내린 잔해가 가스관을 건드리면서 가스가 유출돼 빗속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난 당국은 산불피해 지역에서 약해진 지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산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AP통신은 앞서 전날 오후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 시간당 25㎜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샌타바버라 카운티와 LA 카운티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대피한 주민은 전체 15% 미만이다.
주민들은 토머스 산불 등 미 남서부를 휩쓴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소방관을 포함해 2명인데 이날 산사태로 무려 1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불 신음한 캘리포니아 이번엔 물바다 [AP=연합뉴스]
얼마 전까지 화마에 신음하던 주민들은 이번에는 삶 터가 물바다로 바뀔 것을 우려해 대피 길에 올랐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산불피해 지역의 지반이 극히 취약해 진흙더미와 산불에 타버린 잔해가 떠밀려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 남서부 벤투라 카운티에서 지난달 4일 발화한 토머스 산불은 인근 오하이, 몬테시토 지역과 샌타바버라 카운티까지 번져 여의도 면적 380배인 27만 에이커를 태웠다. 이들 지역에서 불에 탄 가옥은 수만 채에 이른다.
이번 폭풍우로 최대 180∼230㎜의 비가 내리고 일부 산악지역에 60㎝의 눈이 쌓일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이는 알래스카 만에서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긴 저기압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일부 지역에 홍수주의보도 발령됐다.
기상청은 지난 10개월간 캘리포니아에 내린 비를 모두 더한 것보다 더 많은 강우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타바버라 카운티와 LA를 잇는 101번 고속도로는 토사 때문에 일부 구간이 폐쇄됐다.
폭우 쏟아지는 샌프란시스코 골든게이트브리지 [AP=연합뉴스]
샌타바버라 카운티 재난관리국장 로버트 르윈은 "바짝 말라 있던 개울이 넘쳐 진흙과 잔해, 바위, 나무가 동시에 휩쓸려 내려오면 도로와 가옥을 파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형 산불이 난 샌프란시스코 북쪽 소노마 카운티와 멘도치노에도 산사태와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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