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드디어 역대 최대 겨울스포츠 축제인 평창올림픽이 개막됐다.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 전 세계 92개국 2,920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오는 25일까지 열전에 들어갔다.
개·폐회식 장소인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올림픽 플라자가 세워진 곳은 1970년대 횡계 황태덕장이었다고 한다. 이 터를 40년 전인 1970년대 후반에 일주일동안 밤낮으로 지나간 적이 있다. 당시 대학신문과 영자신문, 방송국, 학도호국단 간부들은 횡계에 숙소를 정하고 용평 스키장을 오가며 세미나 및 스키강습을 받았었다.
아침마다 횡계 숙소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눈 언덕을 지나 스키장으로 가는 길목에 황태덕장이 있었다. 눈구덩이 속에서 눈, 바람, 추위를 온몸으로 받으며 덕장에 내걸린 황태들은 눈부신 햇빛 아래 점점 더 금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천지사방이 눈 언덕이던 그 곳이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걸린 평창 올림픽 축제의 장소라니 40년 전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1970년대 말 평창은 아주 작고 낙후된 산골이었다. 이 지역민들은 신발에 덧대어 설피를 신었고 산골 소년들은 어려서부터 나무를 깎아 만든 스키로 연습하여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갔고 거의 모두 스키 국가대표가 되었다.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던 선수로 ‘어재석’이란 이름이 기억난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주 무대는 평창, 강릉, 정선이다. 설상경기는 평창군과 정선군에서 열리고 강릉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 피겨스케이팅 증 빙상종목 경기가 열린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 24일과 25일 강릉으로 1박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평창(진부령)을 지나 강릉에 도착했다. 우리가 1박한 콘도는 현송월이 묵고 간 스카이베이 경포 특급호텔 바로 옆집이었다.
강릉은 조용하며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다. 관광지도 제법 있다. 오죽헌은 신사임당의 사가로 율곡 이이가 태어난 방인 몽룡실, 검은 대숲, 배롱나무 등이 유명했고 ‘홍길동전’을 쓴 허균과 조선최고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생가(심지어 입장료 무료)가 있었다.
강릉 초당 순두부, 대관령 마약 핫도그와 감자떡, 주문진 대게 뿐 아니라 안목의 커피 거리는 압권이었다. 커피전문점이 경포 바닷가를 따라 즐비했는데 방파제 인근 커피숍 3층에 올라가니 3면이 전면 유리창으로 파도치는 새파란 바다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이틀간 횡계와 대관령, 강릉 시내를 오가며 수시로 강릉 아이스 아레나를 비롯 경기장을 지나쳐갔다. 거리 곳곳에는 평창 공식마스코트인 백호 ‘수호랑’과 동계패럴림픽(3월9일~18일) 마스코트인 반달가슴곰 ‘반다비’가 보였고 올림픽 오륜기를 비롯한 조형물과 현수막이 걸려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고층빌딩으로 지어진 선수촌과 미디어촌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임대아파트 혹은 분양아파트로서 11월부터 입주자들이 들어와 산다고 한다.
지금, 이 도시에 전 세계에서 선수, 언론인, 체육관계자 및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평화올림픽, 평양올림픽 하는 말들이 무성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반으로 나뉘어 말하지 말자.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지구촌 최고 스포츠 잔치가 열리고 있다. 모쪼록 경기장마다 객석이 가득 차고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며 성공한 올림픽으로 치러지기를 기대한다.
다행히 개막식 날 칼바람이 멈추고 날씨가 평년수준을 회복했다. 정치, 외교, 문화, 성별, 국가, 종교, 인종을 초월한 인류 최대의 제전에 참여코자 북에서 손님들이 대거 내려왔다가 일부는 돌아갔다. 차제에 남북대화의 문이 열리고 순조롭게 일이 해결되어 코앞에 닥쳤다는 미국의 강력한 대북정책인 코피전략이 시행되지 않기 바란다.
더불어 한반도의 평화를 불러오는 통일의 미풍이 불기를 기대한다. 아무런 한반도의 위기 없이, 언젠가 경포 호수와 경포 해변 솔숲, 커피향이 그윽한 아름다운 도시 강릉에서 한번쯤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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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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