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 물집부상…‘넘사벽’페더러에 2세트 기권패
▶ 호주오픈 남자단식 패권은 페더러-칠리치 대결로

로저 페더러가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기권한 정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AP]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이 첫 메이저 타이틀 도전은 너무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황제’ 로저 페더러(36)의 벽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지만 그나마 불의의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기권으로 물러서야 했던 것이 아쉽기 짝이 없었다.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페더러와의 호주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남자단식 준결승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준 뒤 2세트에서도 2-5로 뒤진 상황에서 발바닥 물집부상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경기를 포기했다. 단 1시간 2분만의 기권 패였다.

2세트 경기 도중 물집 부상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 정현. [AP]
이로써 페더러는 생애 통산 30번째 그랜드슬램 결승에 진출, 27일 새벽(LA시간)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통산 20번째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나서게 됐다.
역대 메이저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칠리치를 스트레이트 세트로 꺾고 통산 19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바 있고 생애 통산 맞대결에서 8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페더러가 정현에게 흔히 말하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줄인 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경기 내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와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4강까지 올라온 정현이었지만 ‘황제’ 페더러를 상대로는 도저히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뚜렷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정현이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는 핸디캡이 있기는 했으나 부상을 감안해도 페더러와 정현의 격차는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경기 전 서브순서를 정하는 코인토스에서 승리한 페더러는 항상 먼저 서브를 선택하던 자신의 루틴을 깨고 리시브를 선택했다. 정현과 처음으로 만나는 만큼 곧바로 정현의 서브를 테스트해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작전은 보기좋게 들어맞았다. 페더러는 정현의 첫 서브게임에서 단숨에 15-40 리드를 잡았고 정현은 2개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세이브해 듀스를 만들었으나 다음 2포인트를 빼앗겨 첫 서브게임부터 브레이크를 당했다.
페더러는 이어 자신의 서브게임을 에이스 2개를 곁들여 지키며 2-0을 만들었고 정현이 서브게임을 지키자 바로 자기 서브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따낸 뒤 다음 정현 서브게임마저 깨뜨리며 4-1로 달아나는 등 쾌속 순항을 이어가며 1세트 승리를 예약했다. 정현은 자신의 서브인 7번째 게임에서 4번이나 세트포인트 위기를 넘기며 끈질기게 저항했으나 끝내 5번째 세트포인트에서 무너지며 첫 세트를 1-6으로 내줬다.
이미 이 시점에서 승패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페더러는 거의 모든 포인트에서 4~5구내에 승부를 보는 공격적인 흐름을 이어갔고 정현은 2세트 첫 5게임 가운데 자신의 서브였던 두 번째 게임만 지켰을 뿐 나머지 4게임은 모두 뺏기는 등 속절없이 무너져 갔다. 특히 이 4경기를 모두 합쳐 정현은 단 3포인트밖에 얻지 못하는 맥없는 플레이로 일관, 안타까움마저 자아냈다.
너무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정현은 이 시점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러 발바닥 물집에 대한 치료를 받으면서 그 배경에 부상이 있음을 알렸다. 치료 후 코트에 복귀한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2-4를 만들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페더러는 다음 서브게임을 실점없이 가져갔고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 도중 결국 경기 포기를 선언했다. 경기가 계속됐더라면 더욱 참담한 결과밖에 나올 것이 분명했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페더러는 경기를 마친 뒤 코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현의 상태가 어떤지 알기 어려웠다”며 “2세트부터 상대 움직임이 느려졌다. 결승에 올라 행복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현이 물집으로 고생한 것에 대해 “나도 전에 물집이 잡힌 상태로 경기해 본적이 있어 얼마나 아픈지 잘 안다. 어느 순간엔 너무 아파서 도저히 계속할 수가 없게 된다”면서 “그(정현)는 정말 뛰어난 대회를 치렀다. 오늘도 열심히 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는 앞으로 충분히 탑10에 오를 수 있는 선수”라고 정현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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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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