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는 많은 감동 스토리를 낳았다. 그 중 빙속여제 이상화(29)의 18일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 모습은 평창 최고의 감동이었다. 은메달을 딴 후 태극기를 들고 울면서 트랙을 도는 이상화, 관중들은 “울지마” “괜찮아”를 외치며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010년 뱅쿠버 동계올림픽 500미터 금메달,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500미터 금메달(올림픽 신기록: 37초28) 2018년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500미터 은메달까지, 시상대에 선 그녀의 얼굴은 앳된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바뀌어갔다.
12년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고 큰 부담감에 시달렸을까? 연골이 닳아 없어져 계속 물이 차는 왼쪽 무릎에 하지정맥류까지, 부상과 재활훈련을 끝내고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에서 다시 활짝 꽃을 피웠다. 이름 ‘상화(相花)’ 처럼, 서로 꽃을 피우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직접 지은 이름값을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신보다 더 잘하는 동생을 위해 선수생활을 양보한 남매애, 융자를 받아 1년에 한번 캐나다 전지훈련 비용을 대면서도 월등하게 잘하는 딸의 뒷바라지가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가족애, 발바닥 3분의 1이상을 뒤덮은 굳은살과 상처를 극복하고 뜻한 바를 이룬 이상화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나 영화다.
이 금메달이라는 것은 욕심을 낸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의 경우 최대한 마음을 비워야 하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그동안 인간 승리를 다룬 올림픽 영화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많지만 그 중 두 가지를 소개한다.
2016년 개봉한 ‘독수리, 에디(EDDIE the EAGLE)’는 영국 알파인 스키선수 마이클 에드워드가 스키점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그는 무거운 체중, 심각한 근시, 열악한 환경, 편견과 비웃음, 이 모든 장애를 뛰어넘어 에디는 기어코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도전한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관중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70m, 90m 모두 꼴찌였다. 이 초라한 성적보다 그의 열정을 더 귀하게, 높히 샀다.
두 번째로 한국영화 ‘국가대표’ (2009년). 1996년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급조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늘날 대배우 하정우도 4명의 선수 중 한명으로 나온다.
막노동을 비롯 각종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선수들, 그래도 스키점프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가 없다. 인공눈이 없어 인공잔디에 물을 뿌려 훈련을 하면서도 꿈을 향한 도전을 쉬지 않았다. 결국 2009년 제24회 하얼빈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2, 은1, 동 1개의 메달을 땀으로써 한국 스키점프 역사를 만들어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모습에 관중들을 코가 찡 하니 감동한다. 우리 모두 나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간들인지라 다시 힘내어 살아갈 용기와 의지를 선물받기에.
이번에 평창올림픽에 오점으로 남은 여자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파문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했다. 3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서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팀이 두 사람이 먼저 결승선에 들어가고 한 사람은 뒤처져서 따로 들어갔다. 이 분열과 질시, 다툼의 모습을 전 세계가 보았다. 올림픽 참가정신이 위배된 그 모습에 국민들은 국가대표를 반납하라며 성토했다. 금메달? 그것 돈 없으면 장에 내다팔아도 된다. 잘 받으면 1,000달러 정도?
하지만 인간의 아름다운 화합이 보여주는 가치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이 귀하다. 1988년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에디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 있다.
“올림픽에서 누군가는 금메달을 따고 누군가는 기록을 세우고 누군가는 독수리처럼 솟구쳤다.” 10만 관중은 “에디!, 에디!”를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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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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